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 후폭풍에 시달리는 국민의힘이 주말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김기현 대표를 재신임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르면 16일 발표될 당 수습안에는 총사퇴한 임명직 당직자를 대신해 수도권 인사 전진배치를 통한 인적쇄신이 골자가 될 전망이다. 다만 김 대표의 사퇴가 필요하다는 책임론과 당정관계 변화 없이 총선 승리는 불가능하다는 비판은 여전한 상황이다.
국민의힘, 주말 의원총회 열어 격론…'수도권' 전진배치로 돌파구
국민의힘은 주말인 15일 오후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4시간 넘게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대책을 논의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김기현 대표를 중심으로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받들어 변화와 쇄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김 대표에 대한 재신임을 결론내린 것이다.
시작부터 비공개로 진행된 의원총회에서는 20여명에 달하는 의원들이 자유발언을 신청하며 격론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발언에 나선 여러 의원들이 이번 선거 패배를 통해 당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지만, 김 대표의 사퇴를 직접적으로 요구한 의원은 소수였다. 대다수 의원들은 '김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단합과 변화를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의원총회 말미에 "내년 총선 승리에 정치생명을 걸겠다"며 총선 결과에 따른 정계은퇴 각오를 내비쳤다고 한다.
일단 소속 의원들로부터 '재신임'을 받은 김 대표는 16일 최고위원회의와 화상 의원총회 연달아 열고 임명직 당직자 인선을 시작으로 쇄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핵심은 수도권 중용이다. 대표실 관계자는 "수도권 전진배치와 통합‧탕평인사로 꾸리려 한다"고 전했다. 김기현 대표 출범 직후 이뤄진 1기 지도부는 '친윤'이라는 공통분모에 텃밭으로 불리는 영남‧강원권 인사들로 배치됐지만, 2기 지도부는 비윤계를 포함해 임명직의 절반 정도를 수도권 출신으로 채운다는 방침이다.
"김기현이 책임" 목소리 높이는 중진과 "대안 있나" 침묵하는 다수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다만 김 대표의 쇄신안으로 갈등이 봉합될지는 미지수다. 문제의 핵심은 패배의 수장인 김기현 대표가 자리를 지키며 '쇄신 대상이 주체가 된' 상황에 있다는 지적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특히 중진의원들을 중심으로 김 대표에 대한 거취압박은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5선의 서병수 의원은 "김기현 대표에게 묻는다. 대통령실만 쳐다볼 게 아니라 국민의 소리를 앞서 전달할 결기가 있는가"라며 "그럴 각오가 없다면 물러나라. 집권당 대표라는 자리는 당신이 감당하기에 버겁다"라고 지적했다. 4선 홍문표 의원은 지난 13일 YTN라디오에서 "책임자가 책임을 안 지고 미봉책으로 가면 원외위원장들이 연판장을 돌리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했다.
다만 의원총회에서 드러났듯,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중진 의원과 원외 인사 등 일부에 불과할 뿐 당내 다수 의원들은 침묵하고 있다. 비대위 전환이 더 큰 내홍을 불러올 것이라는 현실론과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을 걱정하는 보신주의가 함께 작동하고 있다는 풀이다. 당장 16일부터는 공천 평가와 직결되는 전국 당원협의회에 대한 당무감사가 시작된다.
"당정관계 변화해야"VS"대통령 흔들기"…당내 갈등 불씨도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김기현 책임론'에 대한 반발도 표면화되면서 김 대표의 거취가 또다른 당내 불씨가 될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수직적 당정관계의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친윤계는 이를 '대통령 흔들기'로 규정하고 있다.
장예찬 최고위원은 "이때다 싶어 대통령을 흔들고 본인들의 공천 기득권을 확보하고 싶은 것은 아닌지 국민과 당원들이 냉철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의 후보 시절 수행실장을 맡았던 이용 의원도 "당을 수습하기보다 내홍을 촉발시켜 이득을 얻으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중진으로서 선당후사하는 모습과 자리에는 연연하지 않는 솔선수범하는 자세부터 먼저 보여주시길 바란다"며 쓴소리를 낸 중진들을 공개 저격했다.
이에 김 대표에 대한 재신임 이후에도 당정관계의 변화 없이는 쇄신안이 미봉책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임명직 당직자 총사퇴 또한 책임론이 대통령실에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계산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 중진 의원은 "하루이틀 사이에 여론 흐름과 딱 떨어지는 답을 바로 낼 수 있진 않지만 부정적 여론이 제기되면 다시 (책임론이) 끓어오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