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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시, 쓰레기처리시설 엉뚱한 법률 검토 왜?[판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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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시, 쓰레기처리시설 엉뚱한 법률 검토 왜?[판읽기]

    편집자 주

    전남노컷의 '판읽기'는 전남CBS 기자들이 전남동부 지역의 이슈를 파고들어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사안의 맥락을 짚어내고, 깊이 있게 해석해 드리겠습니다.

    순천, 여수 광양 쓰레기 처리시설 광역화 무산
    여수시, 입지 선정 전 민간 투자제안서 수리
    법률 검토도 엉뚱한 내용으로…특혜 의혹 증폭
    검찰 진정, 시의회 행감 통해 실체 드러날까

    제34회 여수·순천·광양시 행정협의회에 참석한 정인화 광양시장(왼쪽부터), 노관규 순천시장, 정기명 여수시장. 순천시 제공 제34회 여수·순천·광양시 행정협의회에 참석한 정인화 광양시장(왼쪽부터), 노관규 순천시장, 정기명 여수시장. 순천시 제공 
    지난해 7월 전남 순천시와 여수시, 광양시 등 동부권 3개시는 민선 8기 출범 이후 쓰레기 자원화 시설 건립 광역화를 추진했습니다.
     
    이를 가장 먼저 공론화한 것은 노관규 순천시장입니다. 순천시는 지난해 10월 민선 8기 첫 여순광 행정협의회에서 전남 동부권 광역 쓰레기 처리시설 신설을 제안했습니다.
     
    순천은 왕조동 쓰레기 매립장과 자원순환센터에서 하루 200톤의 폐기물을 처리해왔지만 왕조동 매립장의 사용률이 90%를 넘겨 포화 상태가 되면서 추가 신설이 시급한 실정입니다.
     
    더욱이 민선 7기 허석 순천시장이 쓰레기 매립장 후보지로 월등 송치를 선정했지만 주민 반발로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기존 쓰레기 매립장이 포화 상태여서 골머리를 앓던 순천시가 광역화 카드를 통한 돌파구를 모색한 겁니다.
     
    그러나 여수시와 광양시의 입장은 달랐습니다.
     
    여수시는 만흥매립장이 잉여 용량에 여유가 있어 2037년까지 사용 기한을 연장해 놓은 상태였습니다. 190톤을 처리하는 매립장을 갖춘 광양시도 순천시보다는 잉여 용량이 충분해 소극적으로 대응했습니다.
     
    결국 광역화는 무산됐고 순천, 여수, 광양 3개시는 쓰레기 처리시설 문제에 대해 각자의 해법을 모색해야 했습니다.
     
    전남 여수시청 청사 전경. 여수시 제공전남 여수시청 청사 전경. 여수시 제공
    여수시는 지난해 12월 '자원회수시설' 건립사업 타당성 조사를 마치고 올해 1월 31일 입지 선정 공고를 내 삼일동과 소라면 등 2곳의 희망 후보지를 결정했습니다.
     
    여수시는 올해 5월 쓰레기 처리시설 명칭을 '자원회수시설'로 바꾸고 입지선정위원회를 위촉했습니다. 입지선정위원회는 주민대표 4명과 전문가 4명, 시의원 2명, 공무원 2명 등 모두 14명으로 구성됐습니다.
     
    위원회는 기존 소각시설 내구연한이 도래하고 2030년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되는 만큼 소각시설과 음식물 처리시설, 재활용선별장을 갖춘 쓰레기 종합 처리 시설의 입지를 어디로 정할 것인지 최종 결정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위촉식과 함께 열린 첫 회의에서 위원회는 전문 연구기관을 선정해 입지 후보지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조사 계획과 결과 등을 홈페이지에 공개해 주민 의견을 반영한 입지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당시 여수시 관계자는 "위원회와 협력해 공정하고 투명한 입지선정 절차를 거쳐 주민들이 공감하는 결과를 얻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공언에도 현재 여수시의 자원회수시설 입지선정은 스텝이 제대로 꼬였습니다.
     
    입지선정위원회는 지난 9월 15일 회의를 열어 입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었지만 일부 위원의 반발로 무산됐습니다.
     
    여수시가 입지 선정과 사업 방식이 결정되기 열흘 전인 지난 9월 5일 특정업체가 아직 발표도 되지 않은 특정 지역을 지정해 제출한 민간투자사업 제안서를 수리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입지선정위 위원이 타당성 조사용역 결과 선정된 부지가 사전에 누설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반발했고 결국 부지 선정 발표가 미뤄졌습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자원회수시설 사업과 관련해 특혜 의혹이 제기되자 여수시가 정기명 여수시장의 지시로 관련 법률 검토를 받았는데 의혹의 핵심을 비켜 가는 엉뚱한 내용을 질의하고 답변을 받은 겁니다.
     
    민간제안서 반려 여부에 대한 법적 검토가 아닌 정부 고시 방식을 두고 반려 여부를 묻고 답변을 받았는데 그마저도 반려가 가능하다는 취지의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런데도 여수시는 엉뚱한 법률 검토를 가지고 해당 민간제안서를 반려하지 않고 수리한 겁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입지가 확정되지 않았는데 민간사업자가 아무런 근거도 없이 특정 부지에 맞게 투자제안서를 제출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쓰레기 처리시설 투자제안서의 경우 작성에만 10억에서 20억 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기명 여수시장이 더불어민주당 여수지역위원회와 여수시 간담회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최창민 기자정기명 여수시장이 더불어민주당 여수지역위원회와 여수시 간담회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최창민 기자
    엉뚱한 법률 검토와 제안서 수리 등 일련의 과정이 정 시장의 의지가 담긴 의도된 것인지 아니면 해당 부서가 법률가 출신인 정 시장의 눈을 가리려 한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에 대해 여수시는 당초 폐기물관리법과 폐기물시설촉진법에 따라 입지가 선정되면 재정사업과 민자사업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었지만 사업자가 민자투자유치법에 따라 사업을 제안하면서 민자사업 추진을 결정했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현행법상 민자 사업자의 제안서에 대해 반려가 가능한데도 수리함으로써 입지선정위원회의 활동과 후보지 타당성 조사 용역 등의 행정 절차가 무시된 데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입지선정위원회 위원인 A씨는 최근 정기명 여수시장과 관련 부서 공무원 등에 대해 공무상 비밀 누설과 직무유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의혹 등을 제기하며 광주지방검찰청에 진정서를 제출했습니다.
     
    A씨는 CBS노컷뉴스와 만나 "삼일동이 최종 입지로 선정되지 않았는데 제안서에 최종 입지가 기재되어 제출됐다"면서 "공무원이 최종 입지와 선정 방식 등 공무상 비밀이 불법적으로 넘겨진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지난 14일 입지선정위원회는 회의를 열어 특혜 의혹 해소 전까지 입지 선정을 위한 활동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쓰레기 매립장은 대표적인 혐오 시설로 각종 인센티브 제공과 주민 회유 없이 들어서기 어렵다는 점에서 각 지자체마다 입지 선정 시 골머리를 앓는 게 현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따라 입지가 선정되고 지자체 형편에 맞는 추진 방식이 논의된 뒤 그에 맞는 형태의 시설이 검토되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여수시의 자원회수시설 사업은 검찰에 진정서가 접수된 만큼 향후 수사가 이뤄질지 주목됩니다.

    또 여수시의회 환경복지위원회는 행정사무감사 기간 이번 사업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을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공언한만큼 실체가 드러날지 관심을 가져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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