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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부산 민심 달래기, 대기업 총수 꼭 동원했어야 했나?

기자수첩

    [뒤끝작렬]부산 민심 달래기, 대기업 총수 꼭 동원했어야 했나?

    편집자 주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부산 중구 깡통시장에서 재계 총수들과 분식을 맛보고 있다. 왼쪽부터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윤 대통령,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 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부산 중구 깡통시장에서 재계 총수들과 분식을 맛보고 있다. 왼쪽부터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윤 대통령,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 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연합뉴스.
    부산 엑스포 유치가 실패로 끝난 다음날 윤석열 대통령은 곧바로 국민에게 전격 사과했다.

    윤 대통령은 담화에서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을 일일이 거명하며 바쁜 일정에도 기업의 업무를 제쳐놓고 최선을 다해서 뛰어준 기업인들을 격려했다.

    엑스포 유치 실패를 인정한 예상치 못한 빠른 사과로 엑스포 문제는 일단락되는 듯 했고 일주일 뒤 윤 대통령은 직접 부산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부산항 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부산 시민의 꿈과 도전'이라는 이름의 간담회를 열어, "지역 현안은 더 완벽하게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가덕도 신공항 조기 개항, 한국산업은행 이전 등 부산 표심에 맞춘 지역개발 공약을 거듭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부산 국제시장을 들러 "엑스포 전시장을 세울 자리에 외국 투자기업들을 많이 들어오게 해 부산을 더 발전시킬 테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라고 힘찬 목소리로 시장 곳곳을 돌며 시민들을 격려했다.

    지역의 전통 시장은 윤 대통령에게 민심의 통로였고 상인들, 시민들과 소탈한 행보를 이어왔다. "윤석열"을 연호하는 시민들의 환영을 받으며 윤 대통령은 힘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재벌 총수들과 함께 였다. 엑스포 유치 때 함께 했던 이재용 회장과 구광모 회장을 비롯해 한화, HD현대, 한진, 효성 등 주요 기업 총수들이 대거 부산 민심 달래기에 동행했다.

    이재용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은 윤 대통령 옆에 죽 늘어서 여당 정치인들과 함께 빈대떡과 떡볶이를 나눠 먹었다.

    내년을 위한 인사와 사업 전략 등을 짜는 중요한 시기, 시급한 경제 일정이 아닌데도 산업의 현장에 있어야 할 대기업 총수들이 시장에 동원된 그야말로 진풍경이다.  

    대기업 총수들이 엑스포 유치를 위해 열심히 뛴 것은 모두 국익을 위한 것이었지만 이미 실패를 인정한 이후 '부산 민심 달래기'에까지 총수들을 동원한 것은 지나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부산 민심 달래기는 윤 대통령과 정치인들로도 충분했다.

    엑스포 유치를 같이 뛰었던 '원팀'으로서 함께 부산에 내려가 부산 시민들을 위로하고 대기업의 투자 기대 효과도 있지 않겠느냐는 대통령실의 설명은 궁색하기만 하다. 그야말로 순진한 생각이다.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정치와 대기업의 지나친 유착은 항상 부정부패로 이어졌다.

    그래서 이번 대기업 총수 동원이 권력이 재벌을 좌지우지했던 역대 대통령들의 권위주의적인 모습을 답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연합뉴스연합뉴스
    윤 대통령이 강조해온 법과 원칙에 따른 자유주의적 시장경제의 모습과도 거리가 있다.

    대기업 총수들을 이처럼 동원한다면 대기업을 상대로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한 대응을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은 절대로 손해보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친분이 쌓이면 강고해지고 예상치 못한 결과로도 이어질 수도 있다.

    대기업들이 수많은 송사와 규제에 얽혀있는 지금 국가권력으로부터 독립성과 자율성을 존중받을 수 있을지 되돌아 볼 일이다.

    검사 시절 대기업 수사로 명성을 떨쳤던 윤 대통령에 대해 정권 초기 기업들은 우려는 컸다.

    그러나 이후 '기업 프렌들리' 행보는 업계의 환영을 받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대통령으로서 보게 된 기업에 대한 관점은 검사 시절에 생각했던 것과는 매우 달라졌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기업 총수들과의 '스킨십'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때와 장소는 분명히 가려야 한다. 민심에 동떨어진 기업인 동원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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