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정부가
'영 케어러(Young Carer)'라 불리는 가족돌봄청년과 고립·은둔청년 등 취약계층 청년의 자립을 돕기 위한 '청년미래센터'(가칭)를 내년부터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시설 등의 보호를 받다가 만 18세 이후 홀로서기에 나서는 자립준비청년에 대해서도 수당 등을 인상한다.
복지대상서 소외된 '청년'…영케어러 등 新취약계층도 등장
보건복지부는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청년복지정책 5대 과제' 당·정협의회 후 이같은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 측에선 조규홍 복지부 장관과 최종균 인구정책실장 등이 참석했고, 국민의힘에서는 박대출 정책위의장과 이만희 수석부의장, 강기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 등이 자리했다.
그간 정부의 청년 정책은 일자리와 취·창업 지원에 집중돼 복지·교육·문화 등 청년기 삶의 전(全) 영역을 아우르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청년은 노인·아동 등에 비해 자립이 수월하다는 인식 탓에 복지 대상에 적극적으로 편입되지 못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치솟는 물가에 고용시장까지 얼어붙으면서 플랫폼 노동자 등 청년 비정규직은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29세 이하의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37.1%로 전 연령대 중 1위다.
계층의 세대 간 대물림이 심화되면서 2030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과 좌절감도 커졌다.
임세희 복지부 청년정책팀장은 "요즘 청년들은 급속한 사회·경제적 변화로 원활하게 생애 전환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소위
MZ 세대는 그 어느 세대보다 공정의 가치를 중시하지만 '금수저·흙수저론'처럼 부모 배경에 따른 격차와 기회 불평등은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런 상황 속에서
청년들이 평범한 삶을 포기하지 않도록 체감도 높은 청년정책을 개발하고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고 부연했다.
기존의 복지체계로 포섭되지 않는 새로운 '취약청년'이 많아졌다는 점도 한몫했다.
가족돌봄청년 실태조사 결과(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복지부 제공전국적으로
약 10만 명으로 추산되는 가족돌봄청년은 질병·장애 등의 문제가 있는 가족을 부양하느라 미래를 준비할 틈이 없다. 이들의 우울감 유병률은 일반 청년(8.5%)의 7배 이상으로, '3명 중 1명' 이상(36.7%)은 미래계획에 곤란을 겪고 있다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결과도 나왔다.
반복된 취업 실패와 인간관계의 어려움 등으로
사회로부터 단절된 고립·은둔청년(고립청년 중 집·방 등 한정된 장소에 머물러 있으면 은둔청년)은 13~34세 기준 전체 청년의 5%에 이른다. 서울시 실태조사에 의하면 이들의 18.5%가 정신과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데, 이는 일반(8.6%) 대비 2배가 넘는다.
자립준비청년 역시 절반이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하는 등 정부의 체계적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다.
'청년미래센터' 영케어러 원스톱 지원…"돌봄코디가 어른 역할"
이에
'청년에게 공정한 기회, 희망을 주는 젊은 대한민국'을 비전으로 내세운 당정은 △가족돌봄청년 △고립·은둔청년 △자립준비청년 △청년마음건강(전체 청년) △청년자산형성(저소득 청년) 등 5대 지원을 통해 청년의 안정적 자립을 돕겠다고 밝혔다.
먼저 정부는
가족돌봄청년에 대해 대상자 확인부터 지원 및 사후 관리까지 포함하는 '원스톱 통합지원 사업'을 실시한다. 내년부터 21억을 투입해 4개 시·도에서 시범 시행할 계획이다.
각 지역별로 이들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노력부터 기울인다. 상대적으로 '영 케어러'에 대한 접근이 용이한 유관기관과 협력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학교·병원 등에서 대상자를 먼저 인지하고 찾아낼 수 있도록
학교·의료 사회복지사 등에 대한 교육을 실시한다.
또 지자체의 복지 사각지대 발굴시스템을 활용한 '기획 발굴'도 추진한다.
통장이나 이장, 지역주민 등으로 구성된 지역사회보장협의체·명예사회복지공무원 등의 인적안전망을 통한 상시 발굴도 이어간다.
또래와 달리 본인을 돌보거나 학업·취업 등에 쏟을 여력이 없는 영케어러에겐
'자기돌봄비'를 신설해 연 200만원 수준으로 지급한다. 신체·정신건강 관리, 자기개발 등이 목적으로 일정 소득기준 이하여야 대상이 된다.
서로 돌봄경험을 공유하거나 간병 방법에 대한 노하우를 나누고 심리·정서적 지지 등을 도모할 수 있는
'자조모임'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앞서 지난달부터 시작된 '일상돌봄 서비스 사업'은 내년도 대상지역을 더욱 확대해 지속할 예정이다. 일상돌봄은 가족돌봄청년의 필요에 따라 돌봄·가사·식사·영양관리·돌봄교육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이번에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둔 변화는 '청년미래센터'다. 정부는 시범사업 지역(4개 시·도)에 센터를 설치하고 전담인력을 두어 가족돌봄청년을 밀착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센터당 6명씩 배치될 예정인
'돌봄 코디네이터'는 지원 대상자 확인부터 상담, 기존 공공·민간 복지자원 연계, 자기돌봄비 지급, 자조모임 운영 및 사후관리까지 영케어러에 대한 통합지원 전반을 책임진다.
