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고금리와 경기 부진으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제때 갚지 못하는 가계와 기업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은행들은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올해 들어 9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의 두 배가 넘는 부실 대출 채권을 상각 또는 매각 처리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올해 1~9월 3조2201억원어치 부실 채권을 상각 또는 매각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조5406억원)의 두 배 이상 규모다. 특히 지난해 연간 전체 상각·매각 규모(2조2711억원)를 이미 넘어섰다.
은행은 통상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 채권을 '고정 이하' 등급의 부실 채권으로 분류한다.
이후 회수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되면 아예 장부에서 지워버리거나(상각), 자산유동화 전문회사 등에 헐값에 팔아(매각) 일부를 회수한다.
주로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 채권이 상각 대상이고,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중심으로 매각이 이뤄진다.
올해 3분기에는 1조73억원어치 부실채권이 상각·매각됐다.
2분기(1조3560억원)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지난해 3분기(5501억원)의 1.83배 규모다.
대규모 상각·매각이 이뤄지면 가계대출 잔액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어 최근 금융권의 최대 관심사인 가계대출 증가 속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은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9월 은행권과 전체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8월 말보다 각 4조9000억원, 2조4000억원 증가했다.
증가 폭이 한 달 사이 2조원, 3조7000억원씩 줄었는데, 주요 원인으로 대규모 부실채권 상각·매각이 꼽혔다.
은행과 금융권은 통상 매 분기말에 대규모 '부실 채권 털어내기'를 실시한다.
9월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NPL) 비율도 한 달 새 다소 낮아졌다. 하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5대 은행의 9월 말 기준 단순 평균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31%(가계대출 0.27%·기업대출 0.34%)로 집계됐다.
한 달 전인 8월 말 전체 평균 0.34%(가계 0.30%·기업 0.37%)보다 0.03%p 낮아졌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말 평균 0.18%(가계 0.16%·기업 0.20%)보다는 0.13%p 높다.
새로운 부실 채권 증감 추이를 볼 수 있는 신규 연체율(해당월 신규 연체 발생액/전월 말 대출잔액) 평균은 0.09%로 전월과 같았다.
은행권은 고금리 환경이 지속되고 올해 하반기에도 경기 반등이 힘들 것으로 보이는 만큼, 연체율이 당분간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의 권고에 발맞춰 건전성 관리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