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과천시의회가 제279회 임시회 2차 본회의를 개최했다. 박창주 기자과거 신천지 출신임을 부인해 허위사실공표죄로 유죄가 확정된 국민의힘 윤미현 과천시의원이 의원직에서 제명됐다. 과천시의회 최초의 제명 사례다.
여·야 의원 6명 '만장일치' 제명안 가결
7일 과천시의회는 이날 오후 임시회 본회의를 열고 윤 의원에 대한 '제명' 징계안을 표결로 통과시켰다.
징계 대상자 외에 김진웅 의장을 포함한 재석의원 6명이 표결에 참여해 '만장일치'로 가결됐다. 시의회 재적의원 7명 중 더불어민주당 2명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다. 여·야가 제명에 뜻을 같이한 것이다.
최고 수위 징계인 제명안은 재적의원 과반수가 아닌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가결된다.
과천시의회에서 동료 의원들의 동의로 의원직 제명이 이뤄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시의회는 본회의에 앞서 열린 윤리특별위원회에서도 기존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서 제출한 자문의견(제명 권고)을 감안해 의원 6명 모두 찬성표를 던져 제명안을 의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방자치법(제90조)에 따라 지방의회 의원은 징계에 따라 제명될 때 직에서 퇴직한다. 이에 따라 윤 의원은 이날 제명안 가결 직후 의원직을 잃었다.
김진웅 경기 과천시의회 의장. 박창주 기자다만 징계 대상자가 불복해 법원에 집행정지신청과 무효확인(취소)소송 등을 낸 뒤, 법원이 우선적으로 집행정지신청을 받아들이면 본안소송인 취소소송의 최종 결론이 나기까지 의원직 유지가 가능하다.
이런 과정 등을 거치고도 제명이 확정되면, 과천시선거관리위원회는 지방의회 의원 결원으로 인한 보궐선거 진행 여부를 검토하게 된다.
이번 시의회 징계 추진 관련 안건이 발의된 뒤 나흘 만인 지난달 30일 윤 의원은 "과거 이민 생활 가운데 만난 신앙 이력으로 인해 혼란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지역 언론과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공식 사과문을 공개했다.
하지만 그는 공개사과문에 언론중재위원회의 중재 결과 자신이 신천지 '간부' 출신이 아니었다고 나왔다며 또다시 허위사실을 적어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실제로는 신천지 간부 관련 내용으로 윤 의원이 지난 8월 청구했던 '정정보도' 청구는 언중위 중재에서 합의되지 않았고, 새롭게 중재된 반론보도문에는 윤 의원의 의정활동 관련 일부 '주장'만 담겼을 뿐 간부 여부에 관한 내용은 전혀 담기지 않았다.
반복된 '거짓말'에 엄벌 촉구해 온 시민들
윤 의원은 지난해 지방선거 기간, 과거 신천지 교적부 내 문화부장 명단 등에 오른 것과 관련한 언론보도에서 자신은 봉사단체로 알았을 뿐 신천지인줄 몰랐고, 간부명단도 임의로 올린 것으로 추측된다는 의미로 말하는 등 거짓 해명을 한 혐의로 유죄를 받아, 당선 무효형 기준인 벌금 100만 원보다 낮은 90만 원이 확정됐다.
이 사건 재판에서 유무죄를 판가름하는 핵심은 대중에게 공개되는 보도에서 피고가 '신천지 출신 의혹'을 부인한 게 허위인지 여부다.
윤 의원의 신천지 활동 내용(2000년경 신천지 접한 후 2017년 6월경까지)과 직책들(구역장, 집사, 문화부장, 복음방 교사 등)은 1심 판결문에 '사실'로 명시돼 있다. 2017년 3~6월경 신앙생활 보고를 위해 교회 방문 사진을 구역장에게 전송하고, 새언약 시험지를 신천지 관계자에게 시의회 사무실로 가져오도록 해 응시한 사실도 수사에서 확인됐다.
과천시의회 청사 외경. 박창주 기자그의 거짓말은 이번만이 아니다. 2014년과 2018년 당시 민주당 소속으로 시의원 선거에 출마하면서도 기자회견과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신천지 연루 의혹을 부인해 왔다.
선거법 위반에 따른 피해를 호소해 온 다수 시민들은 시민사회단체 명의로 4차례에 걸쳐 엄벌 촉구 진정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재판을 받으면서도 허위사실이 포함된 글을 인터넷에 올려 진정한 반성으로 보기 힘든 것은 물론, 지역사회에 갈등을 유발해 온 단체 출신이 이력을 숨기고 민의를 대표하는 지방의회에 재진입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였다.
윤 의원은 1심 재판 기간, 온라인 커뮤니티 댓글을 통해 '12년도 더 전에 떠난 신천지', '고소고발 당한 기자' 등 거듭 허위사실과 명예훼손성 글들을 올린 바 있다. 문제의 글들 대부분은 이후 삭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형법(307조)에 따라 허위 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 형이 가중돼 5년 이하 징역이나 10년 이하 자격정지,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신천지 본부 등이 위치한 과천 지역사회는 사이비 종교의 성지화를 우려하는 취지로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서 수십 년간 사회적 갈등을 겪어 왔다.
한편, 최근 성비위 의혹으로 서울시의원직에서 제명된 정진술 전 의원은 서울행정법원에 제명의결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했으나 기각됐다. 지방의회 독립성과 자율권을 존중할 필요가 있고, 집행정지 시 지방의회 기능 회복이나 주민 신뢰 확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취지였다.
반면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의혹 제기 과정에서 공무원과의 대화 녹취를 공개했다가 제명된 여현정 양평군의원의 징계결의 무효 가처분 신청은 수원지법에 받아들여졌다. "신청인에게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고, 집행정지로 인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