임세희 팀장은 "가족돌봄청년 간담회를 해보면, 여러 가지로
도움이나 조언을 구할 그런 보호자가 사실상 없기 때문에 그런 역할을 해줄 어른이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들이 많더라"며 "돌봄 코디네이터가 그런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가족돌봄청년과 고립·은둔청년 사례관리를 전담할 서비스 전달체계로 '청년미래센터'(가칭)를 신설한다. 복지부 제공 '脫고립 의지' 확실한 은둔청년 자기회복·관계형성 등 지원
지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원스톱 통합지원은 고립·은둔청년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정부는 대상여부 확인-유형화-사례관리 등을 전담할 인력을
청년미래센터 1곳당 8명씩 배치할 계획이다.
정부는 오랜 시간 외부와 단절돼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워하는 이들의 특성을 고려해 다양한 경로로 대상자 발굴에 나서기로 했다. 이들이
자주 찾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방문, 전화·문자 상담 등 각종 온·오프라인 창구로 지원 내용을 알리고 신청 문턱을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이들의 사회 복귀를 바라는 가족 등 주변인을 통해서도 대상 파악과 지원 신청이 이뤄지게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상태를 벗어나고 싶다는 당사자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현수엽 인구아동정책관은 "'탈고립'·'탈은둔' 의지가 있어야만 저희 정책이 효과가 있기 때문에 그 의지가 있고 (실제로) 하고 싶다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 확인을 거쳐 대상자로 확인된 청년에 대해서는 상담과 고립·은둔 척도 측정도구 등을 토대로 개별 사례에 대한 종합 평가를 실시한다. 이 결과에 기초해 각 청년의 고립·은둔 정도와 심리 상태 등에 적합한 프로그램을 맞춤형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본인에 대한 이해-심리·정신 상담 연계로 이어지는 '자기회복 프로그램' △독서·요리·신체·예술 활동 등을 통해 사회관계를 맺는 방법을 배우는 '사회관계 형성 프로그램' △공동주거 공간에서 은둔청년들이 함께 생활하는 '공동생활 프로그램' 등이다.
복지부 제공고립·은둔청년의 부모 또는 형제자매 등에게 이해·소통 교육과 심리상담 등을 제공하는 '가족 지원 프로그램'도 상황에 맞춰 지원한다.
미래센터의 전담 인력은
해당 서비스가 종결된 이후에도 정기 면담, 탈고립·은둔청년 모임 등을 운영하며 일정기간 관리를 지속한다. 복지부는 사례관리사가 1명당 16명의 고립·은둔청년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립수당 月40만→50만…청년마음건강센터 이용 2배 늘린다
앞선 대책이 이번에 새롭게 추가됐다면,
자립준비청년과 관련해선 현행 지원을 확대하는 쪽으로 개선한다.
정부는
전국 17개 시·도 자립지원전담기관의 전담인력을 올해 180명에서 내년 230명으로 확충한다. 일 대 일 지원 서비스의 질적 강화를 꾀하는 한편 사례관리 지원 목표 대상자도 현 2천 명에서 내년엔 2750명으로 확대한다.
고물가와 취업난 등을 감안해 이들에게 지급되는
자립수당은 월 4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올린다. 보호종료 시 일시금으로 주어지는
자립정착금 또한 지자체와 협의해 인상을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 지원 외 멘토링, 장학금, 직무교육 등 다양한 자립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민간 부문과의 협력도 활성화한다.
아울러
코로나19 시기 급격히 악화된 청년층의 마음건강도 보다 촘촘히 살핀다.
20·30대 우울위험군 비율은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기분장애 유병환자도 20대(16만 8천 명)가 60대(16만 2천 명)를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불안 등의 문제를 겪는 청년에게 전문 심리상담을 지원하는
'청년마음건강 바우처'는 전 연령을 대상으로 하는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으로 확대 개편한다. 내년 연간 8만 명 지원을 목표로 추진할 계획이다.
청년 정신건강검진 항목에 조현병·조울증을 추가하고, 검진 주기도 10년에서 2년으로 단축한다. 치료가 필요한 청년은 정신건강의학과 및 전국 정신건강복지센터로 연계한다.
정신질환 고위험군 등을 조기 발견하고 상담·집단 치료 등을 제공하는
청년마음건강센터는 이용자 수를 지난해 대비 2배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2022년 800명→2024년 2천 명).
저소득 청년의 자산 형성도 지원
한다.
기준 중위소득 100% 이하 대상인 청년내일저축계좌는 올 5월 가입 소득기준 완화, 소득·재산조사 간소화 등의 조치를 이미 실시한 바 있다. 관련 예산을 올해 1574억에서 내년 2179억으로 증액하는 등 누적 가입자를 현 9만에서 계속 늘려갈 방침이다.
기초수급 청년의 근로·사업소득 공제 연령은 24세 이하에서 30세 미만으로 넓힌다. 정부는 청년복지 5대 과제 추진을 위해 올해 2322억에서 43%(987억↑) 증액된 3309억원을 내년도 예산으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 차원의 지원이 처음 실시되는 가족돌봄청년, 고립·은둔청년의 경우, 시범사업을 통해 수요에 기반한 지원모델을 만들고 향후 적극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조규홍 장관은 "그간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청년복지' 분야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해 지원책을 내놓았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청년들의 어려움을 세심히 살피고 정책 과제들을 끊임없이 발굴함으로써 청년들의 내일을 향한 꿈을 응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