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환 기자은행권이 자영업자·소상공인 등을 위해 마련할 상생 지원안의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의 종노릇' 등 자극적인 표현을 써가며 은행 독과점 구조를 다시 지적하고 나선 가운데 정치권과 금융당국 모두에서 상생 노력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권은 사실상 약 2조원 규모의 지원이 '가이드라인'으로 제시됐다며 구체적인 지원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8대 금융지주와 은행연합회가 연내 발표하기로 한 추가 상생금융 지원은 약 2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주현 위원장이 지난 20일 8대 금융지주 회장단 간담회에서 횡재세가 기준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비쳤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규모와 체감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데 공감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횡재세와 관련된 법안들이 나와있는데 국민들이 요구하는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감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횡재세는 외부 요인으로 과도한 이윤을 올린 기업에 추가로 매기는 세금이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자수익이 급증한 은행에 대한 비판이 커지며 야당을 중심으로 은행의 초과이익을 환수하는 횡재세를 도입하자는 움직임이 거세다.
연합뉴스이 법안이 통과되면 은행은 최대 2조원에 달하는 상생금융 기여금을 내야 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 이자순수익은 28조 521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은행권이 하반기에도 이 정도의 수익을 거둬들인다면 올해 연간 이자순수익이 56조원에 달하게 된다. 횡재세 도입에 따른 초과이자이익 출연금을 20~40%로 잡으면 최대 1조9600억원까지 내야 할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횡재세 규모가 그 정도가 된다면, 국회에서 최소한 이 정도는 바라고 있다는 것을 금융지주회사들이 인식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횡재세를 일종의 기준으로 제시한 것"이라면서 "정치권과 금융당국, 대통령실까지 전방위적으로 압박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약 2조원의 마지노선을 제시한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지원방식은 금융당국이 '직접적인 지원 방식을 고민해달라'고 한 만큼 기부 등의 형식보다는 대출이자를 낮추거나 대출금 상환을 유예하는 등, 자영업자·소상공인 차주들의 이자부담을 직접적으로 낮출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낸 이자의 일부를 돌려주는 캐시백이나 페이백 형태도 나올 수 있다.
또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별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캐시백 확대 외에도 변동 및 고정금리 차이 축소, 금리상승 최소화 등과 같은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분위기와 함께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들은 본격적인 상생 금융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소상공인들이 고금리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을 고려해 저금리 대환대출, 이자 면제 등 대출 이자 지원에 중점을 둔 방안들이었다.
앞서 하나은행은 개인사업자 고객 30만 명에게 전월 낸 이자를 다달이 돌려주는 이자 캐시백과 에너지생활비, 통신요금 등 1000억원을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신한금융도 상생금융 지원프로그램의 기한 연장과 대상 확대를 위한 610억원 추가 지원, 소상공인·청년 금융부담 완화를 위한 440억원의 신규 지원 등 총 1050억원 규모의 상생금융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횡재세 도입과 관련해서는 "금융 쪽 이슈는 조금 유연하게 했으면 좋겠다"며 "열심히 하겠다고 하면 지켜보는게 좋지 않나 한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또 은행권에 지원방안을 요구하면서도 '건전성'을 강조하며 최근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를 경계하고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은행과 보험, 금융투자 등 여타 금융권역별로도 CEO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금융권 전반에 상생금융에 대한 압박이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