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잘린 카터 여사. 연합뉴스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로잘린 카터 여사가 19일(현지시간) 향년 96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카터 센터는 이날 "로잘린 여사는 고향인 조지아주 플레인스에서 있는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생을 마쳤다"고 밝혔다.
앞서 카터 센터는 지난 5월 로잘린 여사가 치매에 걸렸다고 공개했다. 로잘린 여사는 지난 주 금요일부터 집에서 호스피스 돌봄을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카터 부부는 77년간 결혼생활을 이어왔으며, 이는 미국 역사상 가장 오래 함께 한 대통령 부부로 기록됐다.
카터 전 대통령은 성명에서 "로잘린은 내가 성취한 모든 것의 동등한 파트너였다"며 "그는 내가 필요로 할 때 훌륭한 길잡이가 돼 줬고 격려를 해줬다"고 말했다.
실제 로잘린 여사는 야심차고 단호한 성격의 소유자로 외유내강의 뜻을 담고 있는 '강철 목련'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로잘린 여사는 영부인 때 남편을 대신해 중남미를 순방하는 등 '공동 대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 백악관 내 영부인실도 그가 처음 만들었고, 의회에 직접 나가 증언하기도 했다.
특히 카터 대통령이 지난 1978년 이집트의 안와르 사다트 대통령과 이스라엘의 메나헴 베긴 총리를 캠프 데이비드로 불러 평화회담을 중재했을 때도, 로잘린 여사의 조언과 지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979년 백악관에 대한 지지율이 급락하자 로잘린 여사는 남편에게 내각을 개편하고 국가에 '신뢰의 위기'에 대해 연설하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당시 백악관 직원들의 '두려운 존재 목록'에 로잘린 여사가 제일 위에 올라와 있을 정도였다.
로잘린 여사는 1984년 출간한 회고록 '평원에서 온 영부인'에서 "나는 정치적인 아내라기보다 정치적 파트너였다"며 "남편보다 훨씬 더 정치적이며 인기과 재선 승리에도 관심이 많았다"고 적었다.
그는 2018년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1980년 재선에서 로널드 레이건에게 패했을 때 남편보다 자신이 더 속상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로잘린 여사는 특히 미국인의 정신 건강을 돕는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졌고 의료 지원, 인권, 사회 정의 및 노인 지원 프로그램과 관련해 적극적인 활동을 펼쳤다.
정신 건강에 대한 관심은 주립 정신 병원에 드나들었던 먼 친척의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 때문이었다.
그는 회고록에서 "정신 질환과 정서 장애를 스스로 인정해도 다른 사람들로부터 '미친 사람'이라는 비난을 받을 염려가 없도록 하고 싶었다"며 "정신 질환을 신체 질환만큼 솔직하게 다룰 수 있다면 개방적이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도움을 구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의 노력은 1980년 9월 정신 건강 시스템법(Mental Health Systems Act)에 대한 의회의 승인과 자금 조달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는 거의 20년 만에 연방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는 정신 건강 프로그램의 첫 번째 주요 개혁이었다.
한편 올해 98세로 피부암 흑색종 투병을 해왔던 지미 카터 전 대통령도 올 초 병원 치료를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지난 2015년 피부암 흑색종이 뇌와 간으로 전이됐다는 판정을 받았고, 지난 2021년 조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에도 참석하지 못하는 등 건강이 악화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