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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했어도 OK? '돈벌이 수단' 된 사설구급차

보건/의료

    음주운전 했어도 OK? '돈벌이 수단' 된 사설구급차

    다양하게 쓰이는 사설구급차, 관리감독 허술
    기사 자격요건? '1종 보통면허 소지'가 유일
    음주운전/도로교통법 위반여부 조회도 안해
    병원 335곳 중 딱 11곳(3%)만 범죄경력 조회
    원래 병원이 운영하다 외주화로 기준 낮아져
    관리감독도 업체가 '셀프 점검', 실효성 부족
    '돈 버는 수단'된 사설구급차, 피해는 국민이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윤지나 기자, 신혜림 PD
     
    ◇ 채선아> 좀 더 밀도 있게 알아볼 이슈 짚어보는 뉴스 탐구생활 시간입니다. 윤지나 기자, 신혜림 PD 나와 계세요.
     
    ◆ 윤지나, 신혜림> 안녕하세요.
     
    ◇ 채선아> 오늘은 사설구급차 얘기네요.
     
    ◆ 윤지나> 119 구급차는 아닌데 경광등 울리면서 빠르게 달리는 사설구급차 많이 보셨죠? 막히는 도로에서 한쪽으로 바짝 붙으면서 이거 비켜주는 게 맞는가, 찜찜한 기분 드셨을 때가 있을 거예요. 왜 나는 그런 기분이 들었는가, 계속 찜찜함을 느껴야 하는가, 오늘부터 안 비켜줘도 되는가, 오늘 이거 한번 정리해 보겠습니다.
     
    ◇ 채선아> 며칠 전에 god 멤버였던 김태우 씨가 사설구급차를 불법으로 이용했다는 뉴스가 나왔잖아요.
     
    ◆ 윤지나> 무려 2018년 일입니다. 경기 고양에서 서울 성동구까지 행사장을 이동했대요.
     
    ◇ 채선아> 안 그래도 저는 평소 이 사설구급차 관련해서 궁금했거든요. 이 사설구급차랑 119구급차랑 도대체 뭐가 다른 건가?


    ◆ 신혜림> 119구급차는 소방서에서 운영을 하는 거예요. 이게 '위급'에 방점이 있거든요. 그래서 최대한 위급한 사람을 빨리 가까운 응급실로 보내주는 이게 이제 구급차가 하는 일이고 무료입니다. 근데 민간에서 운영하는 구급차는 사설구급차. 일반구급차 녹색 띠, 특수구급차 빨간색 띠 이렇게 두 종류가 있어요. 병원 간에 이송이랄지 아니면 좀 거동이 어려운 사람의 이송이랄지. 꼭 병원이 아니어도 되는 거고 정신질환자 이송이랄지 조금 다양한 방면으로 쓰여서 거리에 따라 요금을 매겨요. 김태우 씨는 응급 환자 이송이 아니고 총알택시처럼 행사장 이동을 위해서 쓴 거니까 불법인 거죠.
     
    ◇ 채선아> 저는 이 뉴스를 보면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첫 번째는 비켜주고 봤더니 사적인 이유로 사이렌 울리고 이렇게 다니는 사설 구급차 얘기가 또 나왔구나. 두 번째는 무면허 운전이었잖아요. 아무리 사설이라고 해도 운전자 자격을 아예 안 보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 윤지나> 사설구급차는 사실 자격도 1종 보통 면허만 있으면 돼요. 
     
    ◇ 채선아> 그래도 환자 이송 업무니까 뭔가 관련 경력이라든지 범죄 저지른 전력 조회했더니 없어야 된다든지, 이런 게 좀 필요하지 않나요?
     
