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사건 희생자 신고 상담 현장. 전남도 제공▶ 글 싣는 순서 |
① 왜 '형제묘'를 지웠나…여순의 주홍글씨는 비문보다 깊었다 ② '빨치산'에 가려진 광양의 여순…75년 만에 푸는 금기의 빗장 ③ 여순사건 중앙위 늑장 심의에 고령 유족들 "어느 세월에…" (계속) |
여순사건 75주기를 맞아 활발한 희생자 인정과 진상규명 요구가 대두되고 있지만 여순사건 중앙위원회의 심의 등 역할이 미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순사건 특별법에 따라 희생자 신고를 접수한 지 1년 9개월이 지난 이달 현재까지 7천 67건이 접수됐다.
여순사건 전라남도 실무위원회는 이 가운데 심의를 거친 1천 543건을 중앙위원회에 의결 요청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중앙위원회에서 345건만 의결되고 나머지 1천 200건이 아직도 심의 중이다.
여순사건 유족과 지역사회에서는 "이런 지지부진한 심의 추세로 가다가는 희생자와 유족 결정까지 수 년이 소요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여순사건 특별법 시행령 제11조 1항은 중앙위원회의 경우 실무위원회에서 의결을 요청한 건에 대해 90일 이내에 결정하고 결과를 통보하도록 했다.
전라남도 동부청사 여순사건지원단장실. 고영호 기자중앙위원회가 의결을 늦게 하면서 이같은 시행령이 제대로 지키지지 않고 있다.
전라남도 여순사건지원단 측은 "지역에서는 되도록 빨리 올려서, 의결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여순사건 유족 등은 특별법 제정 2년이 지났지만 중앙위원회의 높은 책임감과 소명의식·적극성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며 이제 유족 등이 행동하고 다그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여순사건 실무위원회. 전남도 제공
여순사건 전라남도 실무위원회 최경필 사무처장은 "실무위는 인력 보강 등으로 조사가 비교적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며 "중앙위에 상정된 건들은 심의를 거쳐 신속히 통과돼야 하는데 계속 늦어져 유족들이 매우 답답해 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사무처장은 "중앙위원회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으면, 심사 시한인 내년 10월까지 7천 건을 통과시킬 물리적 시간이 가능하겠느냐"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중앙위원회 관계자는 "조만간 100여 건에 대한 심의가 이뤄질 예정이어서 총 500여 건 정도 의결이 될 것"이라며 "지난해 대비 올해 조사관이 늘었지만 건수 자체가 많아서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실무위는 신고서를 받은 신고인 면담 조사를 바탕으로 하지만 중앙위는 진화위에서 받은 방대한 양의 공적자료를 수집 분석해 객관성·투명성을 확보하느라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의결을 요청한 건에 대해 90일 이내에 결정한 여순사건 시행령이 준수되지 않는데 대해 "제주 4·3과 다르게 여순사건 시행령에만 나와있는 규정"이라며 "여순사건 진상규명과 희생자 결정을 함께 하다보니, 희생자 결정 부분이 늦어지게 보이나 20년째 희생자 결정을 하고 있는 4·3에 비하면 늦은 편은 아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