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6일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에서 고3 수험생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스타강사 A씨는 강의와 교재 매출이 증가하자 강의료에 대한 세금을 줄이기 위해 특수관계법인을 설립, 강의료와 인세를 이 법인에 귀속시켜 소득을 분산했다.
현직 교사 B씨는 학원에 문제를 판매한 후 그 대가에 대한 세금을 줄이려고 가족계좌로 돈을 받았고, 학원도 B씨의 탈세를 돕기 위해 허위로 지급명세서를 제출했다.
국세청은 이처럼 고금리·고물가, 입시과열 분위기 등에 편승해 서민을 상대로 사익을 편취한 민생침해 탈세자에 대한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실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지난 9월까지 246명을 조사해 2200여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고 30일 밝혔다.
국세청은 조세포탈과 질서위반 행위가 확인된 10명에 대해서는 조세범칙조사를 실시해 고발과 통고처분을 했다고 덧붙였다.
사교육 유도해 올린 고수익 차명으로 탈루하고 사업경비로 호화생활한 학원·스타강사·현직교사들
학원법인 탈세 과정. 국세청세금을 추징당한 탈세자들의 유형은 다양했다.
우선 국세청은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심리를 파고들어 사교육을 유도하면서 고수익을 올리면서 호화로운 생활을 누린 학원사업자와 강사 등의 탈세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일부 학원사업자는 학원비로 고수익을 올리면서도 세금을 탈루하기 위해 현금 납부를 유도하거나 차명으로 이를 수취해 수입금액에 대한 신고액을 고의로 축소했다.
학원 내에서 기존 수업 외에 소규모 과외를 별도로 운영하기도 했는데, 이 과외비는 사업자가 아닌 사업자의 자녀계좌로 받는 수법으로 증여를 하기도 했다.
일부러 직원의 소득을 부풀려서 지급하거나, 직원 가족 명의로 소득을 지급함으로써 인건비를 경비 처리한 후, 이렇게 지급한 금액 중 일부를 현금으로 돌려받는 일종의 페이백 수법으로 세금을 줄인 학원사업자도 적발됐다.
아파트 임차료와 같은 개인비용을 법인 경비로 처리하고, 법인 신용카드로 파인다이닝, 특급호텔 등 호화생활에 사용한 학원법인 사주도 있었다.
전국적으로 학원을 운영하면서 지역 소재 학원 지점이 받은 브랜드 사용료를 법인이 아닌 사주 개인명의로 입금받아 신고를 회피하거나, 가족 소유 법인이나 특수관계 법인에 용역의 대가를 과다하게 지급해 이익을 나눈 수법도 적발됐다.
수험생의 기대와 신뢰를 바탕으로 유명세를 올려 고수익을 거둔 스타강사들의 탈루행위도 드러났다.
매출 증가로 인해 개인소득세 부담이 커지자 특수관계법인을 설립해 강의료와 인세 등을 법인으로 귀속시킴으로써 소득을 분산, 소득세를 축소시켰다.
고가의 미술품이나 명품 의류 등 개인 사치품을 구입하는데 들어간 비용을 법인 사업경비로 처리하거나, 호화 슈퍼카를 업무용 승용차로 등록해 관련 비용을 경비 처리한 스타강사들도 있었다.
현직교사의 일탈도 확인됐다.
학원에 문제를 판매한 수익을 개인 소득으로 잡을 경우 누진과세로 세금이 늘어날 것을 염려해 본인 대신 가족 등의 계좌로 차명이나 우회 수취한 교사의 탈루가 덜미를 잡혔는데, 학원도 이를 돕기 위해 국세청에 허위로 지급명세서를 제출한 사실이 밝혀졌다.
일부 교사는 문제 판매 소득을 '사업소득'으로 신고해야 하는데 '기타소득'으로 신고해 소득세를 축소했다가 적발됐다.
연 9천% 초고율 악덕 대부업자, 비용·수익 탈루한 장례업자와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불법 도박사이트도 덜미
스타강사 탈세 과정. 국세청법정이자율을 넘는 고리로 대부업을 하거나 사업 등록을 하지 않는 수법으로 세금을 탈루한 악덕 대부업자들도 다수 적발됐다.
이들은 전국적인 피라미드 조직을 결성해 신용 취약계층을 상대로 연 9000%가 넘는 초고율로 자금을 빌려줬다.
조직원이 수금한 이자수입은 신고를 하지 않아 세금을 회피했고, 호화 요트 등을 차명으로 구입해 재산을 은닉하기도 했다.
장례대금을 고가로 받아내 유가족의 슬픔을 돈벌이에 악용한 장례업자의 탈루행위도 적발됐다.
장지 분양대금을 지인 등 차명계좌로 수취한 후 가짜계약서를 비치해 수입 신고를 하지 않거나, 법인자금을 개인 채무변제 등에 사적으로 사용했거나, 근무를 하지 않은 친·인척에게 인건비를 지급한 것처럼 허위로 꾸며 비용을 부풀리는 등의 행위가 덜미를 잡혔다.
한 외식 프랜차이즈는 가맹점으로부터 가맹비, 교육비 등 다양한 명목으로 수취한 대금은 매출 신고를 누락하는가 하면, 사업주의 가족이 운영하는 가맹점에 대해서는 로열티를 받지 않는 방식으로 부당지원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외에서 불법으로 온라인 스포츠 도박사이트를 개설해 운영하면서 수익금은 대포통장 등으로 차명 수취해 신고를 하지 않은 도박업자들도 적발됐다.
주식·코인 리딩방, 코로나 호황 병·의원, 불법 대부업자, 생활밀접분야 폭리 탈세자 105명 추가 세무조사
국세청 정재수 조사국장이 30일 서민을 상대로 폭리를 취한 후 거둔 소득을 탈세한 민생침해 탈세자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국세청
국세청은 이같은 민생침해 탈세에 대한 국세청의 대응에도 여전히 탈세에 나서고 있는 주식·코인 리딩방 운영업자 41명과 코로나 호황 병·의원과 가담 업체 12명, 불법 대부업자 19명, 생활밀접 분야 폭리 탈세자 33명 등 105명을 포착해 추가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주식·코인 리딩방 운영업자들은 열등감과 조급함을 유발하는 '포모증후군'을 악용해 허위 광고로 수익을 내고는 관련 매출을 신고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일부 병·의원과 관련 업체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비대면 진료 등으로 거둔 수익을 고가의 미술품 대여 등을 통해 탈세한 혐의가 있다.
대출 이자가 높아져 대출이 불가능해진 영세사업자나 서민들을 대상으로 폭리를 취하거나 추심을 통해 경영권을 빼앗은 대부업자, 식료품을 면세 상품으로 속여 세금을 탈루한 식료품 제조업체 등도 추가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정재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지난해 가격담합, 과도한 가격인상 등으로 폭리를 취한 프랜차이즈업체, 건설자재 담합업체, 도박업자 등을 시작으로 민생침해 탈세자에 대해 연중 상시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며 "악의적이고 지능적인 탈루행위에 대해서는 금융거래 현장 확인, 포렌식 등 모든 세무조사 수단을 활용해 탈루 세금을 추징하고, 조세 포탈이나 세법질서 위반 행위가 확인되는 경우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고발하는 등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