    ◆ 윤지나> 현행법상 그런 걸 강제하는 조항이 없어요. 사설구급차 운영업체가 운전기사를 채용할 때 별도로 '범죄 이력 조회해도 되겠습니까?' 이런 동의를 구하거나 운전경력증명서를 제출할 요구가 없는 거예요. 반면에 119구급차는 아까 말씀하셨던 운전기사가 1종 대형면허 기본으로 있고 소방학교에서 운전자 교육 과정이 있고, 소방서별 안전센터에서 매월 직장 안전 교육도 받아요.
     
    제가 한번 사설구급차 운전직 구인한다는데 전화를 걸어봤거든요. 저는 1종 보통 면허 소지자니까요. '초보도 가능해요?' 했더니 된대요. 대신 '여자 분 아니세요, 환자분을 날라야 되는 거라서 힘이 좀 있으셔야 돼요' 하더라고요. 나름의 조건이 있다면 그것뿐인 거죠. 그래서 제가 '힘 세고 운전도 진짜 잘해요' 그랬더니 일단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4대보험도 되긴 하는데 보수가 좀 낮은 편이에요. 9시 출근 6시 퇴근 기준 200만 원 초반이었어요.


    ◆ 신혜림> 보수가 적고 힘만 좋고 1종 보통 면허 갖고 있으면 다 된다는 거네요. 그런데 생명을 다루는 일인 거잖아요. 아까 말했다시피 음주운전 경력이나 이런 것도 조회를 안 한다는 게 말이 되나 싶은데요.
     
    ◇ 채선아> 혹시나 이동 중에 무슨 일이 벌어질 수 있잖아요. 환자한테 기본적으로 대처를 할 수 있는 능력은 좀 봐야 되지 않나 약간 이런 생각도 들고.
     
    ◆ 윤지나> 그게 일반적인 상식이죠. 그러다 보니 좀 더 자격을 가지고 많은 것을 요구 받으면서 일하는 119구급대원 같은 분들은 사설구급차에 대한 인식이 조금 솔직히 안 좋더라고요. 제가 아는 분한테 여쭤보니까 악명이 높은 '사설 렉카차'와 사설구급차를 거의 동급 수준으로 평가를 해요. 소방공무원 안전사고 중에 가장 큰 비율이 운전하면서 생기는 사고예요. 그러다 보니 가장 기본적인 것, 도로교통법 정도는 위반했는지 여부는 좀 체크해야 되지 않냐는 지적이 있고요. 119구급차의 경우 소방공무원이니까 당연히 그 부분에서 걸러지고요. 병원에서 운영하는 구급차의 경우도 직원들이 있잖아요. 거기도 채용 때부터 범죄 경력을 조회해야 합니다. 사설구급차만 그런 게 없는 거예요.
     
    ◇ 채선아> 다른 데 다 그렇게 하고 있으면 빨리 법제화, 의무화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사설구급차도 관리감독을 하는 곳이 어디인가요?
     
    ◆ 윤지나> 보건복지인데요.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실에서 보건복지부를 통해 사설구급차의 운전자 범죄경력 조회 얼마나 하느냐, 현황을 파악했어요. 사설구급대에게 환자 이송을 위탁한 전국 병원 전수조사를 했는데 병원 335곳 중에 겨우 11곳! 전체의 약 3% 정도만 했습니다. 이종성 의원은 '사설구급대 운영하는 대표가 구급차 운전자가 도로교통법 위반하지 않도록 관리 감독해라, 위반 시 행정처분 통해 제재할 수 있도록 하라'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마련했고요.


    ◆ 신혜림> 대표한테 관리 감독을 하라고 한들 관리 감독이 잘 되겠으며, 이 관리 감독을 하는지 안 하는지는 또 어떻게 관리를 하며…개개인의 자격에 대해서 조금 더 체크를 하고 넘어가는 게 좋지 않을까요?
     
