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고용노동부 이성희 차관(가운데) 주재로 '건설현장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TBM) 우수활동 영상 콘텐츠 공모전' 시상식이 열렸다. 이성희 차관 왼쪽은 안종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 노동부 제공지난 19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는 '건설현장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TBM)' 우수활동 영상 콘텐츠 공모전' 시상식이 열렸다.
TBM(Tool Box Meeting)은 작업 직전에 현장 근처에서 작업반장 등 관리감독자를 중심으로 작업자들이 모여 당일 작업 내용과 안전한 작업 방법을 서로 확인하고 주지하는 활동을 말한다.
지난해 7월 13일 발표한 '경제 형벌규정 개선 추진계획'에서 "'중대재해처벌법' 등으로 기업활동에 대한 불안과 애로가 증대하고 있다"고 주장한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는 게 TBM이다.
처벌과 규제 중심 정책보다는 자율적 예방 노력 즉, 자기 규율 예방 체계가 사망 사고를 줄이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것인데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말 공개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핵심이다.
이번 공모전에서는 국내 주요 건설사 소속 사업장 9곳이 TBM 우수 활동 사례로 선정돼 대상인 노동부 장관상과 한국산업안전공단 이사장상 등을 받았다.
그런데 이 가운데 5곳이 지난해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1명 이상 사망 사고를 낸 상위 100대 건설사 소속이었다.
노동부 "건설사보다는 개별 사업장에 초점 맞춰" 해명
스마트이미지 제공삼성물산(대상)을 비롯해 롯데건설과 씨제이대한통운(이상 우수상), 대우건설과 에스케이에코플랜트(이상 입선)다.
특히, 국토교통부와 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롯데건설과 대우건설은 각각 5명과 4명이 숨져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8명이 목숨을 잃은 디엘이앤씨 못지않게 '악명'이 높은 건설사다.
대형 건설사 시공 현장에서 빈발하는 사망 사고로 여론이 들끓자, 노동부는 지난달 말 디엘이엔씨 본사 압수수색에 나서기도 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누리집 캡처노동부는 이번 공모전 수상 영상들이 중소 규모 건설현장에서 중대 재해를 감축하는 데 적극 활용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사망 사고로 사회적 지탄을 받는 대형 건설사 소속 사업장 영상이 중소 규모 건설현장에 버젓이 우수 사례로 소개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질 판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공모전 심사 과정에서 중대재해 발생 여부를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회사보다는 개별 사업장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한노총 "응모 건설사 후안무치, 상 준 노동부도 한심"
"그러면 디엘이앤씨 소속 사업장도 수상 가능성이 있었느냐"는 물음에 이 관계자는 "그런 건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게다가 우수상을 받은 롯데건설 사업장이 용인 보정동 공동주택 개발사업이라는 사실도 회사보다는 개별 사업장에 초점을 맞췄다는 노동부 관계자 해명의 설득력을 떨어뜨린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롯데건설 최초의 사망 사고가 바로 지난해 6월 30일 용인 보정동 공동주택 개발사업 현장에서 발생한 60대 노동자 익사였기 때문이다.
자율적 예방 노력을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의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중대재해처벌법 개악'이자 '생명 안전 후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노동계는 '기가 차다'는 반응이다.
한국노총 이지현 대변인은 "사망 사고를 내고도 응모한 건설사들은 후안무치의 전형이며, 상을 준 노동부도 한심하기가 이를 데 없다"고 맹비난했다.
노동부는 최소한 일정 기간 내 사망 사고가 발생한 건설사 소속 사업장은 응모를 제한해야 했고, 해당 건설사 소속 사업장은 자중해야 마땅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