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서울 강서구 가양역사거리 교차로에 게재된 정당 현수막들. 양형욱 기자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운동이 한창인 지난 6일 서울 강서구의 한 대로변. 시민들이 자주 다니는 지하철역 근처에만 현수막이 무려 7개나 걸려 있다. 인근 교차로에도 현수막이 6개, 강서구청 일대에는 5개가 바람에 나부꼈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강모(25)씨는 "현수막 같은 것은 솔직히 아예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요즘 핸드폰으로도 다 볼 수 있는데 굳이 따로 설치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후보의 얼굴과 이름만 적힐 정도로 조그마한 선거 벽보부터 5층짜리 건물 절반을 가득 메운 대형 현수막까지 크기도 각양각색이었다. 구청 앞에는 '사전투표 했는데 조작된 투표자가 나왔다'는 내용의 똑같은 현수막 세 개가 연거푸 게재되어 있어 눈에 띄었다.
보행자의 시야를 가릴 높이로 깔린 현수막들은 없었지만, 일부 현수막들은 대로변 주변에 놓인 화단을 가려 동네 미관을 해치기도 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후보들의 선거 벽보. 양형욱 기자지난 6일 서울 강서구 일대에서 발견한 한 정치인의 현수막이 5층 짜리 건물 절반을 가리고 있다. 양형욱 기자 서울 강서구 강서구청 대로변에 똑같은 내용의 정당 현수막들이 연거푸 걸려 있었다. 양형욱 기자서울 종로구, 서대문구, 마포구 일대도 사정은 마찬가지. 횡단보도 주변에는 어김없이 2~3개의 정당 현수막들이 걸려 있었다. 소수 정당의 현수막까지 걸리면 현수막 개수는 5~6개까지 늘기도 했다.
이 많은 현수막들은 다 어디로 갈까. 추석 연휴가 끝난 지 이틀째인 이날, 연휴 동안 서울 거리를 점령했던 '추석 인사' 정당현수막들은 일부만 남겨진 채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대로변 화단을 가린 정당현수막. 양형욱 기자정당과 지자체, 현수막 철거업체 등으로부터 수거된 현수막들은 모조리 쓰레기장으로 향한다. 이중 극히 일부만 폐기물 재활용 센터를 통해 재활용된다.
폐기물 처리업체 관계자 김모씨는 추석 연휴 이후 처리해야할 양이 세 배 정도 늘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물론 (정치인의) 자기 홍보지만 명절 때만 되면 (정당현수막이) 너무 많이 걸린다. 명절 때 수거량이 어마어마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일반 천은 재활용할 수 있지만, (정당 현수막은) 나염으로 인쇄가 되어 있어 대부분은 폐기하게 된다"며 "많은 양이 소각장이나 열병합발전소로 가게 된다"고 덧붙였다.
구청 직원들은 추석 전후로 지역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불법 현수막을 철거하는 일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보통은 합법적으로 걸려 있는데 위법한 현수막은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서 질의한 후 철거한다"며 "저희 직원뿐만 아니라 불법 현수막을 수거하는 주민들이 같이 (불법 현수막 수거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복되는 '현수막 공해'는 해마다 나아지지 않은 채, 어느덧 다음해 총선을 앞두고 있다. 정당현수막으로 골머리를 앓은 일부 지자체에서는 관련 조례를 통해 이 문제에 적극 대응하고 나섰다.
올산시의회는 지난달 26일 옥외광고물 조례 개정안을 공포·시행해 정당현수막을 강제철거하는 조문을 새로 만들었다. 인천광역시도 지난 5월 전국 최초로 옥외광고물 조례 개정을 통해 정당 현수막을 국회의원 선거구별 4개 이내로, 지정 게새대에만 설치하도록 해 현수막 설치를 제한했다.
그럼에도 일반 시민들과 지자체의 노력만으로는 선거철마다 이어지는 '현수막 공해'를 줄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이 먼저 나서서 친환경적인 홍보수단을 새로 만들고 선거철마다 현수막을 게시하는 관행을 점진적으로 바꿔야한다는 설명이다.
녹색연합 허승은 녹색사회팀장은 "정치인들이 현수막으로 정책을 전달하거나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시민들이 정당에 대한 지지도가 높아지고, 정치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나. 그렇지 않다"며 "정당 현수막이 과거 2~30년 전에는 유의미했을지라도 시대가 많이 변했는데 굳이 그 방법을 유지할 필요가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해외는 (현수막을 게시하는) 문화를 수준이 낮다고 봐서 걸지 않는다"며 "우리나라가 유독 심한데도 불구하고 개선할 노력을 하지 않는 정치권의 문제가 아주 심각하다"고 개선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