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하는 페퍼 박정아. KOVO 제공박정아가 부활의 조짐을 보이자 소속팀 페퍼저축은행의 분위기도 반전됐다.
박정아는 지난 1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도드람 V-리그 여자부 2라운드 첫 경기에서 GS칼텍스를 상대로 14득점을 올려 팀 승리에 기여했다. 두 세트나 듀스로 가는 접전 끝에 페퍼는 세트스코어 3 대 2 (17-25 26-24 24-26 25-21 15-10)로 GS에 승리했다.
이날 전까지 페퍼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1라운드에서 1승 5패(승점 3)를 기록하며 최하위 순위에 머물렀고, 최근 4연패 중이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승리는 22일 전인 한국도로공사전이었다.
이와 동시에 시즌 개막을 앞두고 이적해 온 박정아가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자자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박정아는 6경기에서 72득점, 공격 성공률 30.10%를 기록했을 뿐이다.
그러나 박정아는 보란 듯이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날 경기에서 14득점을 올리며 시즌 두 번째로 많은 점수를 올린 것. 최다 득점은 지난달 19일 도로공사전에서 기록한 19점이다. 이 두 경기에서 페퍼는 모두 승리했다.
인터뷰 중인 박정아. 이우섭 기자박정아는 경기가 끝난 뒤 "연패 기간 동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대표팀에 다녀와서) 체력적으론 당연히 힘들다. 정신적으로도 팀을 옮겨서 적응 문제가 있다"고도 털어놨다.
시즌을 앞두고 페퍼로 이적한 박정아는 팀 적응에 매진했어야 할 기간에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출전 등 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다. 온전히 팀에 매진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박정아는 "하지만 그걸 핑계로 못할 순 없다. 그것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성숙한 답변을 내놨다.
트린지 감독도 박정아의 활용 방안에 고민이 깊었을 터. 트린지 감독은 경기 전 "1라운드 끝나고 박정아와 많은 얘기를 나눴다. 박정아의 장점을 살리기 위한 기술과 테크닉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전한 바 있다.
둘은 구체적으로 어떤 대화를 나눴을까. 박정아는 "감독님이 작년 제가 공격하는 모든 영상을 다 봤다는 얘기를 했다"며 "영상을 같이 보면서 제가 어떤 코스로 공격했을 때 득점이 많이 났는지를 분석했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또 "감독님이 제 의견을 많이 물어봐서 그런 식으로 의견 조율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래서일까. 트린지 감독은 이날 박정아의 득점이 나오면 유달리 큰 액션을 보이며 기뻐했다. 박정아는 "감독님이 추구하는 건 '이끄는 배구'인데, 아직 그런 부분에서 익숙치 않다"면서도 "더 좋은 배구를 하기 위해 시스템에 적응해야 한다"고 마음 가짐을 보였다.
트린지 감독 지도 하에 박정아는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기본적인 스텝부터 처음부터 다시 배우고 있다"는 것이다. 박정아는 "감독님이 원하는 스텝을 선수로서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것부터 다시 연습 하는 중"이라고 알렸다.
박정아는 이날 승리로 자신감을 얻었다. 앞으로 경기에 대해 "많이 이기고 싶다. 계속 더 성장하고 싶고, 발전하는 팀이 되길 바란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