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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이름 만드는 것은 본능인가…'자연에 이름 붙이기'

책/학술

    [신간]이름 만드는 것은 본능인가…'자연에 이름 붙이기'

    윌북 제공 윌북 제공 
    물고기 표본 수집가이자 생물분류학자, 우생학 신봉자인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평전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의 저자이자 과학전문기자인 룰루 밀러가 "이보다 나의 생각에 큰 영향을 미친 책은 없다"며 극찬한 책 '자연에 이름 붙이기'(원제 Naming Nature).

    이 책은 20년 간 뉴욕타임스 과학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 과학자(진화생물학자) 캐럴 계숙 윤이 분류학과 진화생물학을 바탕으로 인간과 생명 세계, 진화와 과학 사이의 오래된 관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들여다보는 이야기다.

    2009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도서상 과학·기술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고, '뉴욕 타임스', '퍼블리셔스 위클리', '보스턴 글로브' 등에서 추천 도서로 주목을 받았을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과학자 부모 밑에서 자연스럽게 실험용 쥐와 놀며 숲에서 동식물과 어린시절을 보낸 저자는 진화생물학자이지만 인류학, 생물학, 인지심리학, 생태학을 종횡무진하며 모든 생물에게 각자의 '움벨트(umwelt)', 각자만의 지각된 세계가 있음을 강조한다.

    분류학과 진화론(진화생물학) 사이 격정적인 투쟁 역사도 다룬다.

    역사적으로는 아리스토텔레스가 기초를 잡고 스웨덴의 '위대한 신관' 칼 린나이우스가 기틀을 다진 '분류학'이 마침내 찰스 다윈의 뜨거운 진화론을 통과하면서 일진일퇴를 거듭하다 기술과 학문의 폭발적인 변화로 극적인 사태를 맞이하게 되고, 패러다임은 속속 뒤집히며 논쟁의 대미에서는 놀라운 과학적 진실이 드러난다.

    그렇게 책은 단순히 분류학보다 더 큰 분류학에 관한 이야기, 인간과 생명세계, 진화와 과학 사이의 아주 오래된 관계에 관한 생각으로 나아간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단편적인 패러그래프로 접했던 이야기는 옮긴이가 '옛이야기 보따리를 펼치는 동네 할머니처럼' 과학담을 풀어내는 능청스러운 이야기꾼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무릎을 탁 치게 하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저자는 책에서 "완전히 현대적이며 철저하게 진화론적인 새로운 분류의 과학이 사실상 전 세계의 보통 사람들을 생명의 세계와 점점 더 단절되도록 몰아가고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얼핏 부정확하게 보이는 그 수많은 비과학적 이름과 범주가 우리에게 잊혀지거나 아무 것도 아닐 수 있는 것들을 되살리는 관점에서 그 방식이 사실은 틀리지 않았다"고 말한다.

    집 앞에 핀 꽃이 무엇인지 몰라도 '이름 모를 꽃'은 없다. 들판에 핀 야생화도 자신만의 이름과 생애가 있다. 만물을 허투루 넘기지 않고 하나하나에 이름을 붙이고 싶은 인간의 본능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캐럴 계숙 윤 지음 | 정지인 옮김 | 윌북 | 4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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