    ◆ 윤지나> 이종성 의원실 얘기를 들어보니까 여기도 법안을 낼 때 고민을 되게 많이 했더라고요. 이상과 현실이 다른 거예요. 왜냐하면 운전자 수급이 어렵대요. 임금도 별로 높지도 않은데 힘은 세야 되고 돌발 근무시간 발생도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 인력 구하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에요. 그런데 여기에 범죄 경력 조회를 의무화한다? 지금은 대표가 관리 감독을 하라는 권고 비슷한 수준인데요. 이걸 의무화하면 인력난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거죠. 이종성 의원실은 이런 점들 때문에 처음부터 그 단계까지 나아가는 법안을 내는 건 좀 무리겠구나 싶어 이렇게 냈다고 하더라고요. 
     
    원래 병원에서 병원 나름의 구급차를 운영 했었거든요. 그런데 이게 사설 구급차로 위탁 운영이 된 건 병원 입장에서 돈이 안 되기 때문이었어요. 당국이 병원에 대해서는 깐깐하게 체크를 하니까. 병원은 아무래도 생명과 관련된 주체니까 규제가 많이 들어오는데 이걸 위탁을 시키면, 즉 외주화하면 조금씩 기준이 낮아지기 마련이죠. 그래서 사설구급대는 그 정도의 깐깐한 규제를 받지 않게 되는 상황이 된 거죠.
     
    ◇ 채선아> 들어보니까 사설 구급차 관련 사업을 시작할 때도 별로 어렵지 않을 것 같아요. 
     
    ◆ 윤지나> 2억 있으면 가능해요. 현재 사설구급차 운영사업은 '응급환자이송업'으로 분류가 됩니다. 이렇게 분류된 사설 업체가 전국에 143곳, 등록된 구급차 수는 모두 1천여 대인데요. 특수구급차라고 그래서 일정한 기준의 응급처치 장비를 갖춘 차량이 5대 이상이어야 돼요. 자본금도 2억 원, 운전기사 8명, 응급구조사 8명 이상이 필요하고요. 여기서도 운영자의 범죄 경력은 상관이 없습니다. 2020년에 소속 응급구조사를 무자비하게 폭행해서 사망에 이르게 한 사설 응급환자 이송업체 대표가 보도된 적이 있었거든요. 그 사람이 전과 8범이었어요. 그러니까 이런 일도 벌어지는 거예요.
     
    ◆ 신혜림> 양심적으로 책임 있게 운영하는 업체들도 많겠지만 틈새를 파고드는 악용 사례도 있는 거죠.
     
    ◆ 윤지나> 돈 버는 주요한 수단으로 사설구급차가 소비될 수도 있는 거예요. 사업 허가 받으려면 아까 특수 구급차 5대는 꼭 있어야 된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사실 우리가 길거리에서 비켜주는 구급차들 보면, 특수구급차보다는 사실 일반 구급차가 더 많아요. 119 소방구급차 같은 거는 특수구급차거든요 '응급 출동'이라는 네 글자가 붙어 있어요. 반면 '환자이송' 이런 게 쓰여 있고 파란 띠 붙어져 있는 거는 특수한 임무가 없는 일반구급차예요. 그리고 특수구급차나 응급구급차나 모두 의사, 간호사, 응급구조사 같은 의료 인력이 타고 있어야 해요. 현실적으로 응급구조사 정도는 타고 있어야 되는데 실제로는 안에 사람이 없대요. 운전기사만 있대요. 누워서 가는 택시 같은 거예요. 안에 최소한의 의료 장비도 없는 이른바 깡통 구급차들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부분은 그동안 보도도 조금씩 됐어요.
     
    ◆ 신혜림> 1종 보통면허만 있으면 되는 운전기사가 모는 최소한의 장비만 실린 일반 구급차, 총알택시처럼 운영할 수 있다는 건데, 걸리면 처벌은 세야 되지 않을까요?


