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일본에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하시마(端島, 일명 '군함도') 탄광의 세계유산 등재 당시 권고한 후속 조처 이행을 위해 관련국과 대화를 지속하라고 결정했다.
아울러 세계유산위는 조선인 강제노역을 염두에 두고 각 시설의 '전체 역사'를 알 수 있도록 하라는 해석 전략을 강화하라고 독려했다.
우리 정부는 세계유산위의 이러한 결정을 일본이 이행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세계유산위는 1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제45차 회의에서 일본의 근대 산업시설 23개를 묶은 세계유산인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유산'의 등재 후속 조치에 대해 관련국과 대화하라는 내용을 담은 결정을 컨센서스(표결 없는 동의)로 채택했다.
이 결정은 지난 9일 세계유산위 홈페이지에 공개된 결정문 초안과 동일하다.
세계유산위는 "세계유산센터가 실시한 점검 작업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라 당사국(일본)이 새로운 조치를 이행했음을 인지했다"며 "당사국이 제44차 세계유산위 결정 요청에 대해 몇 가지 추가적인 조치를 취했음을 고려한다"고 밝혔다.
세계유산위는 일본의 최근 대응을 일정 부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해석 전략을 강화해 나가기 위해 당사국 스스로의 약속을 계속해서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석 전략 강화를 위해 새로운 증언 등을 포함한 추가 연구, 자료 수집 등을 수행하고 관련 당사국과 대화도 계속하라고 덧붙였다.
세계유산위가 언급한 일본의 약속은 2015년 해당 유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때 조선인 강제노역을 포함한 '전체 역사'를 알려 나가겠다고 했던 것을 가리킨다.
당시 일본 대표단은 "1940년대에 일부 시설에서 수많은 한국인과 다른 나라 사람들이 본인 의사에 반해 동원되고 가혹한 조건에서 강제노역을 당했다"며 "일본 정부는 정보센터 설립 등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포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은 강제노역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산업유산 정보센터를 유산 현장이 아닌 도쿄에 만들었고, 전시물에 조선인 차별이나 인권 침해가 있었다는 사실을 부각하지 않아 역사를 왜곡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세계유산위는 일본이 제44차 회의가 개최된 2년 전보다는 다소 개선된 조치를 이행했으나, 여전히 미흡해 추가 연구가 필요하고 사실상 한국을 의미하는 관련 당사국과 대화를 계속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유산위는 이번 결정과 관련된 진전 사항을 세계유산센터와 자문기구들이 점검할 수 있도록 내년 12월 1일까지 제출하라고 일본에 요청했다.
앞서 세계유산위는 제44차 회의에서 조선인 강제 징용자에 대한 설명 부족 등을 지적하며 일본에 이례적으로 '강력한 유감'을 표하는 결정문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 세계유산위는 일본에 보존현황 보고서를 낼 것도 요청했는데, 이 보고서를 다시 세계유산위가 공식 평가한 결과가 이번에 결정문 형태로 나왔다.
세계유산위 결정에 대해 외교부는 "일본이 근대 산업시설 세계유산의 전체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해석 전략 강화를 위해 스스로 약속을 이행하고 그 진전 상황을 2024년 12월 1일까지 제출하기를 기대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 역시 이번 결정에 따라 일본, 유네스코 사무국과 대화를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 언론은 세계유산위의 해석 전략 강화 당부보다는 일본의 새로운 조치가 인정받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요미우리신문은 15일 "일본은 지난해 11월 산업유산 정보센터의 전시 내용을 충실히 하는 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했다"며 세계유산위가 일본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현지 공영방송 NHK도 "산업유산 정보센터에 희생자를 기억하는 시설을 새롭게 설치하는 등 내용을 보강한 일본의 추가 대응을 평가한 결의가 채택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