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장관). 연합뉴스다음달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계기로 미중 양국이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했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가 나온 가운데, 중국의 외교 수장이 실제 성사까지 '순조롭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29일 미국을 방문 중인 왕이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장관)이 28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싱크탱크 애스펀 인스티튜트가 개최한 국제 전략 관련 좌담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고 밝혔다.
왕 부장은 이 자리에서 "양측은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히면서도 "동시에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길'은 순조롭지 않을 것이며 '자율주행'에 의존할 수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양측은 효과적으로 '발리로 돌아가야' 한다"며 "양국 정상이 도달한 공감대를 진정으로 이행하고, 간섭을 제거하고, 장애물을 극복하고, 공감대를 강화하고, 성과를 축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한 사항을 양국이 이행하는 것이 이번 정상회담 개최의 전제조건 임을 다시한번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오른쪽)과 왕이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무부에서 회담 전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이 '발리 회담 정신'이라고 부르는 양국 정상간 합의는 △신냉전을 추구하지 않음 △중국 체제 변경을 추구하지 않음 △동맹 강화를 통해 반(反)중국을 추구하지 않음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음 △중국과 충돌을 일으키기를 원하지 않음 등 이른바 '5불(不)'이 포함된다.
중국은 그동안 양국관계 회복을 위해서는 발리 회담 정신의 이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미국이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을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미 국가안보팀이 이틀간 회담을 갖고 다음달 미중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에 '원칙적 합의'를 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왕 부장은 이와함께 "이번 방미 기간 동안 중미 양국은 평등과 상호 존중의 자세로 여러 공동 관심사에 대해 심도 있고 건설적이며 실질적인 전략적 의사소통을 진행했다"고 이번 방미 성과를 설명했다.
이어 "비록 중국과 미국 사이에는 여전히 다양한 이견과 갈등이 있고,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지만, 양측은 대화를 유지하는 것이 두 대국에 유익하고 필요하다고 믿는다"라며 "양측은 중미관계가 조속히 안정되고 개선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