    ◆ 윤지나> 회사를 세우기도 쉽고 운영도 이상하게 하기 쉬우면 걸렸을 때 처벌이라도 세야 할 것 같죠. 제도를 보면 구급차를 목적 외로, 즉 총알택시로 이용하는 게 적발되면 운전자는 1년 이하의 징역형 1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선고가 됩니다. 업체는 최대 6개월 동안 업무가 정지되거나 허가가 아예 취소가 되긴 해요. 그런데 잡기가 쉬울까요? 사이렌 울리면서 가는 사설구급차가 의심돼서 잡았는데 안에 실제 응급환자가 있으면 난리가 나는 거죠. 그래서 경찰도 실제로는 못 잡는대요.
     
    ◇ 채선아> 그러면 평소에 관리 감독이나 점검을 잘하는 게 관건이 될 것 같아요.
     
    ◆ 윤지나> 관리 감독의 주체가 누구냐면 시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 즉 지자체예요. 그런데 이게 '1년에 한 번 이상' 하도록 한 것이 제도입니다.
     
    ◇ 채선아> 그럼 그냥 1년에 한 번이겠네요. 그나마 관리를 하는데 지금 이 상황이라면, 그동안의 관리 감독 방법이 잘못된 거 아닌가요?
     
    ◆ 윤지나> 일단 사설 구급차 업체가 직접 점검을 해요. 첩체가 시스템에 가입해서 자가 실태 점검을 합니다. '너는 이런 거 잘하고 있니? 이런 거 잘 챙겼니? 너 운행 잘 이렇게 하고 있니?' 이런 나름의 매뉴얼에 따른 대답을 해요. 그럼 '나는 매우 잘하고 있다, 이거 다 있다, 기기도 최신형으로 있다'고 하겠죠. 이렇게 업체에서 제출한 자료를 보고 지자체에서 '여기는 현장 점검 좀 해야겠는데?'라는 판단이 서면 현장 점검을 해요. 그런데 현장 점검을 했더니 문제가 있다면 시정 명령을 내려요. 그걸 안 지키면 업체에 행정처분이 되는데 대부분의 경우엔 고치죠. 그러니까 관리 감독이라는 게 실효성이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반면에 119 구급대는 매일매일 구급차를 밴드 하나까지 체크한대요. 이런 거랑 비교했을 때 아무리 119 구급차에 실리는 응급한 수준의 환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사설 구급차를 이용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굉장히 불안한 부분이죠. 지난 21년 국감 때 나온 내용인데요. 사설구급차 이용 환자의 사망률과 소방구급차의 사망률과 엄청나게 차이가 났다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생명의 결과로 차이를 보여주는 상황인 거예요.


    ◆ 신혜림> 도로에서 비켜주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생명이랑 직결된다는 거잖아요.
     
    ◇ 채선아> 보건복지부는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예요?
     
    ◆ 윤지나> 1차적으로 지자체에서 관리감독을 하니까, 서울의 예를 들면 각 구청에서 관리감독을 하고 서울시가 그걸 취합해서 복지부에 제출을 한대요. 이런 시스템이 있더라도 행정처분 같은 것도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고, 업체 만들기도 쉽고 운영하는 데 감독도 잘 안 되니까 누군가는 이게 돈 되는 사업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거예요. 대표는 돈 벌고 일하시는 분들은 200만 원 초반 대 받고 그러는 건데, 최근 김태우씨 사건을 비롯해서 이렇게 기사만 검색해도 비슷한 문제가 되풀이되다 보니 복지부에서는 일단 구급차 제도 개선을 위해서 정부 이송업계, 환자 단체, 응급의학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구급차 제도개선 협의체'를 올해 안에 구성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 채선아> 이제 와서 협의체를 구성한다는 게 뒷북치는 것 같긴 하지만 지금이라도 생명을 다루는 일이니까 이번 기회에 제도가 제대로 마련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때까지는 저 차에 우리 가족이 탔을 수도 있으니 저희도 다 같이 잘 비켜줬으면 좋겠습니다. 윤지나 기자, 신혜림 PD 수고하셨습니다.
     
    ◆ 윤지나, 신혜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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