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사이트 '다음' 홈페이지 캡처 정부는 최근 포털사이트 다음(Daum)에서 중국 축구팀을 향해 이뤄진 비정상적 응원투표를 '
해외 세력에 의한 조작'이라고 규정했다.
그런데 정부가 이렇게 해외 세력을 배후로 지목한 근거는 단지 서버 기록에 '외국 IP'가 남았다는 점뿐이었던 것으로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드러났다.
투표조작에 가상사설망 VPN이 쓰였다면 국내 이용자가 외국 IP로 우회 접속했을 가능성도 적잖지만, 해외 세력이라고 범위를 좁혀 공포심을 부추기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해외 세력' 단정하더니…"국내일 수도 있다"
정부는 지난 4일 "
해외 세력이 가상망인 VPN을 악용해
국내 네티즌인 것처럼 우회 접속하는 수법과 컴퓨터가 같은 작업을 자동 반복하게 하는
매크로 조작 수법을 활용해 중국을 응원하는 댓글을 대량 생성했다"고 밝혔다.
포털사이트 다음에 올랐던 응원투표 약 3130만건을 방송통신위원회가 긴급 분석했고, 그 결과를 국무조정실이 정리해 배포하면서 전해진 얘기다.
이는 앞서 국민의힘이 이 응원투표와 줄곧 비견했던 중국 공산당의 국내 선거 개입설과 엮이면서 '해외 세력이 여론을 조작했다'는 서사를 완성했다.
조작의 주체가 해외 세력이라고 어떻게 단정할 수 있었을까.
각 부처 당국자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의문의 외국 IP 2건'이 투표를 주도했다는 점 하나만을 근거로 삼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이 외국 IP들이
방통위 분석처럼 가상망 VPN에 쓰인 거라면 꼭 '해외 세력'의 소행이라고만 볼 수 없다는 점. 국내에서 외국 IP로 우회 접속했을 가능성도 적잖다.
특히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중국 쪽에 몰표 넣는 중"이라며 자신을 응원 투표 조작의 당사자로 소개했던 한국인 추정 네티즌의 글이 올라왔던 사실을 고려하면 '국내발(發)'일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
디시인사이드 캡처국무조정실 관계자 역시 5일 CBS노컷뉴스 취재진 지적에 "방통위에서 자료를 받아 보도자료를 냈던 부분이지만 해외 세력이 어딘지 특정이 된 건 아니다"라며 "(조작 주체가)
국내일 수도, 해외일 수도 있다"고 인정했다.다만 해외 세력이라는 불확실한 표현은 국무조정실 차원에서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 측은 외국 IP 2건이 조작에 동원된 것으로 의심된다는 다음 측 자료를 국무조정실에 전달했을 뿐이라고 했다. 다음 운영사인 카카오 관계자도 "해외 IP가 활용됐다는 점 때문에 정부에서 그렇게 언급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