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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진 줄 알았더니…한국도 '빈대 안전지대' 아니야

보건/의료

    없어진 줄 알았더니…한국도 '빈대 안전지대' 아니야

    핵심요약

    빈대, 프랑스에 이어 국내서도 대구, 인천, 부천서 발생
    70년대 사라졌다 알려졌지만…2009년부터 꾸준히 보고돼
    잇따르는 빈대 신고에도 보건당국, "매뉴얼 내려온 게 없다"
    "규조토 뿌려라", "스팀다리미로 없애라" 등 자가방역 퍼져
    전문가 "발견 즉시 방역", "빈대 나온 물건 버려선 안 돼"

    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한 아파트에서 방역업자가 침대에 스팀을 분사하고 있다.  연합뉴스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한 아파트에서 방역업자가 침대에 스팀을 분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빈대습격'에 프랑스가 패닉에 빠진 가운데 최근 국내에서도 여려 곳에서 빈대가 출현했다는 보고가 잇따르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프랑스 파리의 기차, 지하철, 영화관 등에서 빈대를 목격했다는 글들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빠르게 퍼지기 시작했다. 이달에는 17개 학교에서 빈대가 발견돼 7개 학교가 휴교령을 내리는 등 프랑스 전체가 비상이 걸렸다.  

    내년 파리 올림픽을 앞둔 프랑스 정부는 급증하는 빈대 신고에 대처하기 위해 최근 잇따라 회의를 열고, 탐지견을 투입해 빈대를 조사할 것이라고 4일 밝혔다.

    프랑스 당국은 빈대 출몰의 원인으로 각국 관광객이 드나들며 숙박업소 등의 위생 환경이 악화했고, DDT 등 살충제에 내성이 생겨 빈대 박멸이 어렵다는 점을 들었다.

    국내에서도 대구 달서구 계명대학교 기숙사를 시작으로 인천의 한 사우나, 부천의 고시원 등 빈대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화제의 '빈대', 2009년부터 꾸준히 보고됐다


    19일 대구 달서구 계명대학교 기숙사에서 방역업체 관계자들이 빈대(베드버그) 박멸을 위해 방역 소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19일 대구 달서구 계명대학교 기숙사에서 방역업체 관계자들이 빈대(베드버그) 박멸을 위해 방역 소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국내에서 보고된 빈대물림 사례가 프랑스 등 해외에서 유입된 것인지는 정확한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확인하기가 어렵다.

    단정할 수는 없지만 국내에서 자생해 서식하고 있는 빈대에 의한 것일 가능성도 있다.  

    빈대는 사람과 포유류의 피를 빨아 먹는 곤충으로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대에 자취를 감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방역협회 관계자는 24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국민들은 '아직도 빈대가 있냐'며 당황스러워하지만 2009년부터 이미 빈대가 보고됐고, 빈대 방제업을 하는 분들이 계셨다"며 "프랑스 사례가 아니었더라면 이슈가 커지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5년 대한 피부학회지에 등재된 '빈대물림' 논문도 이를 뒷받침한다. 연구자들은 국내에서 자생 서식한 빈대에 의한 물림 사례를 소개했다. 55세 환자가 내원 일주일 전부터 팔다리를 중심으로 전신에 생긴 가려움을 동반한 홍반성 구진을 호소했다는 것이다.

    역학 조사에 따르면 이 환자는 빈대 물림 당시 해외 여행력이 없고 특이 병력 사항도 없었던 것으로 미뤄 국내에서 자생 서식한 빈대인 것이 확실하다. 당시 연구진은 해당 논문에서 "국내는 빈대가 자생 정착을 하기 가장 좋은 실내 환경을 가지고 있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

    방역업체 전문가들도 같은 말을 내놓았다. 한 방역업체 전문가는 "최근 프랑스 빈대 이슈와 맞물려 국내 빈대도 화제가 됐지만, 이전부터 빈대 신고가 들어와 방역한 경험이 많다"며 "한 요양보호사가 병원 근무지를 옮기며 새로운 병원에 빈대가 발생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빈대 물림 신고 잇따르지만…보건당국 "매뉴얼 내려온 것 없어"

    '다흑' 유튜브 영상 캡처'다흑' 유튜브 영상 캡처
    최근 학교 기숙사, 사우나 등 공공장소 곳곳에서 빈대가 나왔다는 신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중순 대구 계명대 기숙사에서 빈대가 발견돼 대학 측이 긴급 소독에 나섰고, 경기 부천시는  23일 오전 '고시원에 빈대가 나왔다'는 신고를 접수했고, 고시원 업주에 연락을 취해 빈대 방제를 위한 매뉴얼이나 방역 수칙을 안내할 방침이다.

    방역업체와 전문가들은 보도되지 않은 사례를 포함하면 이미 곳곳에서 빈대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해충 방역 관련 인터넷 카페에서는 집에서 빈대가 나왔다는 글들이 많았다. 6월 천안에서, 9월 서울시 강남구 등이다.

    하지만 보건 당국에서는 빈대 피해자에게 방역 지침만 알려줄 뿐 아직 매뉴얼이 없다는 말을 전했다.

    지난 24일 집에서 빈대가 나왔다는 한 카페 게시글 작성자는 "보건소에 전화하니 지침이 내려온 것이 없어서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보건소에서 외주로 이용하고 있는 방역업체를 알선해 줬다"며 "개인적으로 비용을 내고 진행하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서울 종로구 보건소 방역담당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빈대 신고가 들어오지 않아 아직 매뉴얼은 없는 상태"라면서도 "민원이 들어오면 내부적으로 계획해 방역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규조토, 스팀다리미 등 셀프방역 인터넷 통해 확산

    빈대 발생한 대구 시내 사립대학교 기숙사에 방역을 하고있다. 연합뉴스빈대 발생한 대구 시내 사립대학교 기숙사에 방역을 하고있다. 연합뉴스
    개인이 방역을 해야 하다보니 인터넷에는 자가방역법이 퍼지고 있다. 하지만 자가방역법으로는 빈대를 박멸하기 어렵다.

    흡수력이 좋아 비누 받침이나 발 매트로 쓰이는 규조토 가루를 뿌려 놓으면 빈대를 없앨 수 있다는 미신이 가장 많이 돌아다닌다. 하지만 크기가 2.5~10mm 내외인 빈대의 특성상 바닥 전체에 가득 뿌린다 하더라도 효과가 없을 수 있다.

    한국방역협회 관계자는 "빈대는 주로 마루나 벽틈, 침대나 가구 구석, 찢겨진 벽지 뒷면 등 틈 사이에 지낸다"며 "규조토를 바닥 전체에 뿌린다고 하더라도 이미 침대, 옷장 등 안 보이는 곳에 있으면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가정용 스팀다리미로 가열해 빈대를 박멸할 수 있다는 글들도 종종 보인다. 실제로 빈대가 심한 미국의 경우 50~60도 이상 가열 처리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정용 기기로는 방제 효과를 보기 어렵다. 스팀다리미로는 이불이나 울 섬유 등에 열이 깊이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물체에 장기간, 전방위적으로 열을 주어야 하는데 그것도 불가능하다.

    이에 가장 좋은 방법은 빈대를 발견한 즉시 빈대 전문 방역업체를 부르는 것이다. 한국방역협회 관계자는 "한 마리가 발견된 거면 이미 서식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빈대는 1mm 틈에도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발견 신속한 초기 대응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빈대가 나온 물건을 함부로 버려서도 안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빈대가 나온 침대, 이불 등 물건을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웃에게 빈대가 옮을 수도 있다"며 "방역 업자가 방제를 확실히 한 후 버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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