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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도 바꿔도 소용 없다? 후회 남지 않으려면"

정치 일반

    "선거제도 바꿔도 소용 없다? 후회 남지 않으려면"

    7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 아직 선거제 미정
    민주 '비례 확대' vs 국힘 '21대 총선 전으로'
    일본 중의원 선거, 94년에 소선거구제로 개편
    중선거구제가 부패 원인? 제도 바꿔도 그대로
    무조건 반대나 개편으로는 정치 발전 어려워
    선거제 바꿔서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 생각해야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김민하 시사평론가    

    ◇ 채선아> 일본이라는 오답 노트를 통해서 우리 사회 문제의 해법을 찾아보는 시간, 김민하 평론가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민하> 안녕하세요.
       
    ◇ 채선아> 오늘은 선거제도 얘기를 좀 해보려고 하는데요. 내년 4월에 치러질 22대 총선이 7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이잖아요. 그런데 국회에서 어떻게 치를지 명확하게 결정을 못 내리고 있어요. 아예 '21대 총선 이전으로 돌아가자' 이런 주장도 나오더라고요.

    ◆ 김민하> 20대 국회에서 선거법을 개정하지 않았습니까? 그전의 선거제도에서는 정당 투표 결과와 지역구 의원들이 뽑힌 숫자를 비교해보면 정당 투표를 통해서 국민의힘하고 민주당이 얻은 득표를 의원 수 숫자에 적용했을 때와 지역구에서 뽑힌 의원들의 숫자가 차이가 컸다는 거죠. 그러니까 이 차이를 메꿔서 국민들의 지지를 받은 만큼 정당이 의원 숫자를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게 선거법 개정의 맥락이었거든요.

    그래서 21대 총선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해서 투표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거대 양당인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위성 정당을 따로 창당해서 합치는 바람에 이 제도가 무력화됐어요. 이번에 똑같은 방식으로 총선을 치르면 또 위성 정당을 만들 거잖아요. 그걸 막기 위해 제도를 바꿔야 되지 않겠느냐고 해서 재개정 논의가 시작된 겁니다.
       
    ◇ 채선아> 민주당과 국민의힘 입장이 다르죠.

     
    ◆ 김민하> 더불어민주당은 현행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면서 3개 권역별로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서 비례 의석수를 확대하자고 주장하고 있어요. 반대로 국민의힘은 애초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것 자체가 잘못이다. 그러니까 21대 국회에서 개정하기 전에 우리가 익히 알던 병립형 비례대표 소선거구제, 그러니까 지역구로 의원을 뽑고 정당 투표로 한 표 던지면 비례대표를 뽑는 제도로 돌아가자는 겁니다. 그러면 선택지가 이전으로 돌아가거나 조금 바꿔서 하거나 두 가지가 있는데요. 양당이 협상을 하지만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아직도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른다는 거죠.

    ◇ 채선아> 이렇게 선거제 개편 논의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오늘 일본의 선거제도를 살펴보려고 하는데 우리 선거제도와는 많이 다르죠?

    ◆ 김민하> 시스템이 많이 다릅니다. 일본은 기본적으로 내각제죠. 중의원, 참의원이 있는 양원제로 운영되는데요. 상원이나 참의원 같은 시스템의 경우에는 선출 방식이 좀 달라요. 참의원의 경우에는 중대선거구제고 전국단위명부 비례대표제를 하는데요. 우리가 선거제도 개선을 얘기할 때 중요한 건 하원이나 중의원입니다. 왜냐하면 예를 들어 영국의 상원은 원래 귀족들이 갖고 있던 지위가 있기 때문에 이어지는 거고, 미국도 각 주를 대표하는 의원들이 필요해서 상원이 있고 사람들이 정말로 자기의 대표를 뽑는 건 하원이에요. 일본의 경우에도 중의원이 그 역할을 합니다.
       
    ◇ 채선아> 그 중의원 선거 제도는 어떻게 돼있나요?

     ◆ 김민하> 중의원의 경우에 우리나라와 비슷한 병립형 비례대표제와 소선거구제, 그러니까 우리가 20대 국회에서 선거법 개정하기 이전의 시스템과 거의 똑같은 시스템을 갖고 있는데요. 이게 1994년에 이런 형태로 바뀐 결과예요. 그 이전에는 중선거구제로 중의원을 선출했습니다. 다만 우리하고 좀 다른 점은 석패율제라는 게 있거든요. 우리는 지역구로 출마한 사람이 같은 선거에 비례대표로 다시 출마하는 경우가 없잖아요. 그런데 일본은 이걸 허용합니다. 내가 지역구에 출마해서 떨어져도 비례대표 후보로 먼저 등록해놓은 게 있어서 부활할 수 있는 시스템이에요.

    ◇ 채선아> 이름을 이중으로 올릴 수가 있어요?

