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로 3도 화상을 입고 치료를 받고 있는 고려인 동포. 독자제공
부푼 꿈을 안고 부모의 나라 한국으로 건너왔던 고려인 동포 모녀가 화마(火魔)로 인해 생사를 오가는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특히 이들은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입원 보름 만에 3천만 원이 넘는 병원비가 밀린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에서 살던 신라이사(42.여)씨와 그의 두 아이들은 지난해 하반기 부모의 나라 한국으로 왔다.
이들은 기회의 땅이자 동경의 대상이었던 한국에서 새로운 삶을 살겠다는 희망에 부풀었다.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경주시 성건동의 한 상가주택에 둥지를 튼 이들은 직장을 구하고 학교를 다니며 한국에서의 삶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화재가 발생한 집안 내부 모습. 경주소방서 제공하지만 화마는 희망에 부풀었던 이들의 삶을 단번에 집어 삼켰다.
지난해 12월 17일 밤 11시58분쯤 이들이 살던 상가주택에 불이 난 것이다.
불은 출동한 소방관에 의해 1시간 만에 꺼졌지만 주택 내부와 가재도구가 모두 불에 타 2200만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신라이사씨는 2도 화상을, 13살 된 딸은 화상 중 가장 위험한 등급인 3도 화상을 입었다.
이들은 현재 얼굴은 물론 손과 다리 등 전신에 붕대를 감은 채 대구에 있는 화상전문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다행히 5살인 막내딸은 큰 부상을 입지 않아 치료를 받고 퇴원한 상태다.
치료를 받고 있는 고려인동포. 독자제공
화상의 상처도 매우 크지만 이들을 더욱 괴롭히는 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병원비다.
고려인동포인 이들 모녀는 국적이 외국인으로 분류돼 행정적인 지원을 받을 수 없고, 의료보험혜택도 한국에 온 지 6개월이 안 돼 받을 수 없다.
이로 인해 입원 보름 만에 병원비가 3천만 원을 넘은 상황으로, 아직 언제 퇴원할지 기약할 수 없어 병원비는 더욱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아직 정확한 화재 원인도 밝혀지지 않으면서 이들이 보상이나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은 더욱 막막하다.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수한 경주시외국인도움센터와 경북고려인통합지원센터는 후원금 마련을 위해 이 같은 내용을 SNS를 통해 알렸고, 시민들의 후원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장성우 외국인도움센터 고려인지원센터 이사장은 "불의의 사고로 큰 화상을 입고 고통 받고 있는 이들 가족을 돕기 위해 많은 분들의 후원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후원 관련 문의는 경주시외국인도움센터와 경북고려인통합지원센터로 연락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