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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 없었던 런던총회…'신냉전 구도' 오염수 공방전[이정주의 질문]

IT/과학

    '알맹이' 없었던 런던총회…'신냉전 구도' 오염수 공방전[이정주의 질문]

    핵심요약

    ■ 방송 : CBS 라디오 '정다운의 뉴스톡 530'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정다운 앵커
    ■ 패널 : 이정주 기자


    [앵커]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 이후 '해양 폐기물 투기' 금지를 논의하는 런던협약 당사국 총회가 지난주에 끝났습니다.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해양 투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두고 참석한 국가들 사이에서 공방이 있었는데, 오염수 취재 담당인 이정주 기자 만나보겠습니다. 이 기자, 우리 방송에서도 몇 차례 런던협약 총회 관련 예고 방송을 했었는데요. 결과는 어땠나요?
     
    [기자] 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올해도 역시 도돌이표 공방전으로 끝났습니다. 런던협약 총회는 이달 초인 지난 2일부터 영국 런던에서 진행됐는데요. 정식 명칭은 국제해사기구(IMO) 주관 제45차 런던협약 및 제18차 런던의정서 총회입니다. 우리 시각으로 지난 5일 밤부터 6일 새벽까지 진행된 '방사성 폐기물의 관리에 관한 사항'(Matters related to the management of radioactive waste) 세션에서 오염수 관련 발언들이 나왔습니다. 
     
    [앵커] 총회가 열리 이전에 이미 우리 방송에서 언급했지만, 혹시 모르시는 청취자들을 위해 한 번 더 설명해주시죠. 런던협약의 취지가 해양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1975년 발효된 런던협약은 비행기와 선박, 그 밖의 해양 구조물에서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바다를 보호하자는 취지죠.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사태 이후 오염수 처리 문제가 불거지자, 일본은 오염수 해양 방류 쪽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이 때문에 런던협약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두고 2019년부터 우리 정부와 일본 정부의 신경전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IMO 제공IMO 제공
    [앵커] 우리 측은 오염수 방류가 결국 '해양 투기에 해당한다', 그래서 총회에서 논의하자는 반면 일본 측은 아니라고 반박하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핵심 쟁점인 '해양 투기' 여부에 대해선 결론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일본은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 알프스(ALPS)라는 처리 설비를 거쳐서 해저 터널에 설치한 파이프 라인으로 내보내고 있습니다. 이를 근거로 바다에 '투기'하는 게 아니라 해저 '파이프 라인'으로 방류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앞서 지난해 IMO 법률국은 당사국들 간 갈등이 고조되자, 해양투기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명확하지 않다(not certain)"는 애매한 입장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앵커] IMO 쪽은 발을 뺀 것처럼 보이네요. 
     
    [기자] 사실상 그렇게 해석됩니다. 다만 참석 당사국들 사이에 합의를 통해 총회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습니다. IMO 입장에선 특정 주장에 무게를 두지 않고, 총회에 참석하는 국가들 간 합의에 맡긴 거죠. 사실상 여론으로 해결하라며 개입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이번 총회에서 우리 정부 입장은 구체적으로 어땠나요?
     
    [기자] 해수부에 따르면 이번 총회에서 우리 측은 모든 당사국들이 런던의정서 2조와 3조1항을 준수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본은 오염수 처리와 방류를 해양 환경 보호 기준에서 요구하는 대로 안전하게 할 것을 요청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런던의정서 2조에는 해양환경 보호 의무 등 규정이 있는데 원론적인 부분을 강조한 겁니다.
     
    연합뉴스연합뉴스
    [앵커] 다른 나라들은 어떤 입장을 보였나요?
     
    [기자] 오염수 문제를 다루면서 저희가 방송에서 몇 차례 말씀드리기도 했는데요. 이미 오염수는 '과학'의 영역을 벗어난, '외교'의 영역으로 확대된 것처럼 확연히 '신냉전 구도'로 입장이 갈렸습니다. 기존 미‧중 패권싸움 속에서 지난해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과거 공산진영에 속했거나 색채가 남은 북한, 중국, 러시아와 미국, 영국 등 서방 국가의 대립 구도가 명확한 상탭니다. 이번 총회에서 화상으로 참석한 중국 측은 "오염수가 정말 안전하다면 일본이 바다에 버릴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했고, 러시아 측도 "런던협약 위반이라고 본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미국 측은 "일본 원전 오염수 관련 적절한 국제 논의의 장이 IAEA라고 보고 런던협약·런던의정서에서 논의할 필요가 없다"고 했습니다. 영국과 이탈리아 등도 미국과 비슷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앵커] 이런 애매한 상황 때문에 우리 정부가 이번에 드러낸 입장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있다고요? 
     
    [기자] 우리 정부는 오염수 방류 전부터 IAEA 보고서를 지지한다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면서 사실상 일본 측 주장을 동조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특히 이번 총회에선 이전 총회 때와 달리 오염수의 해양 배출이 해양 환경과 생태계, 주변국 건강과 안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는 취지의 언급을 하지 않아 주장의 강도가 약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지난 7월 초 IAEA 최종 보고서에서 오염수 방류가 "안전 기준을 충족한다"고 명시한 부분이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됩니다.
     
    [앵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이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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