    ◆ 김민하> 그걸 허용한 제도입니다. 같은 순위에 여러 명이 등록할 수 있어요. 지역구에서 떨어지면 같은 순위에 있는 수많은 낙선자들과 누가 비례대표 의석을 가져갈 것인지를 두고 경쟁해야 돼요. 그런데 그걸 가르는 기준은 가장 아깝게 떨어진 사람에게 의석을 줍니다. 그래서 이름이 석패율제예요. 이 제도가 왜 생겼냐면 1994년 당시 중대선거구제를 소선구제로 개편하면서 지역구 의원들이 반발했거든요. "지역구가 달라지니까 그럼 내 의석이 없어지네."라고 반발을 했는데 "아니다. 살아날 수 있다"고 얘기를 하면서 석패율제를 도입했어요. 이게 우리나라랑 좀 다른 지점입니다.
       
    ◇ 채선아> 또 신기한 게, 일본은 투표용지에 이름을 직접 쓰게 돼 있더라고요.


    ◆ 김민하> 투표용지에 정당과 후보자 이름을 적습니다. 이런 사례가 세계적으로 거의 없어요. 게다가 일본은 한자도 쓰고 히라가나도 쓰고 가타카나도 쓰고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요. 그래서 '안분표'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유권자가 쓴 이름이 뭔지 애매할 경우에는 정당이 득표한 비율대로 이 표는 나눠 가져라 이런 거거든요. 예를 들면, 1에 해당하는 이 한 표를 가지고 어디는 0.3, 어디는 0.2, 0.5 이렇게 나눠 가지는 거예요. 애매하게 민주당이라고 쓰면 입헌 민주당, 국민 민주당이 나눠가져야 되는 거죠.

    ◇ 채선아> 굉장히 복잡한데요.
       
    ◆ 김민하> 사람 이름으로 가면 좀 더 이상해지는데요. 동명이인도 있을 수가 있고 성만 같은 사람도 있을 수가 있고요. 실제로 다나카 켄이라는 후보가 2020년 4월에 보궐선거에서 유력 후보로 출마했거든요. 당시에 아주 소수 정당인 'NHK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당'에서 완전히 이름이 같은 다나카 켄이라는 후보를 일부러 공천했어요. 원래 유명세가 있는 다나카 켄이라는 사람에게 묻어가면서 애매해지면 '안분표'를 통해 원래 자기들이 다른 후보를 출마시켰던 것보다 더 많은 득표를 할 수 있다는 전략이었던 건데 선관위 입장에서는 이렇게 악의적으로 출마시킨 것도 다 인정해줄 수 없잖아요. 그래서 나이를 같이 기입한 경우에는 '안분표' 처리를 안하겠다고 해요. 그러다보니 원래 출마한 다나카 켄 지지자들이 다나카 켄(42세) 운동을 펼쳤습니다. 후보 포스터에도 다나카 켄(42세)라고 쓰여있어요. 나이 42세를 꼭 적어야지 온전히 한 표로 인정이 된다는 거죠. 이변 없이 이 후보가 이겨서 해프닝으로 끝났는데 참 신기한 나라입니다.

     
    ◇ 채선아> 일본은 1994년도에 선거제도를 중대선거구제에서 소선거구제로 바꿨다고 하셨잖아요. 그 당시에 중대선거구제가 아니라 소선거구제를 택한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 김민하> 일본 사람들이 볼 때 정치가 부패했다, 개혁을 해야 된다, 개혁을 하려면 선거 제도를 바꿔야 된다는 여론이 상당히 커졌기 때문인데요. 결정적인 계기가 록히드 사건이었어요. 미국의 록히드사라고 군용기를 만드는 회사가 195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까지 각 나라의 정치권에 우리 항공기를 도입해 달라며 뇌물을 뿌리는 로비를 한 거예요. 이 진행상황이 좀 이상하다는 의혹이 시작되고 뇌물이 오가는 로비의 결과란 일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커진 겁니다.
       
    특히 1974년도에 '문예춘추'라는 주간지에 당시 총리였던 다나카 가쿠에이의 관련 비리를 폭로한 기사가 실립니다. 그래서 총리가 이 문제 때문에 사임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요. 일본은 내각제여서 국민이 총리를 국민이 선출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우리나라로 따지면 대통령 같은, 국가의 지도자가 뇌물 사건에 연루돼가지고 직을 던지는 사건이 일어난 거예요.
       
    그런데 그 뒤로도 다나카 가쿠에이가 '어둠의 쇼군'이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여당 내부를 쥐락펴락하는데 이 얘기가 세간에 다 알려집니다. 그러니까 이런 정치인을 가만두면 되겠냐라는 여론이 형성되고요. 이걸로 끝났으면 또 모르겠는데 비슷한 비리 사건들이 자민당에 계속 일어나요. 그러면서 선거제도 개혁 여론에 불이 붙은 거죠.

    ◇ 채선아> 이런 부정부패 사건들이 중대선거구제 때문에 일어났다고 보고 있는 거예요?



