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 10m 공기소총 혼성 경기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박하준과 이은서. 연합뉴스취재진 "박하준 선수,이번 대회 메달 3개째잖아요?"이은서 "부럽다"박하준 "금메달 하나로 바꿀 수 있으면…"
26일 중국 항저우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에서 개최된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사격 혼성 10m 공기소총 동메달 결정전은 사격 종목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준 '역대급' 명승부였다.
박하준과 이은서가 출전한 한국 대표팀은 최근 사격 강국으로 도약하고 있는 인도의 판와르 디비안시-라미타와 동메달을 놓고 다퉜다.
경기는 각 팀 선수 2명이 한 차례씩 총을 발사해 라운드별 합산 점수가 높은 팀이 2점을 획득하고 동점 시 1점씩 나눠갖는 방식으로 먼저 16점에 도달하는 나라가 이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대표팀은 첫 4판을 모두 패해 스코어 0-8로 밀렸다. 초반에 일방적으로 밀리면서 패색이 짙어 보였다.
그러나 박하준-이은서는 집중력을 회복해 9-9 동점을 만드는 저력을 발휘했다. 다시 인도에 11-15로 밀렸지만 강력한 뒷심으로 15점 동점을 이뤘다.
이후 두 나라가 1점씩 나눠 갖는 접전이 계속 됐다. 18-18에서 펼쳐진 승부에서 이은서가 10.8을, 박하준이 10.7을 나란히 쏴 인도에 대역전승을 거뒀다.
혼성 경기에 나설 예정이었던 조은영이 목 디스크 증세를 보여 이은서로 교체되는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두 선수는 의기투합해 한국 사격의 저력을 널리 과시했다.
전날 남자 10m 공기소총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나란히 은메달을 획득해 이번 대회 세 번째 메달을 거머쥔 박하준은 "너무 이기고 싶었고 상대가 라이벌이라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막판 뒷심을 발휘한 원동력을 묻는 질문에는 "파트너한테 피해만 주지 말자고 생각했다. 근데 파트너가 너무 잘해줘서 이길 수 있었다"고 답하며 웃었다.
초반에 점수가 많이 벌어졌지만 이은서는 당황하지 않았다. "우리도 나쁘지 않게 쏘고 있었다. (도달) 점수도 많이 남았고 경기가 안 끝났기 때문에 후반부에 우리 것을 하면 잡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했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출전에 대해서는 "생각지도 못하게 현지에서 바뀐 거라 부담이 많이 됐고 긴장도 많이 했다. 그래도 동생들 몫을 해야 된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박하준. 연합뉴스이은서. 연합뉴스스코어 15-15부터 펼쳐진 살얼음판 승부는 사격장을 찾은 모두를 숨죽이게 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이은서는 "심장이 튀어나올 뻔 했다"며 웃었고 박하준도 "평소보다 심장이 한 2~3배는 더 빨리 뛰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결정적인 순간 마음을 비운 것이 주효했다. 이은서는 "우리가 못 쏜 게 아닌데 인도 선수들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쏘더라. 그래서 이 정도까지 됐으면 이제는 즐기는 사람이 이기겠다 싶어서 동생한테도 우리 한 번 해보자, 그렇게 얘기하고 최대한 제 경기에 집중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한편, 박하준의 소속팀 KT의 송남준 감독은 "사격이 이런 피가 마르는 매력이 있다는 것을 박하준 선수가 잘 보여줬다. 당연한 결과란 없다. 마지막 발까지 아무도 모른다. 어린 선수임에도 타이트한 상황에서 당차게 이겨내줬다. 자랑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