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긴축 장기화 우려로 코스피가 2% 이상 급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연고점을 경신한 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종가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전망에 채권 금리와 달러 가치가 급등하고, 증시 주요 지수가 급락하는 등 추석 연휴 직후에도 금융시장에 불안한 흐름이 이어졌다. 한국은행은 필요할 경우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14.2원 급등한 1363.5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작년 11월 10일(1377.5원) 이후 10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최근 6거래일 동안의 상승폭만 33.4원에 달한다. 내년에도 기준금리가 연 5%를 웃도는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연준의 최신 전망과 맞물려 연휴 기간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달러 가치도 치솟은 게 환율 급등의 주요 배경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채권 금리의 기준점으로 여겨지는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3일(현지시간) 연 4.8%를 돌파하며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4.5%선에서 움직이던 금리가 급등한 것이다. 이에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평균적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도 작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107선에 도달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문제는 금리"라며 "연준 인사들의 발언과 고용지표가 고금리, 강달러를 유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연구원은 "미셸 보우먼 연준 이사와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추가 긴축을 요구하는 입장을 표명했으며,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 역시 고금리를 오랜 기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전반적으로 이번 연휴 기간 중 연준 인사들의 발언은 매파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미국 구인구직보고서(JOLTS) 상 8월 민간기업 구인건수가 예상을 웃도는 961만명으로 나타나 고용시장의 견조함을 시사했다는 점도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스마트이미지 제공고금리 부담에 위험자산 투자심리는 극도로 위축되면서 4일 코스피 지수와 코스닥 지수는 각각 2%, 4%대 급락세를 보였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9.38포인트(2.41%) 하락한 2405.69에 마감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4050억 원, 4695억 원 어치를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코스닥 지수도 외국인과 기관 매도세에 33.62포인트(4.00%) 밀리면서 807.40에 거래를 마쳤다.
강재현 SK증권 연구원은 "시장을 짓누르고 있는 금리를 끌어내릴 만한 호재를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라며 "한마디로 시장은 현재 극한의 공포에 지배당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금요일에는 미국 고용 지표가 발표될 예정"이라며 "현재 시장의 하락은 단기 반등을 바라 보는 매수 기회로 삼아 볼 법도 하지만, 금요일 데이터 확인 후 액션을 취해도 늦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조언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이날 오전 유상대 부총재 주재로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유 부총재는 "각별한 경계감을 갖고 국내 가격변수, 자본 유출입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필요시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