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적 사랑과 삶을 노래한 김남조 시인이 10일 오전 별세했다. 향년 96세. 연합뉴스'나는 시인 아니다. 시를 구걸하는 사람이다. 백기 들고 항복 항복이라며 굴복한 일 여러 번이다', '시여 한평생 나를 이기기만 하는 시여'라며 오늘에 이른 나 자신을 되돌아봅니다. -시인의 말 '노을 무렵의 노래' 중에서('사람아, 사람아' 김남조, 2020)
김남조 시인이 10일 오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6세.
시인으로 살아 온 세월이 자그마치 74년인 고인은 2917년 경북 대구에서 태어나 1948년 서울대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재학 중 연합신문 등에 시 '성수(星宿)' '잔상'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한국전쟁 당시 경상남도 마산으로 피난해 성지여고와 마산고 등에서 교편을 잡았다. 이후 성균관대학교 강사를 거쳐 1953년 첫시집 '목숨'을 펴내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목숨' '사랑초서' '바람세례' '귀중한 오늘' 등 주옥 같은 시들을 내놓으며 초기 인간성과 생명력에 집중하다 가톨릭 신앙을 바탕으로 한 기독교적 사랑과 삶에 천착하며 따뜻한 시선을 담아내 많은 사랑을 받았다.
1954년부터 숙명여자대학교 교수로 재직했다. 한국시인협회장, 한국민인협회 이사, 한국여성문학인회 회장, 한국방송공사 이사 등을 역임했다. 1993년 국민훈장 모란장, 1996년 대한민국예술원 문학부문 예술원상, 1998년 은관문화훈장, 2007년 만해대상 등을 받았다.
고인은 숙명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한국시인협회장, 한국여성문학인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1993년 국민훈장 모란장, 1996년 대한민국예술원 문학 부문예술원상, 1998년 은관문화훈장, 2007년 만해대상 등을 받았다.
남편이자 국립현대미술관장을 지낸 조각가 김세중(1928~1986)과 살던 서울 효창동 자택을 2015년 50억원의 사재를 털어 리모델링해 문화예술공간 '예술의 기쁨'을 개관했다.
유족으로는 아들 김영·김범(설치미술가)씨 등이 있다.
문학수첩 제공 고인은 시인으로서 등단 나이 '고희(古稀)'를 넘긴 2020년 93세의 나이에 시집 '사람아, 사람아'를 펴냈다.
그가 "나의 마지막 시집"이라 일컬었던 이 책은 지난날을 돌아보고 오늘을 점검하며 남은 날들을 헤아리며 가슴으로 한 줄 한 줄 52편의 시를 써내려갔다.
유작이 된 이 시집에서 그는 "나는 시를 배워 시인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어느덧 으스름 어둠이 드리워진 만년에 이르고 말았다"고 회고했다.
'사랑'은 그가 천착해 온 시의 본질이었을까. 그는 "결국 사람은 서로 간에 '아름다운 존재'라는 긍정과 사랑과 관용에 이르는 것이 아니겠는가"라며 찬연한 노을에 비낀 사랑의 노래를 써내려간 이유를 드러냈다.
오래 전 사고로 휠체어에 의지해 온 고인은 불편을 무릅쓰고 주요 시단 행사에도 빠짐없이 참석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