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노원구의 한 음식점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27일 탈당 및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그는 "비상상태에 놓인 것은 당이 아니고 대한민국이다. 변화가 없는 정치판을 바라보며 기다릴 수 없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이 전 대표는 서울 노원구 소재의 식당 '마포참숯갈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국민의힘을 탈당한다"며 "동시에 국민의힘에 제가 갖고 있던 모든 정치적 자산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과거의 영광과 유산에 미련을 둔 사람은 선명한 미래를 그릴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그는 "호사가들은 국민의힘과 보수진영의 현 상황이 그토록 안 좋다면 지금은 때를 기다리고 기회를 보라고 저에게 이야기한다"며 "3년 전의 저라면 아마 그런 이야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사실 저는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다"면서도 "실제로 이미 몇 달 전 책임 있는 사람으로부터 '총관 선거대책위원장' 등의 자리도 제안받은 적이 있다. 그런데 전혀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상상태에 놓인 것은 당이 아니고 대한민국이다. 마냥 기다릴 수 없다. 정확히는 대한민국이 변화가 없는 정치판을 바라보며 기다릴 수 없다"며 "오늘 제 선택은 제 개인에 대한 처우, 저에게 가해진 아픈 기억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다. 고개를 들어 과거가 아닌 미래를 봤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검찰 출신인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에 들어선 국민의힘을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탄핵을 겪으며 비선은 있고 비전은 없는 대한민국을 다시는 용납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며 "선출되지 않은 누군가가 모든 유무형의 권력을 휘두르며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하는 모습, 그 사람 앞에서 법과 상식마저 무력화되는 모습이 반복되는 것은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트라우마"라고 언급했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검찰 출신 인사가 비대위원장에 오른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회견 후 질의응답에서 "정치를 바꿀 수 있는 힘은 민주적 권력에서 나온다. 그 민주적 권력이라는 것은 국민들의 확인된 성원과 지지에서 나오는데, 선출되지 않은 지도부가 그런 일을 하기엔 부담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을 직접 겨냥한 듯한 발언도 있었다. 이 전 대표는 "말 위에서 천하를 얻었다 해도 계속 말 위에서 다스릴 수는 없는 노력"이라며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2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왜 적장을 쓰러뜨리기 위한 극한 대립, 칼잡이의 아집이 우리 모두의 언어가 되어야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는 대중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는 노력이다. 시민 여러분께서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한 검투사의 검술을 즐기러 콜로세움으로 가는 발길을 멈춰 달라"며 "진영논리에 휩싸여 우리 팀에 발생한 문제는 '좋은 게 좋은 거지' 하고 넘어가는 모습에 정작 미래를 고민해야 할 젊은 세대는 정치를 내로남불의 장으로 보며 외면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노원구의 한 음식점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모순점도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한쪽에서는 이공계 인재를 육성하겠다고 하면서 반도체 웨이퍼와 포토마스크를 흔들며, 다른 한쪽에서는 의대 정원을 세배 가까이 늘리는 것을 검토한다면, 최상위급 이공계 인재들은 연구개발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이야기인가, 아니면 의대생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인가"라며 "엑셀과 브레이크를 같이 밟으면서 고장나는 대한민국의 성장 엔진은 과연 누구의 책임이어야 하나"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방 대학을 중심으로 등록 인원의 절반이 이름만 올려놓은 가짜 대학생인 학교가 늘어가고 있는데, 시민의 세금을 대학 등록금 지원에 무조건 더 투입하겠다는 것이 교육개혁인가"라며 "저출산의 여파로 전방을 지킬 병사가 부족하다면 적극적인 감군 계획을 제시하는 것이 책임 있는 정치의 모습일 것이다. 감군 계획이 문재인 정부에서 나왔던 이야기라고 해서 논의조차 하지 않는다면 아집"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대통령 이하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위에 열거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정작 권력을 가진 그들은 앞으로 길어야 10년 이상 정치를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며 "내 임기 중에만, 내 정치 인생 중에만 터지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그들의 정치가 어떻게 미래지향적 정치일 수가 있겠나"라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는 신당을 통해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현재 위기다. 절망의 줄다리기를 하면서 대한민국이 정체된 사이 우리에게 여러 가지 거부할 수 없는 도전들이 쌓여간다"며 "제가 하는 신당에서는 이 위기를 정확하게 직시하고 당당하게 표 떨어지는 이야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더 많은 의석을 만들어 달라. 여러분이 평생 사게 될 주식 중 가장 큰 수익률을 담보하는 주식은 바로 이 신당에 투자하는 지지와 성원일 것이다. 여러분의 자녀와 손자·손녀에게 미래지향적인 대한민국을 상속세 없는 유산으로 남겨 달라"며 "나눠줄 돈과 동원할 조직 없이 당을 만들어 성공한다면, 정치의 문화가 확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희망의 언어로 미래를 키울 때, 다시는 투표용지가 킬러 문항처럼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나를 위해, 내 가족을 위해, 내 나라를 위해 행복한 선택이 가능한 그날을 오늘 이 자리에서 약속하겠다"며 "앞으로 저만의 'NeXTSTEP(넥스트스텝)'을 걷겠다. 변화와 승리에 대한 확신을 두고 이 길을 즐겁게 걷겠다"고 밝혔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서울 노원구의 한 음식점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이 전 대표가 언급한 'NeXTSTEP'은 애플사의 공동 설립자인 스티브 잡스가 경영 싸움에서 밀려 애플에서 쫓겨났을 때 설립했던 'NeXT'(넥스트)가 개발한 운영체제의 이름이다. 이후 애플은 실적이 떨어지자 NeXT를 인수했고, 복귀한 스티브 잡스가 기존 운영진을 축출해 최고경영자(CEO)가 된 바 있다.
한편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연합뉴스TV에 출연해 "당의 대표를 지내신 분이 탈당하게 된 상황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새로운 출발이 잘 됐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