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 관계자 100여명이 5일 미추홀구제물포역 남광장에서 집회를 열어 지난 5월 제정된 전세사기 지원특별법의 미흡한 실효성을 지적하며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주영민 기자"제가 법원에 배당신청한 지 1년 6개월이 지났고, 전세사기 대책위원회 활동을 시작 한지는 1년이 지났습니다. 그토록 원하던 정부의 전세사기 지원특별법이 세상에 나온지 6개월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 저에게 달라진 건 제가 일을 그만두고 대책위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 뿐입니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A씨)
"제 아내는 2021년 7월 암 판정을 받았고 이후 수술과 8차례의 항암치료를 받아내고 있습니다. 제 전셋집 계약일 2021년 10월이었습니다. 당시 건축왕의 바지 집주인과 부동산중개인은 저희 부부에게 보증금 1500만원 상향을 요구했고 저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쓰겠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바지 집주인이 들어와 살 예정이니 나가라고 하는 등 여러 협박이 이어졌습니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B씨)
정부와 정치인들이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준다며 특별법을 제정한 지 6개월이 지났습니다. 제정 이후 특별법으로 구제된 피해자들을 만나본 적 있습니까? 정부나 인천시가 내세운 지원책으로 지원받은 사람이 없습니다. 구제한다고 하더니 오히려 배제된 피해자들만 늘어났습니다. (인천 전세사기 피해지원 시민대책위원회 관계자)
인천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지난 5월 제정된 전세사기 특별법의 미흡한 실효성을 지적하며 개정을 호소했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대책위원회는 5일 미추홀구 제물포역 남광장에서 집회를 열어 "까다로운 조건 탓에 특별법에 따른 피해자 인정을 받지 못하거나 인정받아도 이용할 수 있는 지원책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제물포역 인근은 인천에서 불거진 이른바 '건축왕'의 전세사기 피해 주택이 밀집한 지역이다. 이날 집회에는 피해자들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정치권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피해자 대다수가 높은 대출 이자에 시달리는 상황임에도 정부 지원을 받는 피해자 비율은 17%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며 "전세사기 특별법은 원래부터 6개월간 운용한 뒤 보완 입법을 추진하기로 한 만큼 개정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안상미 전세사기 피해 전국대책위원장은 "어제 집값보다 전세 보증금이 더 비싼, 이른바 깡통빌라의 집주인이 되면 수고료를 받을 수 있다는 모집 광고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며 "브로커가 전세 사기를 위해 가짜 집주인을 모집하는 광고가 나왔다는 건 정부가 전세사기에 대해 손을 놓고 있는 지금도 전세사기 피해가 축적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대책위는 전세사기가 반복되지 않도록 관련 법을 보완하는 한편 정부가 피해자를 먼저 구제하고 비용을 회수하는 '선(先) 구제·후(後) 회수' 방안을 포함해 다양한 피해자를 포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을 촉구하는 피해자 집회는 서울, 경기 수원, 대전, 대구, 부산에서도 동시에 열렸다. 이들이 이날 모인 건 오는 6일이 정기국회에서 전세사기 지원특별법 개정안을 논의하는 마지막 날이기 때문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오는 6일 국토법안소위원회를 열고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정부와 국회는 올해 5월 전세사기 지원특별법을 제정하면서 부대의견을 달아 '6개월마다 보완 입법'을 약속했다. 전세사기 유형·피해 규모 등을 검토해 부족한 점을 보완하겠다는 취지였다. 특별법 시행 6개월이 되는 날은 지난 12월 1일이었다.
현재 국토위에는 김정재·조오섭·허종식·심상정 의원 등이 발의한 개정안들이 계류돼 있다. 이번 논의에서 개정안이 법안소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전세사기 지원 특별법은 사실상 폐기수순을 밟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