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 연합뉴스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에 결정적인 명분을 제공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오염수 논란의 핵심이랄 수 있는 '오염수 샘플' 채취를 놓고 교묘한 설명을 내놓고 있다.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은 26일부터 이틀간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리고 있는 IAEA 67차 정기 총회에서 일본 오염수 샘플 등과 관련된 입장을 발표했다.
오염수 샘플은 IAEA가 130만톤에 이르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가 생태계에 무해한지를 검증하는데 사용된 시료다.
IAEA는 방사성 물질을 걸러내는 도쿄전력의 ALPS(다핵종처리시설)를 통과한 시료를 단 한 차례 채취해 분석한 결과를 가지고 원전 오염수 방류에 문제없다는 최종 보고서를 냈었다.
비판자들은 IAEA가 직접 채취하지 않고 도쿄전력이 채취한 시료를 받아서 검증한 만큼 직접 채취한 시료를 분석하는 것이 신뢰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는 주장을 해왔었다.
IAEA와 도쿄전력은 그 때 마다 샘플 채취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런데 IAEA 홈페이지에 게재된 그로시 총장의 67차 정기총회 모두 발언 원고에 따르면 그는 이 샘플 채취와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후쿠시마 제1원전 발전소에 IAEA 사무소를 설치했습니다. IAEA는 일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방류(된 물)에서
데이터를 독립적으로 수집, 평가, 보고를 계속할 것입니다.
이러한 독립적인 샘플채취(sampling)와 공정한 분석 및 점검 활동은 수십 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방출 기간 동안 계속될 것입니다."
IAEA 조안 리우 정보통신관도 별도의 보도자료를 통해 그로시 총장이 "IAEA는 그곳의 상황을 독립적으로 감시, 샘플채취, 평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IAEA홈페이지 캡처이처럼 IAEA와 그로시 총장이 국제 사회에 후쿠시마 오염수 검증 때 시료를 '독립적'으로 채취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는 어폐가 있는 표현이다.
샘플 채취 과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IAEA가 지난 5월 31일 발표한 관련 6차 보고서 10페이지에 기술돼 있다.
IAEA는 샘플 채취를 지난해 3월 24일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수 탱크 야적장에 진행했다.
그러나 시료 채취 작업은 IAEA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도쿄전력측이 진행했다. 더욱이 그 때 확보한 시료를 IAEA는 현장에서 수거하지 않고 5개월이 지난 뒤 국제배달 서비스를 통해 전달받았다.
비판자들은 IAEA가 이 같이 시료를 간접적으로 채취하고, 간접적으로 전달받았다는 점과, 도교전력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 과정에서 여러 차례 거짓말하고 은폐하고, 속였다는 점 등을 들어 '직접적' 샘플 채취를 요구해왔던 것이다.
이 같은 사정을 안 때문인지 이번 그로시 총장의 언급에 대해 일본 언론도 '독립적 샘플 채취'로는 보도하지 않았다.
교토통신은 이날 관련 기사에서 그로시 총장이 '
독립적 감시'를 실시했다고 말했다고 썼다.
NHK도 "IAEA가
독립된 입장에서 상황의 평가나 분석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지지통신도 "그로시 사무총장이
독립적인 입장에서 감시와 평가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고 기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