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글로벌 경기 둔화로 우리나라 수출이 1년 연속 적자 끝에 최근 반등 조짐이 일고 있지만, 본격 겨울철로 접어들면서 세계적인 난방 수요로 에너지 원자재 가격이 꿈틀대고 있다. 우리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 상승 기미가 보이는 가운데 사실상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석유와 LNG(액화천연가스) 등 원자재 가격이 향후 무역수지에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이어진 반도체 수출 하락세가 바닥을 찍고 서서히 반등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5.1% 증가한 550억9천만달러를 기록하며 13개월 만에 하락세를 끊었다.
수출 증가는 우리나라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의 반등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8월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했는데, 지난달 감소율은 해당 기간 동안 가장 낮은 수치인 3.1%를 보였다.
반도체 감소율은 지난 1분기에는 40.0%, 2분기 34.8%, 3분기는 22.6% 등으로 낮아지면서 개선 양상을 보이고 있다. 수출 감소율이 한자릿 수를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4분기에는 플러스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올해 말 기준으로 반도체 수출이 전년 대비 상승하는 기조로 돌아선 이후 오는 2024년에는 완만한 성장까지 내다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장상식 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삼성전자 등 국내 업체들의 감산 영향으로 반도체 단가가 차츰 상승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AI 업계 수요가 늘어나면서 전체 반도체 물량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수출 회복이 가시화되면서 경기 반등 조짐이 점차 확대되는 모습"이라며 "10월 수출은 13개월 만에 플러스 전환으로 경기 개선 흐름이 4분기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수출 부진도 문제였지만, 지난 1년 간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적자 또는 불황형 흑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정적 이유로는 에너지 원자재 가격 급등 사태가 꼽힌다.
연합뉴스지난달 우리 수입액을 보면 원유는 80억달러, 가스 25억달러, 석탄 13억달러 등을 기록했는데,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하면 가스는 54.3%, 석탄은 26.1%나 감소했다. 3대 에너지 수입은 총 22%나 감소한 119억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만 해도 에너지 총 수입액은 155억달러에 육박했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3대 에너지 원자재 수입 증가액은 748억달러로, 같은 기간 전체 무역적자 426억달러를 300억 달러 이상 웃돌았다. 사실상 수입 에너지 원자재 가격 급등이 무역수지 적자의 주요 원인이었던 셈이다.
전력 생산에 활용되는 석탄과 가스 등 원자재 가격도 상당 부분 안정된 상태다.
전력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총 전력거래량은 4만2102GWh(기가와트시)로 거래금액은 7조4513억원에 달했다. 지난달 거래량은 4만1224GWh로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었지만, 거래금액은 4조8776억으로 크게 감소했다. 비슷한 용량의 전력을 생산했지만 비용은 20% 이상 절감한 것이다.
반도체 등 수출 영역에선 다소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무역수지 회복은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석유와 석탄, LNG 등 사실상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에너지 원자재 가격이 재차 꿈틀대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전쟁 영향으로 지난달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했던 국제유가는 최근 들어 80달러대로 안정됐지만, LNG 가격은 상승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동북아시아 LNG 시장 기준인 일본·한국 가격지표(JKM) 현물 가격은 백만Btu(25만㎉ 열량을 내는 가스양)당 지난해 9월 50달러를 돌파한 이후 지난 5월엔 10달러 이하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지난 14일 기준 17.1달러를 기록했다.
난방용 주요 에너지원인 LNG 가격은 북반구 한파와 함께 수요 증가로 당분간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국제유가 또한 예상보다 전쟁 영향이 크지 않았지만, 세계은행에서 최악의 경우 배럴당 150달러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안심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에너지 가격 변동에 따라 우리나라 무역수지도 요동칠 수 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동절기로 접어들면서 세계적인 난방 수요로 인해 LNG 등 원자재 가격이 조금씩 오르는 추세"라며 "수입 에너지 원자재 가격에 따라 무역수지에 영향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작년 에너지 대란 당시 정도로 파급이 크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