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4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 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질문을 묵살한 채 기자회견장을 떠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일본 누리꾼들은 지진 발생 후 원전 안전을 묻는 질문을 무시한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며 총리를 비판하고 있다.
5일 NHK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전날 오후 총리 관저에서 진행된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새해 첫날 발생한 이시카와현 노토반도 지진에 대한 정부 대응책 등을 설명했다.
기시다 총리는 "오후 2시 30분 현재 구조가 필요한 사안으로 확인된 138건 중 80건은 대응을 마쳤고 나머지 58건은 구체적인 대응 전망이 서 있다"며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생명을 구조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45분에 걸친 이날 기자회견 말미, 진행자의 지명을 받지 않은 한 기자가 "원자력 발전에 대해 질문하게 해달라"라고 소리치는 일이 벌어졌다.
진행자가 "오늘 중으로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내면 추후 서면 답변을 드리겠다"라며 회견 종료를 알렸지만, 기자는 "지진 발생 후 3일이 지났는데 총리가 원전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라며 거듭 대답을 요청했다.
기자는 "원전 재가동은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 지진이 잦은 일본에서 원전 재가동은 무리라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된 것이 아니냐"면서 총리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기시다 총리는 기자를 힐끗 쳐다봤을 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순간 기자는 총리를 향해 "경청하는 힘은 어디로 갔나"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가는 기시다 총리. SNS 캡처동일본대지진에 맞먹는 규모 7.6 강진이 발생하자 일본 내에서는 원전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동일본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제1원전은 전력 공급이 끊기고 원전부지 침수로 인해 자체 비상발전기도 작동하지 않아 냉각수가 끓어오르는 바람에 대형참사로 이어진 바 있다.
이번 지진으로 노토반도 내 원전에서도 크고 작은 피해가 잇따랐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노토반도 서쪽 시카원전 주변 지역의 방사선량 계측기 15개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 해당 원전에서는 강진 이후 기름이 새고 방사성물질이 포함된 물이 넘치는 일도 발생했다.
한편, 기자가 질문하는 장면이 담긴 기시다 총리의 회견 영상은 온라인에 퍼지고 있다.
이를 본 일본 누리꾼들은 "동일본 대지진 후 국민 대다수는 지진이 발생하면 원전사고를 걱정한다. 질문을 무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시카원전에 대한 정보가 엇갈리고 있어 걱정된다. 정보를 공개해달라", "무책임하다. 국민의 목소리를 무시하지 말라"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질의 시간이 끝났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추후 서면으로 답변을 들으면 된다" 등의 의견도 있었다.