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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폭격 피해 주민 위령비 옆에 승전군 사진?" 인천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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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 폭격 피해 주민 위령비 옆에 승전군 사진?" 인천시 논란

    "민간인을 폭격한 뒤 환호하는 군인의 모습 연상돼…조롱 의심"
    시민단체 "인천상륙작전 기념화에 주민 희생 활용"…인천시 "교체 예정"
    민간인 학살 바탕에 둔 구국의 작전…희생자 귀향은 요원

    지난 12일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올라온 인천 중구 월미공원 내 월미도 원주민 희생자 위령비(오른쪽)와 인천상륙작전 기념행사 홍보 현수막 모습. 온라인커뮤니티 캡처지난 12일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올라온 인천 중구 월미공원 내 월미도 원주민 희생자 위령비(오른쪽)와 인천상륙작전 기념행사 홍보 현수막 모습.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오는 15일 유정복 인천시장과 해군참모총장, 해병대사령관 등이 73년 전 인천상륙작전 당시 연합군의 무차별 폭격으로 숨진 월미도 희생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장에 승전군 모습이 담긴 현수막을 내걸어 논란이 일고 있다.
     
    민간인 학살 희생자 헌화 행사에 승전군 사진을 내걸어 희생자들을 조롱한다는 비난도 나온다.
     

    "민간인을 폭격한 뒤 환호하는 군인의 모습 연상돼…조롱 의심"

    14일 인천시에 따르면 정부와 인천시는 인천상륙작전 기념일인 오는 15일 중구 월미공원 내 '월미도원주민희생자 위령비'(이하 위령비)에 인천시장과 해군참모총장과 해병대사령관 등이 헌화를 할 예정이다.

    우리 군이 인천상륙작전에 참가한 군인이 아닌 민간인 희생자 추모행사에 참가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이종호 해군참모총장과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직접 헌화 나선다면 이번 행사의 가장 중요한 순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들이 직접 헌화에 나설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 행사는 올해 국가행사로 격상된 제73주년 인천상륙작전 전승행사에 앞서 6.25 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으로 희생된 민간인을 추모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인천시가 지난 12일 이 위령비 옆에 승전군 동상이 포함된 대형 현수막을 설치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앞서 전날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이 위령비를 방문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인천상륙작전 희생자 위령비 옆에 상륙작전 군인 동상 사진 설치, 희생자 두 번 죽이는…"이라는 제목의 글과 현장 사진을 올렸다.
     
    글쓴이는 "월미도 주민들이 인천상륙작전 직전 미군폭격으로 100명이 희생되고 월미도에서 쫓겨났다고 하던데, 위령비 옆에 상륙작전을 상징하는 동상 사진을 걸어놓은 인천시 제정신이냐"면서 "목요일 인천시장이 위령비에 헌화한다고 하던데 군인들에게 희생된 주민들 위령비 옆에 또 군인들이라니…쯧쯧"이라고 비난했다.
     
    문제의 현수막이 설치된 지난 12일 월미도 원주민 귀향대책위원회는 이 위령비에서 월미도 미군 폭격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원주민 20여명이 희생자에 대한 추모와 귀향을 염원하는 행사를 열었다.

    이 행사에 참석한 인천평화복지연대 이광호 사무처장은 "행사장 내에서 군 폭격으로 희생된 민간인을 위로하는 위령비 옆 현수막에 담긴 승전군의 모습은 마치 민간인을 폭격한 뒤 환호하는 군인의 모습처럼 보인다는 말이 나왔다"면서 "마치 단식투쟁하는 사람 옆에서 폭식투쟁하듯 원주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탄식도 있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인천상륙작전 기념화에 주민 희생 활용"…인천시 "교체 예정"

    이후 인천평화복지연대는 보도자료를 내 "(오는 15일 예정된) 헌화식이 과연 진정성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해당 현수막은 주민들의 희생을 인천상륙작전기념화에 활용하는 요식행위임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이 단체는 또 인천상륙작전 전승행사가 올해부터 국가행사 규모로 확대됐지만 지금까지 미군이나 정부, 국방부, 지자체가 월미도 원주민에게 공식 사과하지 않은 점, 인천시가 여전히 월미도 실향민의 귀향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인천시의 월미도 희생자 추모행사에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커지자 인천시는 오는 15일까지 해당 현수막을 교체하기로 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현수막 설치 전 월미도 원주민 귀향대책위원회 측과 상의했는데 이런 반응이 나올 줄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오는 15일 헌화식 전까지 해당 현수막을 교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간인 학살 바탕에 둔 구국의 작전…희생자 귀향은 요원

    지난 12일 인천시 중구 월미공원에서 열린 인천상륙작전 월미도 원주민 희생자 추모 행사에서 한인덕 월미도 원주민 귀향대책위원장이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지난 12일 인천시 중구 월미공원에서 열린 인천상륙작전 월미도 원주민 희생자 추모 행사에서 한인덕 월미도 원주민 귀향대책위원장이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월미도 민간인 폭격사건은 1950년 9월 10일 인천상륙작전을 닷새 앞둔 연합군이 월미도 어촌마을을 무차별 폭격해 원주민 수백명을 학살한 사건이다. 이때 상당수가 숨졌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피란을 나왔다가 아직까지 귀향하지 못하고 있다. 1953년 휴전이 이뤄졌지만 월미도가 미군기지와 한국 해군기지로 활용됐고, 지금은 월미공원으로 바뀌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과거사위)는 2008년 조사를 벌여 인천상륙작전 때 월미도 폭격으로 원주민들이 희생됐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후 재산상의 피해를 국가가 배상하고 귀향 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이후 인천시는 2021년 과거사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월미공원에 위령비를 건립했다. 이 위령비에는 '1950년 한국전쟁 인천상륙작전 당시 유엔군 소속 미군 폭격으로 월미도에서 무고하게 희생된 원주민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건립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실향민들은 1952년부터 줄기차게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지만 정부는 객관적 자료가 부족하다며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전쟁통에 이들이 월미도 살았다는 것을 입증할 자료가 대부분 소실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유정복 시장은 지난 11일 인천상륙작전 기념행사 브리핑을 통해 "인천 상륙작전 당시에 월미도에 살았던 분들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와 근거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었지만 그들이 생활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상황"이라며 "상륙작전 피해자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국방부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이를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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