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의 경쟁이 본격화했다. 현재 1위인 대만의 TSMC를 2위인 삼성전자가 추격하는 가운데 미국의 인텔이 뛰어들었다.
특히 인텔이 삼성전자의 2위 자리를 목표로 한 가운데 2㎚(나노미터·1㎚는 10억 분의 1m) 공정 기술 개발에 불꽃튀는 경쟁이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ASML과 협력하면서 양산 초기 수율(결함 없는 합격품 비율) 확보에 나설 전망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인 ASML과 1조 원을 투자해 국내에 R&D(연구개발) 센터를 짓는다.
핵심은 삼성전자가 첨단 EUV(극자외선) 장비의 독점 공급 때문에 '슈퍼을'로 불리는 ASML의 차세대 장비인 '하이 뉴메리컬어퍼처(High NA) EUV'에 대한 기술적 우선권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하이 NA EUV는 2㎚ 이하 파운드리 공정의 핵심 장비로 평가된다. ASML은 2025년부터 하이 NA EUV 장비를 연간 10대 안팎으로 생산할 예정이다. 인텔은 초도물량 6대를 모두 선점했다.
앞서 지난 6월 인텔은 내년 글로벌 파운드리 업계 2위가 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현재 글로벌 CPU(중앙처리장치) 시장 점유율 80%에 육박하는 인텔이 내부 물량만으로 내년 매출 200억 달러(약 26조 원)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별도로 매출을 집계하지 않지만, 2017년 출범 이후 5년 만인 지난해 처음으로 연매출 200억 달러를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의 이 같은 파운드리 계획이 삼성전자를 위협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인텔의 자신감은 공격적인 기술 공정 로드맵에서도 드러난다. 현재 TSMC와 삼성전자의 최첨단 공정은 3나노다. 인텔은 내년 하반기 2나노급 개발을 완료하고 2025년 1.8나노 공정의 양산을 시작한다는 목표다.
삼성전자와 ASML의 협력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 있다.
현재 최첨단인 3~4나노 공정은 60% 이상의 수율이 안정적인 단계다. 삼성전자의 3나노 공정 수율도 60%로 알려졌지만, 고객의 기대를 밑도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다. 파운드리 업계에서 차세대 기술 공정의 개발 성공도 중요하지만, 양산 단계의 수율 확보가 핵심이다.
따라서 삼성전자는 이번 협력을 통해 하이 NA EUV 장비를 효율적으로 다루게 될 것을 기대한다. 즉 양산 초기부터 의미 있는 수율을 확보해 2나노 파운드리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전자와 TSMC의 2나노 공정 개발 목표는 2025년이다. 3분기 기준 글로벌 파운드리 점유율은 TSMC가 57.9%, 삼성전자가 12.4%다. TSMC가 꾸준히 5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20%의 벽을 넘지 못하는 모양새다.
결국 인텔의 추격까지 받게 될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2나노 개발과 수율이 파운드리 사업의 새로운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