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청 전경. 제주도 제공제주형 행정체제 도입을 위해 주민투표로 기초자치단체 부활 여부를 결정하려는 제주도의 목표가 흔들리고 있다.
시·군을 설치할 때 제주도지사가 행안부장관에게 주민투표 실시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한 '제주특별자치도 설치와 국제자유도시조성을 위한 특별법(제주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22일 제주도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1일 법안심사 제2소위원회에 상정된 제주특별법 개정안의 처리를 보류했다.
소위는 제주도와 행정안전부가 일치된 의견을 제시하라며 의결을 미뤘다.
개정안의 주요내용은 기초자치단체인 시·군을 설치하려면 제주도지사가 도의회 동의를 받아 행정안전부장관에게 주민투표 실시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현행 주민투표법 제8조가 '지방자치단체를 폐지하거나 설치하는 경우 행정안전부 장관이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주민투표의 실시를 요구해야 한다고 규정한 것과 반대로 제주특별법 개정안은 제주도가 행안부에 주민투표를 요구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도민의 자기결정권 강화라는 의미가 있다.
문제는 개정안이 지난 5월 소관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한 뒤 법사위에서 5개월째 표류하고 있다는 점이다.
21일 법사위 소위에서도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제주특별법 개정안의 연내 국회 처리 가능성은 멀어지고 있다.
제주도는 소위에서 제주도와 행안부가 보다 긴밀한 협의를 거친다면 다음 회의에서 심사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설명했지만 다음 회의 일정이 언제 잡힐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법사위 소위가 일치된 의견을 제시하라고 한 건 행안부가 기존 주민투표법에 보장된 내용으로도 충분하다는 이유로 제주특별법 개정안 처리를 반대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민의힘 유상범 국회의원도 제주도의 기초자치단체 부활은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정부와 여당이 끝까지 반대할 경우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작업은 무산될 수도 있다.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는 행정체제 모형의 경우 기초자치단체 부활과 행정시장 직선제로 압축했고 행정구역안은 읍면을 동서로 구분해 4개 시군으로 나누거나 국회의원 선거구에 따라 3개 권역으로 분리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설명했다.
제주도는 오는 25일과 26일 도민참여단 숙의토론회를 열어 행정체제를 어떻게 바꿀지, 행정구역은 몇개로 할지에 대한 최종안을 선정하고 다음달에는 주민투표 실행방안과 개편 권고안을 제시할 계획이었다.
제주도는 특히 제주특별법 개정안의 연내 국회 처리를 전제로 내년 4월 총선 이후 주민투표를 실시한 뒤 2026년 지방선거부터 적용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국회의 발목잡기로 전체 일정표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다음달 12일부터 국회의원 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면 곧바로 총선 정국으로 돌입할 예정이어서 제주특별법 개정안의 장기 표류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제주도는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을 위해 도민의 자기 결정권을 반영할 수 있도록 충분한 의견수렴과 공감대를 형성한 법안이 국회 본회의 의결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기초자치단체를 도입할 수 없는 제주도와는 달리 지난 6월 출범한 강원특별자치도와 내년 1월 출범하는 전북특별자치도는 지방자치법 제3조의 개정으로 시나 군을 둘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 시·군·구 기초자치단체를 유지하는 상황인 만큼 개정 당위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며 협조를 요청한다는 게 제주도의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