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환 기자검찰이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곽상도(64) 전 국민의힘 의원을 추가 기소하면서 성남의뜰 컨소시엄의 와해 위기 상황을 구체적으로 보강해 재구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주주 김만배씨가 곽 전 의원을 찾아 하나은행 이탈을 막아달라고 부탁한 지 닷새 만에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컨소시엄 잔류를 결정했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또 김씨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유력 대선 주자로 떠오르자 대장동 개발 비리 문제를 은폐하고, 그 무렵 '국민의힘 부동산 특위'의 조사를 무마하기 위해 곽 전 의원에게 돈을 건넸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8일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21쪽 분량의 곽 전 의원 부자(父子) 공소장을 보면 검찰은 대장동 사업 진행 초기인 2015년 하나은행이 성남의뜰 컨소시엄을 이탈하려는 상황에 대해 자세히 서술했다.
검찰은 그해 2월 호반건설 측 임원이 대장동 업자인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실소유주)를 접촉해 경쟁 관계인 산업은행 컨소시엄으로 합류할 것을 제안했다고 적었다. 당시 남씨는 김만배씨에게 대장동 사업의 주도권을 내준 상태였다.
호반건설은 이후 성남의뜰 컨소시엄 자금 조달력의 핵심인 하나은행을 겨냥했다. 검찰은 2015년 2월 23일 호반건설이 작성한 '그랜드 컨소시엄' 문건에 "하나은행이 산업은행 컨소시엄에 합류하면 사실상 단독 공모로 금융기관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그 차이는 약 1300억원 상당"이라는 내용이 담겼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실제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은 같은해 3월 김정태 회장에게 산은 컨소시엄 합류를 제안했고 이후 김 회장이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실을 보고받은 김만배씨가 "하나은행만 믿고 있다 큰일 났다"는 반응을 보였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곽 전 의원을 찾았다는 게 검찰이 그린 당시 상황이다.
김씨가 곽 전 의원을 접촉하고 닷새 뒤인 그해 3월 10일 하나은행은 김상열 회장에게 그랜드 컨소시엄 제안을 거절했다고 한다.
앞서 곽 전 의원의 뇌물 혐의 1심 재판부는 하나은행의 컨소시엄 이탈 위기 상황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곽 전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검찰은 보강 수사에서 컨소시엄 위기 상황을 상세히 재구성하는 데 수사력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또 김씨가 대장동 개발사업에 대해 국민의힘 부동산특위의 조사 무마와 정치권과 언론의 의혹 제기를 차단하기 위해 곽 전 의원 부자에게 50억원(세후 25억원)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공소장에 기재했다.
특히 대법원이 2020년 10월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이 대표가 유력한 대선 후보로 급부상한 상황에 방점을 찍었다. 이후 대장동 사업에 대해 여론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장동 사업의 막대한 초과 이익이 공개될 것을 우려한 김씨가 국민의힘 부동산특위 위원이던 곽 전 의원에게 뇌물을 건넸다는 것이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및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보강했다. 앞서 곽 전 의원이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액수도 5천만원에서 1억원으로 두 배 늘렸다. 2015년 남씨의 수원지검 형사 사건 과정에서 곽 전 의원이 항소심 담당 검사에게 공소장 변경을 막는 대가로 돈을 받았다고 검찰은 의심한다.
곽 전 의원 측은 검찰의 공소 사실에 대해 "뇌물죄 부분은 1심 재판부에서 이미 무죄 판단을 받았는데 검찰이 억지로 다시 기소했다"며 혐의를 부인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