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내년 총선의 전초전으로 불리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본투표가 11일 시작됐다. 역대 최고 사전투표율을 기록하며 유권자들의 관심이 고조된 가운데, 여야는 마지막까지 지지층의 투표참여를 호소하며 총력전을 벌였다. 선거구도가 일찌감치 '윤석열 대 이재명'의 대리전으로 설정되면서 결과에 따라 패배하는 쪽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본투표는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강서구 관내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진행된다. 지난 6~7일 실시된 사전투표율은 22.64%로 역대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를 통틀어 가장 높게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본투표를 포함한 투표율이 40%를 육박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번 보궐선거는 기초단체장 선거를 넘어 '미니 총선'급 평가를 받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사면과 복권 결정으로 출마한 김태우 후보가,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전략공천한 진교훈 후보가 맞붙는다는 점에서 '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가 설정됐기 때문이다. 양당 또한 매머드급 선대위원회와 지도부를 비롯한 당내 인사들이 총동원된 유세로 후보들을 총력 지원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당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박대출 정책위의장 등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 및 당내 인사들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하루 앞둔 10일 오후 서울 강서구 발산역 앞 광장에서 김태우 후보 당선을 위한 막바지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판세는 국민의힘에 불리하다는 평가가 높다. 강서구는 갑‧을‧병 지역구 현역 의원이 모두 민주당 소속이며, 지난 대선에서도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보다 높은 득표를 했던 여당의 '열세지역'으로 꼽힌다. 지난 21대 총선 당시 강서구 3개 지역구의 평균 득표율 격차는 18%(갑17.52%, 을 13.82% 병 23.37%)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이같은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격차가 두 자릿수 이상으로 벌어질 경우 지도부 책임론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총선을 앞둔 여당의 최대 화두인 '수도권 위기론'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김기현 지도부에 대한 비판이 분출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제기하는 비대위 체제 전환 주장에도 힘이 실릴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김 후보의 사면‧복권을 추진한 만큼 여당에 대한 대통령의 장악력이 약해질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초선의원은 "당초에 지도부에서는 공천을 안 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는데 대통령 특사로 김 후보가 출마한 것인 만큼 용산도 책임론을 피해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여당이 지더라도 득표율이 한 자릿수 이내로 줄어들어 박빙의 결과가 나올 경우 이른바 '졌지만 잘 싸웠다'는 의미부여가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진교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가 선거를 하루 앞둔 10일 오후 서울 강서구청 사거리에서 열린 막바지 집중 유세에서 홍익표 원내대표 등 현역 의원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반면 민주당이 패배하거나, 국민의힘과 비등한 득표율의 결과가 나온다면 야당의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안정을 찾는 듯 보였던 민주당의 계파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는 CBS라디오에서 "(민주당이 진다면) 이재명 대표는 정계에서 은퇴해야 한다"며 "(국민의힘이) 이 대표에 대해 욕만 하는 것으로도 선거의 판이 뒤집힌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비호감도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10일 여야 지도부는 대규모 유세전을 펴며 막판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힘 있는 구청장이 되어야 한다. 말로 아무리 해봐야 여당이 아니면 뭐 힘 있게 일이 해결되겠는가"라며 "김태우가 되면 집권당에서 팍팍 밀어드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도 "진 후보의 당선은 검찰정치를 그만두고 제대로 된 대화와 협치의 정치를 해보라는 국민들의 경고"라며 "내일 투표를 통해 대한민국의 오만한 권력을 심판하고 정치를 바로잡는 날이 되기를 기다린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