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운> 윤석열 대통령이 신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로 검사 출신인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을 지명했습니다. 국민권익위원장에 취임한지 5개월여 만에 다시 방통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겁니다. 왜 이런 무리한 인사를 진행한 건지. 김홍일 후보자는 앞으로 방통위를 어떻게 이끌게 될지. 권영철 대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결국 윤 대통령이 검사 선배인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을 방통위원장 후보로 지명했군요?
◆권영철> 그렇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오늘(6일) 방통위원장 후보로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을 지명했습니다. 지난 1일 이동관 방통위원장이 면직된 지 닷새만입니다.
김홍일 방통위원장 후보자가 지명 직후 입장을 밝혔는데요. 들어보시죠.
"제가 절차를 거쳐서 임명이 된다면, 국민에게 신뢰받고 사랑받는, 공정한 그리고 독립적인 방통위가 되도록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겠습니다."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 윤창원 기자김 후보자는 강력검사 출신으로 특수수사를 한 '강력특수통' 출신입니다. 대검 마약조직범죄부장, 중앙수사부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2007년 서울중앙지검 3차장 때는 대선 14일 전인 12월5일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비비케이(BBK) 주가조작 의혹을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해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대검 중수부장 재직 때 부산저축은행 대출비리 사건을 수사했는데 주임검사가 중수2과장이던 윤석열 대통령입니다.
지난해 대선 때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캠프에 합류해 '정치공작 진상규명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습니다. 당시 정치권에서 제기됐던 '고발 사주 의혹'을 비롯한 사법리스크에 대처하면서 윤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정다운> 오늘 주제를 '방통위원장 지명', 김홍일은 좋아할까? 이렇게 정했는데요, 왜죠?
◆권영철> 김홍일 후보 입장에서는 사실 흔쾌하게 수락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 때문입니다.
법조계에서는 김홍일 후보자를 '약은 곰'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외모를 보면 곰처럼 덩치도 있고 강력특수통처럼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무리하지 않는 스타일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조금 전 후보 지명 입장을 들어보셨지만 "제가 절차를 거쳐서 임명이 된다면, 국민에게 신뢰받고 사랑받는, 공정한 그리고 독립적인 방통위가 되도록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전임 이동관 위원장은 지명 당시에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파괴하는 가짜뉴스와의 전쟁에 각국 정부와 시민단체들이 골몰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공정한 미디어 생태계를 복원하고 자유롭게 소통이 잘 되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소감을 밝힌 것과는 큰 차이가 나는 것입니다.
검사 선후배들에게 물어보면 '합리적이다.', '무리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이동관 전 위원장처럼 그렇게 밀어붙이지는 않을 거다' 이런 평가들이었습니다.
◇정다운> 김홍일 후보자는 방통위원장 후보 지명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긴가요?
◆권영철> 검사출신들은 '검찰총장'이나 '법무부 장관' 자리에 대한 로망이 있습니다. 김홍일 후보자도 정권 초부터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유력하게 거론돼 왔습니다. 그렇지만 1년여가 지나서야 국민권익위원장으로 임명이 됐죠.
국민권익위원장은 장관급이긴 하지만 국무위원도 아니고, 흔쾌히 받아들이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말들이 들렸습니다.
마찬가지로 방통위원장 자리도 처음부터 지명된 것도 아니고, 이동관 위원장을 임명했다가 탄핵 소추될 상황에 처하자 면직시키고, 대타로 내세운 것 아닙니까?
김홍일 후보자로부터 직접 듣지는 못했습니다만, 잘 아는 선후배들에게 물어보니 "그렇게 유쾌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는 "공직자란 임명권자가 시키는 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지 않겠나?" 등등의 평가였습니다. 김홍일 후보자가 방통위원장 자리를 여러 차례 고사했다는 얘기는 법조계에 파다합니다.
사퇴한 이동관 방통위원장. 연합뉴스사실 윤 대통령이 이동관 방통위원장을 갑작스럽게 면직시킨 것도 대외적으로는 예산안처리 때문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탄핵 소추될 경우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했기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정다운> 탄핵절차가 진행되면 이동관 위원장의 직무정지 상태가 길어지기 때문이 아니고요?
◆권영철> 그건 대외적인 명분이라는 겁니다. 지난해 이태원 참사가 났을 때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경우 어떻게 했습니까? 167일간 공석이었습니다. 그래도 버텼습니다. 행안부 장관은 '국무회의의 서무'로 그 역할이 방통위원장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많습니다.
그런데 이동관 위원장의 경우 임명 100일도 안됐는데 사실상 경질한 겁니다. 그리고 후임 방통위원장에 판사출신의 이상인 부위원장이 유력한 후보로 검토됐던 걸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정가에서는 이 부위원장이 청문회가 부담스러워 고사했다거나 건강이 안좋아서 고사했다고 알려지고 있습니다만 청문회가 부담스럽다면 부위원장은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까요?
