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사진취재단·윤창원 기자정기국회가 막바지에 접어들었지만 여야 대치 국면은 오히려 격화하는 양상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30일 본회의를 열고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손준성·이정섭 검사 탄핵소추안을 올리겠다고 벼르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예산안 합의' 없이는 본회의조차 열 수 없다며 강하게 맞서고 있어 이번주 여야 강대강 대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야는 오는 30일과 다음달 1일에 본회의를 열기로 잠정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여당인 국민의힘은 최근 예산안 처리 합의 없이는 본회의 개의에 협조할 수 있다며 입장을 선회했다. 이날 본회의가 열리게 되면 민주당은 이동관 방통위원장과 손준성·이정섭 검사 탄핵소추안을 처리하겠다고 벼르고 있는데, 국민의힘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26일 논평을 내고 "오는 30일과 다음 달 1일 본회의는 내년도 예산을 합의 처리하기 위한 것이지 정략적 목적이 분명한 탄핵을 위한 '방탄 정쟁' 본회의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도 예산안 처리를 앞두고 '강대강 대치' 카드를 꺼내 들었다. 국민의힘이 예산안 심사에 고의로 나서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지금처럼 협상에 임하지 않을 경우 자체 수정안을 야당 단독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민주당 강훈식 의원은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30일까지 예산안 심사를 마치지 않는 경우 다음 날 정부의 원안이 본회의에 부의되는 자동 부의를 악용하려는 의도라고 생각한다"며 "국회의 예산안 심사를 회피하고 저해하는 정부의 의도에 맞서서 민주당은 국회에 주어진 합법적 권한을 적극 활용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원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기 전에 민주당 자체 수정안을 본회의에 올려 먼저 통과시키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예결위 소속 한 의원은 "국민의힘이 본회의에서 이동관 방통위원장 탄핵을 막기 위해 예산을 핑계로 본회의 처리를 무산시키려고 한다"며 "예산 혹은 탄핵을 하나의 협상 카드로 쓰게 둘 순 없다"라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해 예산 심사 당시에도 법정 시한이 지난 12월 초까지 협상에 진척이 없자 미리 준비해 둔 자체 수정안을 본회의에 올려 통과시키겠다고 나선 바 있다. 이후 여야는 12월 말이 돼서야 예산안을 합의할 수 있었다. 민주당은 이번에도 자체 수정안을 통해 여당을 압박한 뒤 협상의 물꼬를 트겠다는 의도다.
결국 향후 정국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김진표 국회의장의 결단에 달린 모양새다. 민주당은 김 의장과 여야 원내대표 회동 당시 오는 30일과 다음 달 1일 연달아 본회의를 열기로 합의했다는 입장이다. 민주당과 김 의장이 본회의를 강행할 경우 국민의힘이 이를 저지하긴 쉽지 않다.
현재 김 의장은 정기국회 기한 내에 법안 및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가장 우선으로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을 5개월 앞둔 상황에서 법안 등 과제를 남겨놓게 되면 정기국회 이후 당분간은 이를 처리하기 쉽지 않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국회 관계자는 "여러 가능성이 열려 있지만 예산안, 법률, 탄핵 등 모두 속히 법정시한 내에 마무리해야 한다는 게 김 의장의 생각"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