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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R 예산' 싹둑, 암초 만난 원전 육성책…수익성 악화 등 첩첩산중

산업일반

    'SMR 예산' 싹둑, 암초 만난 원전 육성책…수익성 악화 등 첩첩산중

    핵심요약

    국회 산자위서 SMR 예산 332억 등 삭감…野 단독 처리
    수출시장 고려 원전 R&D 투자 필요성…예결위 타협 가능성도
    'SMR' 최대기업 뉴스케일, 원전 설치 무산…수익성 악화 우려

    연합뉴스연합뉴스
    내년도 예산안 확정을 앞두고 야당이 SMR(Small Modular Reactor‧소형 모듈 원자로) 관련 예산을 단독으로 대폭 삭감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국정 과제인 원전 육성정책에 급제동이 걸렸다.
     
    최근 글로벌 SMR 전문 기업인 미국의 뉴스케일 파워(Nuscale power)의 원전 설치 무산 등 수익성 악화 우려가 나온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선 장기적으로 수출 시장을 열기 위해 SMR 개발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정부와 에너지 업계 등에 따르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내년도 원전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향후 예산결산위원회에서 여야 수뇌부 간 협상에 따라 최종안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20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 불참 속에서 산자위 전체회의를 열고 정부의 내년도 원전 예산 1813억73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해당 예산 중에는 오는 2025년까지 인허가를 받기 위해 개발 중인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연구개발 사업비 332억8천만원도 포함돼 있었는데, 이 또한 전액 삭감된 상태다.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 R&D예산은 올해 38억7천만원에서 내년도 332억8천만원으로 760%, 약 8배 이상 증가한 상태였다.
     
    원전해체사업(28.4%), 월성원자력관리센터(55%) 등 타 원전 관련 예산 인상률에 비해 SMR 예산 인상 폭은 압도적으로 높은 편에 속했다. 방사능 물질 유출과 주민 반발 등 세계적으로 대형 원전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지면서 미래 에너지 대안으로 SMR이 부상하면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SMR은 300MW(메가와트) 출력 이하 원전을 의미한다. 작은 용량으로 탄력적인 출력 조절이 가능하고 냉각수가 없어도 원자로를 식힐 수 있기 때문에 차세대 에너지로 꼽힌다.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는 한국형 SMR인 스마트의 원천기술과 APR 1400의 기술을 기반으로 내장형 제어봉 구동장치 등을 도입해 업그레이드한 모델이다.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도 수출용 원전 육성을 위해 'i-SMR' 개발 사업을 계획했기 때문에 이번 삭감이 정치적인 이유로 단행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일각에선 최종 예산안 확정을 앞두고 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민주당이 전략적인 삭감을 단행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산자위에서 감액한 예산안이 예결위로 간 이후에 다시 증액을 하려면 소관 상임위인 산자위로 재차 오게 된다"며 "산자위원장이 야당 소속이기 때문에 주도권을 쥔 상태에서 여야 수뇌부 간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했다.
     
    문제는 여야 신경전을 떠나 SMR 사업 전망이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최근 글로벌 SMR 업체인 미국의 뉴스케일 파워의 원전 설치 프로젝트가 무산되는 등 악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뉴스케일 파워와 빌 게이츠 MS 창업자가 설립한 테라파워 등은 SMR 개발의 선두 기업으로 꼽힌다.
     
    지난 10일 뉴스케일 파워의 SMR 발전소 프로젝트는 유타주 포함해 미국 서부 7개주 발전시스템을 담당하는 유타주립전력공사(UAMPS)에 의해 최종 거부되며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뉴스케일 파워는 에너지부의 지원을 받아 미국 아이다호 인근에 첫 SMR 발전소 프로젝트(CFPP)를 진행 중이었는데, 오는 2029년 준공이 목표인 해당 프로젝트엔 국내 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도 참여하고 있다.
     
    프로젝트 무산의 주요 원인은 예상보다 약 4조원 이상 증가한 원전 건설비용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착수 당시엔 건설 비용을 약 8조원으로 예상했지만, 고금리 기조 장기화 등으로 인해 현재는 약 12조원으로 당초보다 5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영향으로 인해 지난해 8월쯤엔 15달러를 돌파했던 뉴스케일 파워의 주가도 최근 2.5달러 안팎으로 크게 하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차원에서 SMR 연구‧개발에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SMR은 2025년 말까지 인허가 조건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집중적인 예산 투자가 필요하다"며 "단가를 봐도 SMR로 생산한 전력은 킬로와트시당 150원인데 반해 가스 발전은 220원이기 때문에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도 "SMR은 내수용이라기보단 수출용에 가깝기 때문에 길게는 10년 이상을 봐야 한다"고 했다. 
     
    SMR 연구‧개발을 통해 기술력을 확보하더라도 주민 수용성과 방사성폐기물처리장 설치 등 상용화까지는 해결해야 할 장애물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이날 여야는 산자위에서 사용후핵연료 관련 영구 처분시설을 만들기 위해 특별법 의결을 논의했지만 최종 합의에 실패하면서, 원내 지도부 협상으로 넘어간 상태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원전은 기본적으로 주민 수용성과 방폐장 설치, 송전망 문제 등 과제를 안고 있는데 SMR은 적어도 송전망 설치가 필요하지 않아 제약 조건이 1개 줄어드는 것"이라며 "향후 수출 시장을 고려하면 SMR에 대한 연구, 투자 예산은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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