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이미지 제공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가 대표인 법무법인이 채권자인 의뢰인의 부동산 가처분을 취하해 의뢰인에게 수십억 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의뢰인들은 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는데, 변호사 측은 "실수였다"고 밝혔다.
5일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전북 전주시 덕진구 만성동의 법무법인 K는 말소 판결이 나온 가등기의 가처분을 해제해 의뢰인인 최모씨 등 8명에게 수십억 원의 재산상의 손해를 끼친 의혹을 받고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최씨 등 8명은 지난 2008년 무렵 전북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의 한 납골당 사업에 11억 원을 투자했다.
납골당 사업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자, 최씨 등은 지난 2010년 투자금 반환을 요구하며 납골당 사업자 A씨를 상대로 투자금 반환 소를 제기했다.
2012년 항소심까지 이어진 재판에서 법원은 "납골당 사업자 A씨는 최씨 등 8명에게 투자금 11억여 원을 돌려주고 법정 이자(2012. 6. 26~2013. 6. 27 연 5%, 다 갚는 날까지 연 20%)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그런데 납골당 사업자 A씨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최씨 등이 재산권을 행사할 부동산 즉, 납골당의 소유권을 가족 명의의 회사 B와 C로 이전했다.
납골당의 소유권이 이전돼 재산권 행사가 어렵게 된 최씨 등은 "사업자 A씨가 납골당 경매를 피할 목적으로 소유권을 이전했다"며 소유권 이전의 근거가 된 '가등기를 말소해 줄 것'을 다시 재판부에 요구했다.
3년이나 지난 2019년, 대법원까지 이어진 이 재판에서도 역시 법원은 최씨 등의 손을 들어주며 "가등기를 모두 말소하라"고 명령했다. 법원은 "사업자 A씨가 경매를 피할 목적으로 가등기를 하고 소유권을 이전한 것으로 보인다"며 "등기는 모두 무효"라고 판단했다.
최씨 등은 법원의 판단으로 모든 등기가 직권으로 말소되면 경매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최씨 등의 법률대리인으로 가등기 말소 재판에서 승소한 법무법인 K의 김모 변호사 측은 돌연, 가등기의 효력을 막는 가처분을 해제했다.
가처분이 사라지자 가등기를 근거로 사업자 A씨가 가족 회사 B, C로 소유권을 넘긴 등기가 되살아났다.
소유권 이전의 등기가 효력을 갖게 되자 덩달아 가족 회사 C에 투자한 또 다른 투자자인 Y법인이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가처분 등기의 해제로 소유권 이전 청구권의 효력이 생겼다는 전주지법의 판단. 판결문 캡처즉, 김 변호사 측의 가처분 해제로 인해 최씨 등은 다른 투자자인 Y법인과 납골당 지분을 반반 나눠 갖게 된 것이다. 또 최씨 등은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말소해 달라"는, 하지 않아도 됐던 재판을 이어가고 있다.
소유권 이전 등기 말소 재판의 1심 재판부는 "해당 부동산의 가등기에 대한 가처분이 해제돼 소유권 이전의 효력이 생겼다"고 판단했으며 "Y법인도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최씨 등은 김 변호사 측이 가처분을 해제하면서 법정 이자까지 포함한 총 34억 원의 재산상의 손해를 입었다며 김 변호사와 그의 사무장을 특정경제범죄법상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최씨 등은 "10년이 넘는 재판 끝에 겨우 피해금을 회복할 수 있게 됐는데, 김 변호사 측의 어이없는 행동으로 모두 물거품이 됐다"고 토로한다.
법무법인 K의 김 변호사 측은 "실수였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K의 한 사무장은 "법원 공무원이 '가처분을 해제해야 한다'고 말해 따랐을 뿐"이라며 "결과적으로 잘못됐으나 단순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또 "최씨 등의 사실확인서를 받고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최씨는 "(가처분을 해제한다는) 사실확인서를 써 준 기억이 없다"며 "같이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이들도 '변호사 사무실을 간 적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전북경찰청은 전주지검으로부터 해당 사건을 넘겨받고 수사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