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지도부‧중진‧친윤 희생' 혁신안의 데드라인이 다가오며 지도부와 혁신위의 재충돌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인 위원장이 혁신안과 함께 던진 '셀프 공관위원장 추천' 카드의 응답시한도 다가왔지만, 지도부가 이를 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 혁신위가 빈손으로 활동을 종료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김기현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이 어디까지 번질지가 관건이 됐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는 이르면 4일 지도부‧중진‧친윤 의원들의 불출마 혹은 험지출마를 촉구하는 '희생' 혁신안을 최고위원회에 공식으로 보고한다. 지난달 3일 같은 내용을 '구두 권고' 형식으로 요청했지만 한 달이 넘게 응답이 없자, 이를 공식으로 지도부에 요청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인 위원장은 "혁신위에 전권을 준다고 공언한 말씀이 허언이 아니면 나를 공관위원장으로 추천해달라"고 배수진을 쳤다. 지도부가 혁신안을 '공관위 소관'이라는 이유로 의결하지 않을 것을 대비해, 본인을 공관위원장으로 셀프 추천하는 강수를 둔 셈이다. 인 위원장이 제시한 답변 기한은 4일까지다.
여권은 인 위원장의 배수진을 이른바 '논개 작전'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김태흠 충남지사는 인 위원장을 만나 "지금처럼 당이 혁신위 이야기를 적극 받아들이지 않고 시간을 끈다면 논개처럼 다 끌어안아 버리라"고 제안했는데, 혁신위를 해체하며 지도부 해체를 함께 압박하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혁신위의 실패는 지도부의 실패'라는 명분을 앞세워 지도부를 끌어내린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논개 작전'이 먹힐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지도부는 인 위원장의 공관위원장 추천 카드를 일찌감치 거절했고, 혁신안의 최고위 의결 여부도 회의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3일 기자들과 만나 "(지도부는) 기존 입장에서 지금까지 변화가 크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관위 업무와 혁신위 역할은 분명 차이가 있는데 지금은 혁신위가 스스로 혼돈을 일으키는 듯한 느낌이 있어 안타까운 마음도 좀 있다"며 "궤도이탈 조짐이 보인다"고도 지적했다.
혁신안의 최고위 의결과 공관위원장 카드가 모두 불발된다면 혁신위는 조기해체 수순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김기현 지도부 체제의 역풍도 불가피하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출범시킨 혁신위를 스스로 붕괴시킨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출범 당시 '전권을 주겠다'는 말 또한 허언이 되며, 결국 '체제 유지를 위한 시간끌기용'이라는 의심에서 벗어나지 못한 행보다.
하지만 혁신위 해체가 곧바로 김기현 체제의 붕괴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김 대표는 공석이었던 최고위원 자리를 김석기 의원으로 채우며 지도체제 붕괴로 인한 비대위 전환의 외풍 가능성을 미리 차단한 상황이다. 또한 공관위를 조기에 발족시키고 인재 영입을 서두르며 총선 지휘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한 지도부 인사는 "혁신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한다는 의지를 보이는 게 중요하다. 단칼에 의결을 거부하기보다는 최소한의 액션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혁신위 해체로 인한 비대위로의 전환 가능성은 제로"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