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진 환경부 장관. 윤창원 기자후쿠시마 원전 '오염수'(contaminated water)인가? '처리수'(treated water)인가?
일본이 방류를 강행 중인 일본 후쿠시마 원전수를 오염수로 부르느냐, 처리수로 부르느냐는 중요하고도 민감한 사안이다.
오염수는 방류 원전수에 포함된 삼중수소 등 방사성 물질 위험성이 강조되는 반면, 처리수는 위험성을 제거한 물이라는 인상을 부각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일본은 방류 중인 후쿠시마 원전수를 처리수로 부른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 강행을 거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사용하는 용어 역시 '알프스(ALPS, 다핵종제거설비) 처리수'다.
국내에서는 오염수 위험성 강조를 '괴담' 또는 '가짜뉴스'로 치부하는 여당이 명칭 변경에 앞장섰다.
국민의힘 '우리바다지키기 검증 TF' 위원장인 성일종 의원은 지난 8월 30일 "정치 공세를 위해 오염수나 '핵폐수'라고 부르는 것"이라며 "'오염처리수'가 맞다"고 주장했다.
성일종 의원은 TF 위원장인 자신이 오염처리수라고 했으니 여당 명칭은 오염처리수로 공식화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국민 여론을 의식해 신중한 입장이던 정부도 여당에 적극 동조하고 나섰다.
해양수산부 박성훈 차관은 지난달 19일 "오염처리수로 가는 게 맞지 않냐는 목소리가 힘을 받는 것 같다"며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해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에서는 오염수로 표현했던 농림수산상 경질
한덕수 국무총리. 박종민 기자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이 '오염수 대응 및 국내 수산물 소비 활성화'를 주제로 진행한 '온통 실시간(Live) 국정과제' 유튜브 공개강좌를 통해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달 3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명칭 변경을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오염수 방류가 아니라 과학적 기준에 의해서 처리된 그 오염수가 방류되는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가장 최근에는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이 지난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IAEA는 알프스 처리수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데 (정부는) 아직 검토 중, 의견 수렴 중"이라고 답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인 11일 환경부 한화진 장관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후쿠시마 처리수'라는 표현을 썼다.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 질의 때 "후쿠시마 처리수 해양 방류 관련해서 국제사회와 공조해 방류 계획을 점검하고 있다"고 답한 것이다.
예상대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리 정부 대응과 태도가 쟁점이 된 이날 국감에서 한화진 장관은 그 외 거의 모든 답변에서는 오염수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러나 국회 공식 석상에서 국무위원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라는 점에서 한 장관의 처리수 발언이 주목된다.
오염수에서 처리수로, 정부의 명칭 변경 공식화가 임박했다는 관측이다.
지난 8월 31일 일본 정부 명칭인 처리수 대신 오염수라 말했던 노무라 데쓰로 농림수산상은 "잘못 말한 데 사과하고 오염수 발언을 철회한다"고 몸을 한껏 낮췄지만, 경질을 면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