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총선에 적용되는 선거제 개편을 두고 딜레마에 빠진 모양새다.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한다면 위성정당 없이는 지역구 의석수가 줄어들 게 우려되고,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돌아간다면 당론으로 채택했던 정치개혁안을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 돼 부담이다.
민주당은 29일 오후 의원총회를 열고 선거제 개편과 관련한 난상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쟁점은 비례대표제에 있다. 20대 국회에서 야당을 중심으로 합의된 준연동형은 전국 정당 득표율보다 지역구 의석수가 적을 경우 모자란 의석수 일부를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방식이다. 지난 총선 땐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을 만들면서 소수 정당의 국회 진입 장벽을 낮춘다는 제도의 의미가 퇴색됐다.
당 지도부는 아직 정해진 결론은 없지만 여론의 향방에 따라 결국 '이기는 선거제'를 선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 지도부 일각에선 연동형일 때 '꼼수'라는 비판을 받는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을 경우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 의석수 감소가 예상돼 차라리 병립형이 낫다는 시각도 나온다.
관련해 이재명 대표는 28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내년 총선에서 우리가 1당을 놓치거나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 과거로의 퇴행을 막을 길이 없다"며 "이상적인 주장이 멋있지만 선거라는 건 승부 아니겠느냐. 우리가 처한 상황이 너무 엄혹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실질적 다당제 구현을 위한 선거제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어 병립형 회귀는 명분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해 2월 대선 열흘 전 연동형 및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이 포함된 '국민통합 정치개혁안'을 당론으로 채택했고, 이 대표는 "말이 아닌 실천으로 보여드리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병립형 회귀에 대한 내부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탄희 의원은 28일 위성정당 없는 연동형 비례제 사수를 주장하며 내년 총선에서 현 지역구에 불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직전 원내대표였던 박광온 의원은 SNS에 "민주당은 국민 개혁정당으로서 위성정당을 방지하고, 연동형 비례선거제를 지키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며 이 의원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이낙연 전 대표도 같은 날 포럼에서 "양대 정당이 '국민 실망시키기'를 경쟁해 온 결과 무당층이 예전보다 더 두껍고 단단해졌다"며 "다당제를 통해 무당층을 국회에 포용하는 것이 정치 양극화 극복과 정치 불안정 예방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기 위해 당장 할 일은 위성정당 포기를 전제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병립형 회귀를 주장하며 현행 준연동형이 유지될 경우 위성정당을 만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민주당은 지역구 및 비례 의원 정수부터 확정한 뒤 비례 의석을 일부 연동형, 병립형으로 쪼개는 등 여당과의 추가 협상을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