    ◆ 김민하> 부정부패 사건에 왜 중선거구제가 문제일까 생각할 수 있는데요. 중대선거구제는 하나의 선거구에서 여러 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거 아닙니까? 예를 들면 자민당의 경우에는 파벌 싸움이 굉장히 심하고 파벌이 어느 정도 공식화돼 있는 집단이에요. 그러니까 당내 당이 여러 개가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지역구에서 의원을 5명 뽑는데 3명은 당선될 수 있는 지역구라고 하면 각 파벌에서 나눠 먹기로 1명씩 공천하는 거예요. 3개 파벌에서요. 그래서 이 3개 파벌이 3명 정도는 기본으로 당선을 가져가는 겁니다. 그러니까 자민당 파벌의 부패 문제가 개선되려면 한 지역구에서 여러 명 공천하는 시스템을 없애고 당에서 한 명만 공천하게 둬서 깨끗한 사람을 공천할 수 있도록 강제해야 된다는 논리가 등장한 것입니다.
       
    그다음에 돈을 모으기 위해 정치, 관료, 기업이 서로 삼각동맹을 맺는다. 관료는 기업이 필요한 일을 해주고 정치인은 관료한테 기업의 로비를 받고 관료는 양쪽에서 로비를 받는 서로서로 챙겨주는 삼각동맹이 시스템에서 탄생했기 때문에 이런 시스템을 박살내는 것이 중선거구제를 소선거구제로 바꾸는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은 거예요.
     
    ◇ 채선아> 반면에 소선거구제 역시 약점이 많다는 지적이 있잖아요. 
       
    ◆ 김민하> 유명한 '뒤베르제의 법칙'이라는 게 있어요. 소선거구제는 1등만 당선되고 1등이 아닌 후보한테 던진 표는 사표가 되는 거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소선거구제가 양당제를 강화하는 효과가 나온다, 그리고 중대선거구제나 다른 비례대표제 등의 제도는 다당제에 어느 정도 기여한다는 건데요. 우리가 양당제냐 다당제냐를 얘기를 하면 '그래도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는 다당제가 좋은 거 아니야?' 이렇게 생각할 수 있으니까 소선거구제의 한계가 거기서 지적되는 거거든요. 그렇지만 앞서 논의를 쭉 봤듯이 일본의 경우에는 다른 논의 속에서 소선거구제가 도입이 된 거예요.
     
    그런데 소선거구제를 도입해서 애초의 목표를 이뤘냐하면 파벌의 영향력은 약화됐지만 아직도 파벌이 있습니다. 그리고 파벌의 영향이 강력합니다. 내각을 바꿀 때 파벌을 안배해가지고 바꿉니다. 아직도 있기 때문에 기대했던 효과는 없는 거 아니냐는 얘기가 일본에서도 있고요. 오히려 소선거구제 때문에 총재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다른 방식의 부작용으로도 나타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 채선아> 일본 같은 내각제에서는 여당의 총재가 곧 총리이고 우리로 치면 대통령인 거잖아요.

    ◆ 김민하> 그렇죠. 총재의 권한이 강화됐다는 건 그들이 여당일 때 총리의 권한이 강화됐다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그러니까 '아베 1강'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아베 총리에게 권한이 집중된 건 소선거구제로 개혁을 해서 그렇게 된 측면도 있는 겁니다. 자민당 안에서 파벌 간에 안배를 하는 게 아니라 아베 신조 맘대로 공천을 하면서 아베 파벌이 가장 커집니다. 결국 여당 총재가 가장 힘이 세고 총리가 가장 힘이 센 거죠. 개혁을 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개혁이 아닌 것들을 추진하다 보니까 일본 정치에 좋은 영향만은 아니라는 얘기가 나오는 거예요.
       
    ◇ 채선아> 부패 문제는 해결이 됐나요?

    ◆ 김민하> 아베 신조 때도 비리가 있었습니다. 가케학원 스캔들, 모리토모 스캔들 등등. 심지어 영화로도 제작됐습니다. 우리나라 심은경 배우가 주연한 신문기자라는 영화가 있잖아요. 이 아베 신조와 연루된 비리사건에 대한 일본 언론의 추적기를 다룬 영화거든요. 결국 부패가 사라지지가 않고 다른 방식으로 또 나오는 거죠. 그래서 이렇게 바꿔봐야 소용없는 거 아니냐, 선거제도 개혁 왜 했냐 이런 후회가 남는 겁니다.
       
    ◇ 채선아> 이런 일본의 선거 제도를 보면서 우리는 뭘 배워야 할까요?

    ◆ 김민하> 어떤 제도가 문제라는 이유로 그 반대를 택하는 걸로는 안 되는 거고요. 제도 도입하는 걸로 "이제 됐다" 하는 게 아니라 제도 도입을 왜 하려고 했는지 목적의식을 잃지 않고 이 목적을 달성하려고 노력하는 게 오히려 훨씬 중요합니다. 그 점을 우리가 인식하지 않으면 선거 제도를 계속 바꿔봐야 소용없을 수도 있습니다.

    ◇ 채선아> 우리 국회도 눈앞의 표나 의석수 계산보다는 선거제를 통해 무엇을 이룰 것인가 그 목적을 잘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여기까지 일본이란 오답 노트, 김민하 시사평론가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민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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