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에 패배한 남자 배구. 연합뉴스개회식이 열리기도 전에 짐을 싸야 한다. 시작부터 불안했던 한국 남자 배구 대표팀이 결국 12강전에서 미끄러졌다.
임도헌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2일 중국 섬유 도시 스포츠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파키스탄과 12강전에서 세트 스코어 0 대 3(19-25, 22-25, 21-25) 완패를 당했다. 2006년 도하 대회 이후 17년 만의 금메달을 노려봤지만, 현실은 메달권 근처에도 가지 못한 수준이었다.
앞선 조별 리그 C조에서 한국은 세계 랭킹 27위로 가장 순위가 높아 강팀으로 꼽혔다. 뒤를 잇는 인도가 73위, 캄보디아는 순위에 집계되지 않은 배구 변방 국가다. 당초 C조 1위는 한국이 따놓은 당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조별 리그에서 1승 1패를 거둬 C조 2위로 간신히 12강에 안착했다. 1차전에서 비교적 약체로 꼽힌 인도에 당한 일격이 뼈아팠다. 블로킹(6-12)에서 무려 2배나 밀렸고, 범실(36-17)은 2배 가까이 쏟아낼 정도로 경기 내내 고전했다.
남자 배구 패배. 연합뉴스한국 입장에서는 충격적인 패배였고, 승리한 인도는 현지에서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인도 매체 'fitsportsindia'는 경기 후 "인도가 조별 리그에서 한국을 꺾고 역사를 썼다"면서 "3회 우승을 차지했던 한국을 상대로 승리한 만큼 인도 선수들의 자신감이 올라갔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의 말처럼 한국은 아시안게임에서 3차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978년 방콕 대회에서 첫 금메달을 획득했고, 2002년 부산과 2006년 도하 대회에서 2회 연속 정상에 오르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최근에는 3회 연속 금메달 사냥에 실패했지만 메달권에 들기는 했다. 2010년 광저우과 2014년 인천 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냈고,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서는 메달은커녕 토너먼트 첫 관문에서부터 무릎을 꿇었다.
남자 배구 탈락. 연합뉴스
12강전 상대에 대한 분석은 나름 적중했다. 임 감독은 파키스탄에 대해 "확실히 신장이 좋은 팀"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파해법은 전혀 강구하지 못했다. 이날 파키스탄과 블로킹(5-9) 싸움에서 크게 밀렸고, 공격 득점(34-45)에서도 열세를 보였다. 인도와 조별 리그 1차전에서 드러낸 약점을 이번에도 감추지 못했다.
배구 변방인 캄보디아와 2차전 승리는 무의미하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세계 랭킹이 한참 낮은 인도와 파키스탄에게 모두 패배를 떠안는 수모를 당했다. 약 20년 전 아시아 배구를 호령하던 한국 남자 배구는 이제 명함조차 들이밀기 힘든 수준으로 전락했다.
1962년 자카르타 대회(5위) 이후 무려 61년 만의 노메달이다. 1966년 방콕 대회부터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까지 14회 연속 메달권 안에 들었지만 이번에는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세계는 물론 아시아에서도 이제는 약체라는 평가를 피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