이 부위원장을 위원장으로 발탁하지 못한 것도 결국은 야당이 탄핵소추할 경우 이 부위원장은 이동관 위원장보다 더 많은 역할을 했기 때문에 탄핵인용 가능성이 높아서 그랬을 거라는 분석입니다.
◇정다운> 그럼 김홍일 후보자가 위원장이 될 경우 탄핵 위험이 사라지나요?
◆권영철> 민주당이 이동관 방통위원장을 탄핵하려했던 이유는 '무리한 공영방송 장악'도 있지만 '방송법 위반'도 있습니다. "5인 체제의 합의제 행정기구인 방통위를 이동관 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 2인의 상임위원으로만 독임제 행정부처처럼 운영한 것은 방송법 위반이며, 방통위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설립 취지에 어긋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이 2인 체제로 방송장악이나 언론장악을 위한 뭔가를 하려할 경우 탄핵소추 위기에 처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우선 2인 체제의 기형적인 방통위 구조부터 5인체제로 정상화하는 것이 우선시 돼야 할 겁니다.
민주당에서는 방통위 상임위원 추천위원회를 구성해서 후보 추천 절차를 밟고 있다고 합니다. 김홍일 후보자 인사청문회 일정에 맞춰서 공석 중인 정당추천 3명의 방통위 상임위원이 임명된다면 방통위는 정상화 될 걸로 보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탄핵될 우려는 낮아지겠죠?
◇정다운> 김홍일 위원장도 이동관 위원장처럼 '공영방송 장악' 또는 '언론장악'을 위해 무리수를 둘까요?
◆권영철> 그건 아직 미지수입니다. '방통위는 하루도 비워둘 수 없는 기관이라는 게 윤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여권 관계자들이 말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공영방송을 비롯한 언론을 길들이기 위해서라면 무리수를 둘 수도 있을 겁니다.
김홍일 후보자가 권익위원장 시절 MBC 대주주인 방문진 권태선 이사장과 김석환 이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에 대해 경찰과 방통위에 이첩하기도 했습니다.
김 후보자가 MBC 경영진 교체에 무리하게 나설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또 포털에 대해서도 방통위가 네이버에 대해 6개월 가까이 실태조사 중에 있고, 카카오는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상황이어서 방통위가 어떤 식으로든 규제의 칼을 빼들 수 있는 상황입니다.
다만 윤 대통령이 검사 선배인 김홍일 위원장에게 무리하게 방송장악이나 공영방송 경영진 교체를 추진하도록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고, 김 후보자가 스타일상 그렇게 무리수를 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어서 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다운> 아무래도 국민권익위원장에 임명된지 5개월 만에 방통위원장으로 회전문 인사를 한 것이나, 검사 출신을 방통위원장 임명한 건 논란이 되지 않을까요?
◆권영철> 그렇습니다. 야당에서는 '방송장악 기술자'를 '법 기술자'로 교체한 것이라며 비판하고 나섰고, 여당은 적합한 법률가라는 입장입니다.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논란이 일 걸로 보입니다.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의 논평 들어보시죠.
"김홍일 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검사 재직 시절 직속상관으로서, 윤석열 대통령을 필두로 한 '검찰판 하나회'의 선배입니다. 방송·통신 관련 커리어나 전문성이 전혀 없는 특수통 검사가 어떻게 미디어 산업의 미래를 이끌어간다는 말입니까." 민주당 언론자유대책특별위원회도 오늘 성명에서 "언론장악 기술자가 실패하자 특수통 검사로 방송 장악 돌격대를 삼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변인도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이 저주한 대로 '제2의 이동관'이 끝내 나타났다"며, "이동관 전 위원장을 '꼼수 사퇴'로 도피시킨 직후 지명한 인사의 면모를 보니 더 노골적 언론장악 의욕이 보인다"고 논평했습니다.
◇정다운> 좀 다른 얘기입니다만, 이렇게 언론장악에 대한 비판이 거센 와중에 오늘 검찰은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했죠.
◆권영철>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은 오늘 김용진 대표 주거지를 압수수색했습니다. 적용 혐의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입니다.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 연합뉴스뉴스타파는 검찰이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나서자, '전례를 찾기 힘든 폭거'라고 비판했습니다.
뉴스타파는 오늘 입장문을 통해 "검찰이 10명 이상 검사들로 특별수사팀을 대대적으로 꾸렸지만, 석 달이 지날 때까지 아무런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검찰 수사가 대통령 심기 보호와 비판언론 말살을 위한 정치공작에 불과했다"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뉴스타파는 또, "법 질서를 존중한다는 취지로 사무실과 기자들에 대한 검찰 수사에 협조해 왔는데도, 언론사 대표 자택까지 압수수색하는 것은 민주화 이후 전례를 찾기 힘든 폭거"라고 비판했습니다.
검찰은 앞서 한상진 뉴스타파 기자와 봉지욱 전 JTBC 기자(현 뉴스타파 기자), 신학림 전 위원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