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호(28)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공사장 추락사고로 뇌사에 빠진 제주 청년이 4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의 천사가 됐다.
25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과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7일 오후 4시 21분쯤 제주시 조천읍 한 공동주택 공사장 1층에서 일하던 구경호(28)씨가 5m 아래 지하로 추락했다.
추락 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쳐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된 구씨는 닥터헬기로 제주한라병원으로 이송됐다. 구씨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가 됐다.
구씨의 부모는 장기 기증을 결심했다. 아들의 버킷리스트 메모 중 '장기 기증'이 적혀 있던 것이다. 아들의 소원대로 지난달 13일 심장과 간장, 좌우 신장을 기증해 4명의 생명을 살렸다.
2남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구씨는 자신의 사업장을 꾸리고 싶었다. 꿈을 이루기 위해 평일에는 건설업을 하며 착실히 저축했다. 주말에는 어머니 김밥 가게 일을 돕는 착한 아들이었다.
구씨의 어머니는 "네가 떠나고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사실이 너무 슬플 거 같아서 기증을 결심했어. 나도 너와 같이 기증할 거라고 웃으면서 약속하고 왔다"라고 사랑의 인사를 전했다.
"네가 고생만 하고 떠난 것 같아서 미안해. 하늘나라에서 행복하게 지내"라고 덧붙였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관계자는 "기증자의 소중한 생명 나눔으로 고통 받던 장기 기능 부전 환자 4명에게 새 생명의 기회가 주어졌다. 기증자와 기증자 유가족에게 정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