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9일 동대구역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내년 총선을 대비하는 여권(與圈)이 다양한 변수들에 직면하는 형국이다. 쾌도난마의 경우 상승세로 전환할 수 있지만, 역으로 대처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관측도 가능하다.
부정적 변수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헤어질 결심이 현실화할 것이냐의 문제다.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지지 세력이 가입하는 이른바 '온라인 연락망'의 인원 증가를 연일 업데이트하며, 세(勢) 과시에 나섰다.
'윤핵관' 장제원 의원이 지난 11일 지역구인 부산 사상구에서 했던 아이디어 그대로 받아치며, 오히려 더 큰 세력이 있음을 드러내는 정치적 효과를 노리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출마 가능성은 아직 긍정‧부정의 여파가 불확실해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의 오랜 측근으로 '후계'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하지만 낮은 대통령 지지율은 수혜가 아니라 채무가 될 수 있으며, 야권과 대결 일변도로 임했던 정치적 입지가 여권엔 큰 도움이 안 된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이준석 "자고 일어나면 늘어나"…수만 명 모인 '연락망'
이 전 대표는 19일 자신의 SNS(페이스북)에 '연락망' 숫자를 업데이트했다. 그는 "자고 일어났더니 하루도 안 되어 정말 많은 분이 참여해주셨다"라며 "우선 온라인상에 관광버스 920대를 구축하는 순간까지 달려보겠다"라고 선언했다.
연락망 구축 이틀 만에 3만 명을 돌파했다.
일종의 세력 과시이면서 실력 행사를 예고한 발언이다. 동시에 '친윤 핵심' 장제원 의원과 자신을 대비시키는 효과까지 노렸다. 지난 11일 장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부산 사상)에 버스 92대를 동원했는데, 그 10배에 해당하는 사람을 모으겠다는 것이다.
이준석 페이스북 캡처이 전 대표가 "탈당 가능성이 매일 1% 포인트씩 높아진다"라고 했던 것을 상기시키며, 신당 창당 분위기를 계속 끌어올리는 셈이다. 그는 전국을 순회하는 토크콘서트를 통해 지지세를 확장하는 계획인데, 지난 4일 부산에 이어 이날 광주, 연말까지 대구 등으로 이어간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이 전 대표의 행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도 미묘한 우려의 시각이 감지된다. 박정하 대변인은 "좋아 보이지 않는다"라고 행보를 비판했다. 한 충남 지역 출마 희망자는 "이 전 대표의 신당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라면서도 "그렇지만 자멸 정치가 우려된다"라고 털어놨다.
당내 시각은 이 전 대표가 실제 창당으로 나아가기엔 현역 의원들이 동참하지 않는 등 안 좋은 변수가 너무 많다는 관측이 나오는 한편, 결국 대구 등 무소속 출마 가능성이 커지는데, 야당에 어부지리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동훈 '긁지 않은 복권', 대구에서 '출마할 결심?'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7일 대구 수성구 스마일센터 방문 중 한 시민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행보는 총선 출마 가능성이 커지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일단 주목된 것은 지난 17일 대구 방문이었다. 명목상 법무부 공식 일정으로 범죄 피해자 지원 기관인 '대구 스마일 센터'를 찾았다고 했지만, 꽃다발까지 들고 찾아온 지지자가 등장하는 등 '정치 행보'라는데 초점이 맞춰진다.
더구나 이 전 대표가 계속해서 대구‧경북(TK)을 공략 지역으로 지목하는 상황에서 "텃밭의 민심을 달래려 한다"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대구 시민에게 "평소에 대구 시민들을 대단히 깊이 존경했다. (대구 시민들은) 처참한 6·25전쟁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적에게 이 도시를 내주지 않으셨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총선 출마 요구에 대해 "의견은 많을 수 있다"라면서 즉답을 피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각을 세운 그간의 입장은 숨기지 않았다. 검사 탄핵에 대해 "민주당 자체 내에서 말을 좀 맞춰야 할 것 같다. 한다고 했다가 안 한다고 했다가 왔다 갔다 한다"라고 비판했다.
한 장관의 현재 위상은 이 전 대표의 평가에서 드러나듯이 '긁지 않은 복권'이라는 표현으로 요약된다.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는 평가와 더불어 '꽝'일 가능성까지 남아 있다.
정치 행보를 이어간다면 다음 분수령은 출마 지역이 될 전망이다. 현재로선 험지에서 출마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다수이다. 그렇다면 종로와 같은 상징적 지역이 다음 후보지가 될 수 있다.
종로 출마와 같은 결단을 통해 총선을 이끌 '얼굴마담' 역할이 기대되는 한편, 서울 서초구 등 텃밭에 뿌리를 내리려 한다는 관측도 동시에 제기된다. 강남 등 유리한 곳에 안착한다면 윤 대통령의 측근 인사로서 "정권의 안위보다 본인의 방어를 위한 출마"라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이 전 대표와 한 장관의 향후 정치 행보에는 여러 변수가 깔려 있다.
가장 큰 변수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다. 대통령이 현재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고 인기가 좋아진다면 이 전 대표의 입지는 축소되고, 한 장관은 더 어려운 지역을 공략해볼 수 있다. 선거법 협상도 주요 변수다. 연동형 비례제가 유지되면 신당 창당은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반면 거대 양당이 병립형 회귀로 합의하면 새로운 정치 세력의 등장은 쉽지 않은 싸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