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정부가 경기둔화세가 완화되고 있다며 올해 경제 성장이 상저하고의 흐름을 유지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둔화의 흐름이 완화되고 있을 뿐 완전한 호전으로 전환되지 않고 있는데다, 중동지역의 정세 불안정이 변수로 떠오른 탓에 무늬만 상저하고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생산·투자·고용 증가에 수출 감소 폭은 줄어…정부 "경기둔화 흐름 점차 완화" 진단
기획재정부는 13일 2023년 10월 최근경제동향(그린북)을 통해 최근 경제 상황을 "경기둔화 흐름이 점차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주요 지표인 생산과 투자, 고용이 증가세를 보인 데다, 수출도 감소 폭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8월 산업활동동향에 의하면 생산은 광공업과 서비스업이 동반 증가에 힘입어 며 전체 산업에서 전월인 7월 대비 2.2% 증가했다.
8월 제조업 생산지수(계절조정)은 전월 대비 5.6%가 상승하며 3개월 만에 상승세로 전환했는데, 주요 품목인 반도체는 13.4%나 반등했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는 전월 대비 각각 3.6%와 4.4%의 증가율을 기록하며 침체에서 벗어나는 모양새다.
9월 취업자 수는 지난해 9월 대비 30만9천명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되면서 3개월 만에 30만명 대 증가를 회복했다.
3분기 수출은 지난해 3분기보다 9.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지난해 4분기의 -10.00% 이후 최저 감소율이다.
9월 카드 국내 승인액도 지난해 9월 대비 5.7% 증가했으며, 할인점 매출액도 7.3% 늘어났다.
정부는 "반도체 등 제조업 생산과 수출이 반등 조짐을 보였다"며 "서비스업과 고용 개선도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꿈틀거리는 물가에 위축된 소비 심리…美 긴축 지속되는 상황에서 중동변수 커질 경우 타격 불가피
연합뉴스이같은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완연히 살아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간단치 않다.
우선 국내 지표적으로는 물가가 다시 상승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했다.
아직 양호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지난 7월 2.3%까지 낮아졌던 상승률이 2달 새 1.4%p나 높아진 것이 우려의 지점이다.
특히 근원물가류인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가 3.3%, 농산물·석유류 제외지수는 3.8%로 낮지 않은 수준을 보이는 상황에서 이들을 제외한 품목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농산물 가격은 기후 요인 등으로 인해 1년 새 7.2%나 높아졌는데, 사과는 무려 54.8%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석유류 가격은 아직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전년 동기 대비 하락 폭이 지난 8월 11.0%에서 지난달 4.9%로 줄어들었다.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3%, 전년 동월 대비 -4.8%의 증감률을 기록했고, 9월 소비자심리(CSI)와 8월 경기동행지수(순환변동치)가 각각 전월 대비 3.4p(포인트)와 0.2p 하락한 것도 비슷한 흐름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전쟁을 시작한 탓에 물가에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각국이 경제적 득실을 고려해 확전에 나서지 않는다고 해도 지정학적 위험이 높아지면서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출렁일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긴축 재정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점도 경기를 위축시킬 변수로 꼽힌다.
이미 국내 주식시장이 위축됐고 금리 또한 높아지고 있는 상황인데,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8월과 같은 3.7%를 유지하며 시장 예상치를 넘어선 탓에 강(强) 달러 현상이 발생해 지난 13일 원·달러 환율은 1350.0원까지 높아졌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관계자는 "경기부진이 완화되면서 저점을 지나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것은 확연해 보인다"면서도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변수가 물가 상승 압력의 요인이 될 경우 하반기 경제 회복이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