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국빈 방문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5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하마드 국제공항 왕실터미널에서 귀국길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은 25일(이하 현지시간) 4박6일 간의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국빈 방문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 우리나라 정상으로는 처음 두 나라를 국빈 방문한 윤 대통령은 에너지·건설 등 기존 협력 분야를 탈탄소, 친환경 건설, 청정에너지 등으로 지평을 넓혔다. 이번 순방을 계기로 202억 달러(27조3천억원) 규모의 계약 및 업무협약(MOU)를 체결하며 '신(新) 중동붐'을 위한 경제 외교에 집중했다.
윤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는 25일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1호기 편으로 카타르 도하 하마드 공항을 출발했다. 서울에는 26일 오전에 도착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사우디와 카타르를 국빈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윤 대통령은 사우디에서 3박4일 일정 동안 '세일즈 외교'를 펼쳤다.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와 만나 양국 간 미래지향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심화시켜 나가는데 합의했다. 이번 국빈 방문을 계기로 양국 간 약 156억 달러(한화 21조1천억원) 규모의 계약 및 MOU 체결이 이뤄졌다.
MOU에는 블루암모니아 생산부터 디지털·의료·로봇·스마트팜·관광·뷰티 산업 등까지 신산업 분야가 대거 포함됐다. 또한 한국석유공사와 사우디 아람코 간 530만배럴 규모의 원유공동비축계약이 체결됐으며 현대자동차와 사우디 국부펀드(PIF)가 약 4억 달러를 합작 투자한 CKD(반조립제품) 자동차 공장 설립 계약 등이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사우디의 국가 발전 전략인 '비전 2030'과 관련해 우리나라와의 파트너십 확장에도 의견을 나눴으며, 초대형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인 네옴시티 사업에 우리 기업들의 수주를 위한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와 관련해 인도적 상황 악화를 막아야 한다는 데 공감하는 등 안보 정세도 논의했다.
윤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가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양측은 이·팔 사태에 대해 "고통받고 있는 민간인들에게 신속하고 즉각적으로 인도적 지원을 하기 위해 국제 사회와 함께 협력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국이 건설·국방·방산·에너지·문화·관광 등 전 분야에 가까운 범위로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내용도 성명에 담겼다. 우리나라와 사우디 간 공동성명은 1980년 최규하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 이후 43년 만이다.
빈 살만 왕세자가 윤 대통령 숙소인 영빈관을 직접 찾아와 깜짝 단독 환담을 가진 것도 눈길을 끌었다. 윤 대통령은 빈 살만 왕세자가 직접 운전하는 차량 옆자리에 동승해 '미래투자 이니셔티브 포럼' 행사장으로 15분간 함께 이동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윤 대통령에게 "다음에 오면 사우디에서 생산한 현대 전기차를 함께 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관계자는 "계획했던 것보다 빨리 한국 기업과의 협력으로 사우디 땅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그날이 오기를 바란다는 염원이 담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사우디 측이 윤 대통령 부부를 극진히 예우했다고도 전했다. 이도운 대변인은 현지 브리핑에서 "사우디가 김건희 여사에 대해서도 의전적으로 많은 예우를 했다"며 "공식 환영식에서 사열대에 두 정상과 함께 서고 양국 정상 뒤에서 함께 이동했는데 이는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고 밝혔다.
尹, 사우디·카타르 국빈 방문으로 27조 투자 유치
윤 대통령은 사우디 일정을 마무리한 뒤 카타르로 이동해 1박2일 간의 일정을 소화했다.
윤 대통령은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과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를 기존 '포괄적 동반자 관계'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키로 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현지 브리핑에서 "양국이 단순 에너지 공급국-수입국 관계를 넘어 호혜적 협력 관계로 업그레이드하게 됐다"며 "에너지와 건설 분야 협력을 심화하면서, 경제 협력의 지평을 다양한 분야로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정상회담에서는 HD현대중공업과 국영기업 카타르에너지 간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17척에 대한 건조 계약도 체결됐다. 총 39억 달러(한화 5조2천억원) 규모로 단일 계약으로는 국내 조선업계 역대 최대 규모다.
윤 대통령은 회담 뒤 가진 오찬에서 타밈 국왕을 우리나라로 국빈 초청했으며, 타밈 국왕은 내년 방한을 수락하기도 했다.
이후 '한-카타르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기조연설을 통해 "양국 간 액화천연가스(LNG) 도입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면서도 선박·터미널 등 LNG 전후방 산업으로 협력의 외연을 넓혀야 한다"고 밝혔다. 카타르는 호주에 이어 우리나라의 2위 LNG 수입국인 만큼 연대를 강조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카타르 '에듀케이션 시티'의 하마드 빈 칼리파 대학교(HBKU)를 방문해 '청년 리더와의 대화'를 주재한 자리에서는 "양국 청년들이 과학기술을 매개로 힘을 합칠 때 우리가 뛸 수 있는 시장과 공간이 넓어질 것"이라며 "우리의 디지털 영토도 우리가 상상하는 만큼, 우리가 꿈꾸는 만큼 넓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윤 대통령의 이번 카타르 국빈 방문을 계기로 약 46억 달러(6조2천억원) 규모의 계약 및 MOU가 체결됐다. 사우디와 합치면 총 202억 달러(27조3천억원) 규모다.
지난해 사우디와 체결한 290억 달러(39조2천억원) 규모의 MOU 및 계약, 아랍에미리트(UAE)의 300억 달러(40조5천억원) 투자 약속까지 합치면 총 792억 달러(106조9천억원) 규모에 달한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현지 브리핑에서 이번 사우디‧카타르 국빈방문 성과에 대해 "중동 빅(Big)3 국가와의 협력을 완성해 탈탄소 기반의 '중동 2.0'에 힘찬 시동을 걸었다"며 "중동 Big 3에 진출하려는 우리 기업들에게 총액 792억 불 규모의 거대한 운동장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우디와 카타르와 스마트 인프라 협력을 굳건히 해 메가 프로젝트 수주전을 선점했다"며 "글로벌 에너지 강국인 사우디와 카타르와 에너지안보 협력을 더욱 강화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