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왼쪽 가림막)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전고등법원·부산고등법원·특허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가 20일 국정감사장에 나와서 사건 이후 가해자의 보복성 발언에 대한 공포심과 재판 과정에 대한 불만을 밝혔다.
피해자 A씨는 이날 부산고등법원 등을 대상으로 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해당 사건 공판 기록 열람을 수차례 거절당하다 따로 소송을 하고서야 받을 수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피해자의 방어권은 어디에도 없었다"고 말했다.
A씨는 "1심이 끝나고 1200장이 넘는 공판 기록을 한 달 내내 들고 다녔다. 거짓말이 가득했다"며 2심에서 강간 살인 미수 혐의로 공소장이 변경된 데 대해 "성범죄 부분을 다시 적극적으로 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해 그나마 얻어낼 수 있는 결과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가해자가 피해자의 신원 등을 확보하고, 보복성 발언을 하고 다닌 데 대한 공포심도 토로했다.
A씨는 "피해자가 재판 때마다 열심히 참석하는 모습이 오히려 형벌을 키웠다며 (가해자가) 증오심을 표출했고, 구치소 같은 방 재소자에게 저를 찾아 죽이겠다, 주소를 달달 외워 다음번엔 꼭 죽여버리겠다는 얘기를 했다더라"며 "저로서는 가족까지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 것 같아 숨이 막히는 공포를 느낀다"고 말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피해자 공판 기록 공개는 재판장의 재량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아는데, 허락을 했다면 피해자가 이리 뛰고 저리 뛰다 신원이 노출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며 "보복범죄 원인을 제공한 점을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소송을 걸어 받은 재판 기록이 모두 1268장인데, 이 무거운 걸 들고 다니면서 재판을 뛰어다녔다는 것 아닌가. 이 재판 기록의 무게가 바로 우리 국민의 사법 불신의 무게라고 생각한다"며 "국가가 범죄 피해자 인권 보호에 대해 제대로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게 국민의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김흥준 부산고법원장. 윤창원 기자김흥준 부산고등법원장은 이와 관련해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말했다가 사과 요구와 질타를 받기도 했다.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은 "피해자에게 사과하시라"며 "피해자가 탄원서를 7번이나 내도 안 되다가 방송 '그것이 알고 싶다'에 나가고 나서야 판사의 입장이 바뀌어 여러 추가 혐의를 검토해 보겠다고 하셨다. 피해자가 혼자 뛰고 방송에 나와야만 고려하는 건 '실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고등법원장은 "탄원서가 있다고 바로 재판장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라며 "제가 생각하기론 재판부가 굉장히 적극적으로 움직인 사건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의 움직임이 많은 동기를 부여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기본적으로 의원님의 화살의 방향은 법원이 아니라 검찰을 향하고 계셔야 한다. 법원이 기소되지 않은 공소 사실을 두고 재판을 심의해 나갈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조 의원이 형사소송법 291조의 2를 근거로 피해자의 자료 제시에 따라 법원의 조사가 필요했다는 지적을 하며 "미안한 마음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김 고등법원장은 "피해자께서 (방송에 안 나왔다면 무시했다고) 그렇게 느끼셨다면 법원장으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피해자 A씨는 "저로선 굉장히 마음이 아픈 얘기다. 피해를 당하지 않으셨으니까 이런 말을 편하게 하실 수 있으실 것 같다"며 "사법부는 보시다시피 피해자를 철저히 방해하는 사람으로 여기고 있다. 재판 기록 열람, 성범죄 추가 조사만 했어도 보복 협박을 당하거나 앞으로 당할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