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손으로 얼굴을 만지고 있다. 윤창원 기자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검사 시절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목돼 경찰에게 강압수사를 받아온 10대 청년의 불법 구금을 방조하고 별건 수사로 구속영장까지 청구했다는 국가기관의 지적이 뒤늦게 알려졌다.
27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2국이 지난 3월 공개한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용의자 등 피해자 인권침해 사건' 관련 조사보고서(지난해 12월 8일 결정)를 보면, 당시 19살이었던 윤동일씨는 1990년 12월 제9차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뒤 구속됐다. 이때 경찰 수사를 지휘한 수원지검 검사가 김홍일 방통위 후보자다.
윤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3일 동안 잠 안 재우기, 구타, 전기고문 위협 등 각종 가혹행위를 당하며 이춘재가 저지른 강간살인 사건에 대한 허위 자백을 강요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명백한 물증이나 목격자가 없는 상태에서 수사를 계속하기 위해 윤씨에게 전혀 다른 사건의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해 별건 구속했다. 물증이 없는 상태에서 수사를 계속하기 위해 전혀 다른 사건을 적용해 구속하는 것은 불법이다.
진실화해위는 김 후보자가 당시 윤씨가 불법 구금 상태라는 사실을 알고도 강제추행 혐의로 우선 구속한 뒤 연쇄살인사건 수사를 실질적으로 지휘했다고 판단했다.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있다. 윤창원 기자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경찰 수사를 지휘한 검사였던 김 후보자는 구속영장 집행 전인 12월 18일 오후 2시 25분부터 화성경찰서 정남지서 숙직실에서 윤씨를 대면 조사했고, 조사 중 72시간의 긴급구속기간이 만료됐는데도 당일 오후 3시 12분까지 영장 없이 조사를 계속했다.
윤씨는 핵심 혐의인 강간살인 사건에 대해선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강제추행 혐의는 유죄가 인정돼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마저도 진실화해위 조사에서 경찰이 피해자에게 윤씨를 범인으로 특정해 알려준 뒤 고소장을 받는 식으로 조사하는 등 불법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났다. 강간추행 사건 피해자는 진실화해위 조사에서 "경찰 수사 당시 윤씨와 대면했는데, '어두워서 얼굴을 보지 못했고 윤씨가 (범인이) 아니다'라고 경찰에 진술했다"고 말했다.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윤씨는 젊은 나이에도 석방된 지 10개월 만에 암 판정을 받고 1997년 사망했다.
한편 진실화해위는 지난해 12월 9일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목된 이들이 경찰로부터 가혹행위·허위자백 강요 등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판단하고, 국가가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사과하고, 이들에 대한 피해와 명예회복을 위해 조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