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후 현장을 이탈한 가해자 신모씨. 서울지방검찰청 제공검찰이 서울 강남에서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 피해자를 치어 끝내 숨지게 한 이른바 '롤스로이스 사망 사고' 운전자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운전자는 비타민 수액을 맞았을 뿐 향정신성 약물을 투약한 바 없고, 도주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최민혜 판사)은 20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도주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모(28)씨에 대한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신씨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앞서 신씨는 지난 8월 2일 오후 8시쯤, 서울 압구정역 4번 출구 인근 도로에서 롤스로이스 차량을 운전하다가 인도로 돌진해 20대 피해자 A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사고 직후 신씨는 곧장 구호조치에 나서지 않고 사고 현장을 벗어나 도주한 혐의까지 받고 있다. 이 사고로 피해자는 뇌사 상태에 빠졌고, 결국 지난달 25일 숨졌다.
이날 검찰은 "피고인(신씨)은 피부 미용 목적으로 수면 마취를 동반한 시술을 받은 후 비틀거리며 운전대를 잡았고, 100m도 가지 못하고 교통사고가 발생했다"라며 "약물로 인해 정상적인 판단을 못하는 상황이었고, 또 즉시 구호조치도 하지 않았다. 도주한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계좌 거래 내역과 진료 내역과 소변·모발에서 여러 종류의 마약류가 나왔다"라며 "피부과 진료를 빙자해 케타민과 프로포폴 등을 투약해 온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런 범죄를 숨기려고 병원에게 가서 증거인멸 등을 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박종민 기자그러면서 "피고인은 잘못을 숨기기에 급급하고, 27세의 젊은 나이에 허망하게 피해자를 떠나보낸 유족들은 엄벌을 원하고 있다"라며 "마약류 범죄에 대한 엄단 필요성이 너무나 크다. 징역 20년을 선고해 달라"라고 요구했다.
반면 신씨는 이날 함께 진행된 피고인신문에서도 사고 당시 향정신성 약물을 투약하지 않았고, 도주한 적도 없다는 주장을 이어나갔다.
피고인은 '사고 당일 오후 12시에 시술을 마친 뒤 병원에서 비타민수액을 맞고 19시 50분까지 자지 않았는가'라는 변호인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또 '향정신성 약물이 없어서 운전 등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라는 질문에도 "네"라고 답했다.
신씨는 사고 직후 피해자를 구하지 않고 자신이 진료를 받았던 병원으로 간 것에 대해서도 도주가 아니라 구호를 위한 행위였다고 주장했다. 신씨는 "119가 오지 않은 상황이었고, 제가 방금 전에 병원에서 나왔던 찰나의 순간이라고 생각해서 병원에 가서 도움을 요청해야겠다고 생각했다"라며 "찰나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라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이 끝난 뒤 피해자 유족은 취재진과 만나 "1심에서 최소 징역 20~30년을 선고했으면 한다"라며 "신씨가 제대로 사죄했다고 느껴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신씨가) 사과 편지를 전해주고 싶어 한다는 것도 알았지만, 범죄사실을 다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진정한 사과라고 받아들이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신씨에 대한 선고는 내년 1월 24일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